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모험의 또 다른 말
여행 다니면서 가장 신경쓰이는게 바로 국경 넘나드는 일.
잠시나마 익숙했던 모든 것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곳으로 들어가는 거다.
돈도 바뀌고 말도 바뀌고 교통체계도 바뀌고 종교도 바뀌고 언어도 바뀐다.
어릴 적 땅따먹기 놀이처럼 요기부터 조기까지 선을 쭉~~~~~~~~그어놓고,
이쪽은 페루, 저쪽은 에콰도르 하는데....놀이와 다른 건, 그 선을 경계로 실제 많은게 바뀐다는 거다. 그래서 비행기가 아니라 타박타박 육로로 넘어가면, 그 국경이 엄청나게 실감난다.
에콰도르의 국경에 인접한 도시 '쿠엔카'로 들어갔다. 고작 몇시간 왔을 뿐인데, 페루 사람들과는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이들 역시 남미 원주민의 혈통이지만, 페루 원주민과 다른 모습이다. 좀더 아시아인처럼 생겼는데, 이목구비가 서구사람처럼 시원시원했다.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페루보다 인물이 훨씬 더 좋다. 에콰도르는 자국화폐가 없고, 미국 달러를 쓴다. 외국자본 유치를 쉽게 하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2000년에 공식통화를 달러로 바꾸었다는데... 여행자로선 편하지만, 자국 통화가 없다는 건 치명적인 경제적 종속이 아닐까 싶다.
하루는 아침식사때 빵에 아보카도를 발라먹었다. 이건 페루에서 먹던 습관인데, 아보카도를 바르면 상콤한 향과 부드러운 식감이 더해져 무척 맛이 좋다. 페루사람들은 아침을 그렇게 먹었다. 그런데 나를 보고, 에콰도르 아저씨는 기겁했다.
“뭐야, 너 왜 아침에 아보카도를 먹는거야?”
에콰도르에선 아침에 아보카도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아, 참 다르네.
아침 7시에 출발해, 택시, 버스를 3번 갈아타고 콜롬비아에 도착한게 밤 12시. 매번 국경을 넘지만, 언제나 긴장된다. 좀전에도 국경을 버스로 넘는데, 곳곳에 무장한 경찰이며 군인이 쫙 깔린게, 뭔가 흉흉했다. 게다가 버스 창밖으로 사람들이 모여 웅성대길래 보니 한 남자가 도로 한복판에 피흘린채로 쓰러져 있었다. 도로 한복판에서 죽었는데, 피만 잔뜩 흘리고 사지육신이 멀쩡한걸 보면 교통사고는 아닌 듯 싶고.... 피 흘리며 쓰러져 있는데 구조 안하는거 보니 이미 죽은 거 같았다.
허걱. 으시시했다. 안그래도 콜롬비아의 갱과 마약, 강도 얘기에 쫄아 있었는데, 더 심장이 쪼그라든 느낌이었다.
비자문제를 비롯해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 사소한 이유로 추방당할 가능성이 어디에나 있어서 국경을 넘을때면 스트레스가 많다. 실제로 영국갔을땐 편도항공권만 소지하고있어서 추방될 뻔했는데, 다행히 친구가 신원보증을 서주고, 통장잔고를 보여줘서 간신히 입국했던 적도 있다. 국경을 넘을 때면 언제나 기분이 요상하다. 30% 흥분과 기대 + 60% 부담감+ 10%의 두려움이 뒤섞인 칵테일을 마시는 것같다.
지금껏 약 20번의 국경을 넘어왔는데, 앞으로 또 얼마나 더 많은 국경을 넘을지는, 모르겠다.
오늘, 국경을 넘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결혼하거나, 이혼하거나.
회사를 그만두거나 들어가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끝내거나,
학교를 들어가거나 졸업을 하거나.
그 모든 행위가 실은 알고보면 인생의 선을 넘고 있는 거거든.
요기에서 조기로 폴짝,
잠시나마 익숙했던 모든 것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곳으로 들어가는 거지, 국경넘기처럼.
그러니까 두려운 건 당연하잖아. 한 세상이 닫히는데.
하지만, 기억할 건.
그 선을 넘으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린다는 거.
그래서 '국경넘기'는 건 끝이 아니라, '모험'의 또 다른 말이 되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