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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넌 이 하루 어땠니

Life is uncertain. Eat dessert first

by 김글리



아프리카 최북단에 있는, 모로코 땅줴.Tangier.

여기에서 대서양과 지중해가 만나는 기막힌 (?) 광경을 볼 수 있어.

자, 보여줄테니까 한번 맞춰봐.

어디까지가 대서양이고, 어디서부터가 지중해인지.

SAM_4132.JPG 지중해와 대서양이 만나는 지점

절대, 모르겠지? ㅎㅎ

나도 그거 확인하려고 갔는데 육안으로는 전혀 모르겠더라구.

그러고보면 대서양이고 지중해고 편의상 붙인 이름이지, 결국엔 그냥 '바다'잖아. 하나의 바다.


나는 그 '바다'에 발 담그고 한참을 놀았어.

그러다보니 눈 앞에서 하루가 지고 있더라....

SAM_2326.JPG


아까 샌드위치 가게에 갔더니 이런 문구가 붙어있더라고.

"Life is uncertain. Eat dessert first."

'인생은 불확실하니, 디저트부터 먹어라.' 이거지.

그거 읽고 혼자 키득 거렸어.

재밌지 않아? 정말 인생이란건 알수없잖아. 불확실하잖아.

디저트.jpg 냠냠냠, 어서 디저트부터 처먹고 보시옵소서.^^


사실 어제만 해도 말야.

같은 숙소에 있던 독일 친구가 오른 다리에 피를 철철 흘리면서 왔더라고.

보니까 무릎이 아래가 다 까졌길래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

버스정류장에서 어떤 현지인이 막무가내로 달려들어서는 자기 가방을 빼앗으려 해서 몸싸움을 벌였대.

간신히 가방은 지켰지만, 다리가 이모양이라며..


실은 나도 그제 길에서 소매치기 당할 뻔거든.

누가 내 머리에 곡식 껍데기를 뿌리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내 가방을 열고있는 한 남자 발견했어. 눈만 흘기고 보냈는데 바로 다음 또 다른 아줌마가 같은 방법으로 가방열기 시도.

역시 귀신같이 내가 잡았는데, 바로 다음에 꼬맹이가 또 시도하더라고.

헐.


sticker sticker

10분 만에 소매치기 시도가 3번이나 들어오다니. 가슴 벌렁거리는 건 둘째치고.

이정도면 기네스북에 올려도 될만한지 않아?


세계 돌아다니다 보니 참 별일 많았어.

성추행, 소매치기는 하품나는 일이고, 인신매매도 당할 뻔 했거든.

그래도 1년 넘게 여행하는데 이정도면 다행이었다, 싶어.

다른 여행자들을 보면 정말 갖가지 사건 사고들이 많거든.

세계여행 첫날에 사기당해서 여권만 남기고 모든 걸 날린 이야기,

아프리카에서 택시강도 만나 끌려다니다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이야기,

브라질에서 권총강도를 만나 입은 옷만 빼놓고 모조리 털린 이야기...

개 중엔 한 가녀린 여자가 태권도로 강도를 물리친, 전설처럼 회자되는 이야기도 있어.


그러다 보면, 목숨 부지하는 거 자체가 참 큰일이구나.... 싶어져.

여행만이 아니라, 실은 인생자체가 예측불허잖아.

아무리 계획 세워봐도 그렇게 되지 않고, 당장도 어찌될지 모르잖아?

어찌 흘러갈지 몰라 동동거리던 그 하루가, 지금 지고 있네.

SAM_4230.JPG 모로코 마라케시 자마엘프나 광장에 해가 지고 있어

단순히 살아있기 위해 애쓰던 그 하루가 저물고 있어.

SAM_9005.JPG 쿠바 말라꼰에서도 해가 지고 있고,

중요한 사람이 , 존재가 되고자 애쓰던, 그 하루가 내 앞에서 지고 있어.

SAM_4103.JPG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도 해가 지고 있네.

보여?


꼭 해야할 것도, 꼭 이룰 것도 없는 하루.

내 생각만큼 무겁고, 또 가벼운 그 하루가 가고 있는게.


친구야, 넌 이 하루, 어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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