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의 마력
아르헨띠나 꼬르도바 호스텔 안.
여러 명이 쓰는 방에 묵어서, 사람들이 계속 오고 갔다.
방에 있자니, 기타 든 청년 하나가 들어왔다.
이스라엘에서 왔댄다.
서로 어디 여행 했냐, 어디 갔었냐 얘기하다가 내가
"너 기타치니? 난 팬플룻 불어." 했더니
대뜸 같이 놀잔다.
그래서 얼결에 잼을 하게됐다.
(잼 Jam은 빵에 발라먹는 딸기잼도 있지만, 즉흥적으로 합을 맞춰 연주하는 걸 말하기도 한다. ^^)
뭘로 할까하다, 쉽고도 다 아는 노래를 댔다.
사이먼 가펑클의 졸업,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 비틀즈의 렛잇비...
나는 팬플룻을 불고, 이스라엘 청년은 기타를 쳤다.
박자 놓치고 음정 틀려도 한참을 그렇게 놀고 있는데 우리 소릴 들었는지,
기타 멘 청년 하나가 또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더니 아무말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잼에 합류했다.
팬플룻을 간만에 불었더니
삑사리가 나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오~ 둘은 기타 실력이 상당했다.
알고 보니 이 둘은 어제 길거리 연주를 함께 했다고 한다.
"얼마 벌었어?" 물었더니,
"응, 한시간 하고 천원 벌었어. 그거 가지고 둘이 오백원씩 나눠가졌지." 한다.
하하하. 한시간 연주하고, 500원 벌었대.
내가 마구 웃자, 그 친구가 싱긋 웃었다.
"괜찮아. 우리끼리 잘 놀았거든."
우리 셋은 한 시간 넘게 아는 노래 모르는 노래, 열심히 짜내가며 잼을 하며 놀았다.
정말, 재밌었다. 방전돼있던 에너지가 마구 충전되는 기분.
아, 내가 살아있구나. 아, 이게 잼의 맛이구나.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