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글리 Jul 09. 2019

[단식일기] 12일차, 두 고비를 넘기다

어느새 단식 절반을 지났다. 절반이 지나서 기분이 좋은데, 점점 포도가 물려서 심들다.

단맛말고 신맛 짠맛 매운맛도 보고 싶다. 어제부터 얼큰한 국물이 눈 앞을 왔다갔다~

머리 속에서 라면 국물을 100그릇도 더 먹은 것 같다. 휴~ 진심 라면 먹고싶다. 얼큰한 수제비도. 

덕분에 요새 먹방 보는 재미로 살고 있다. ㅎㅎ 예전엔 왜 먹방보는지 이해가 안 갔는데, 먹방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고 있다. 내 생애 먹방을 이렇게 많이 본 건 처음이다. 특히 <맛있는 녀석들>을 즐겨봤는데 '한 입만'에서 입 크게 벌리고 우걱 우걱 먹는 장면은 같이 입벌리고 봤다. 


아.. 진짜 맛있겠다 (출처: 코미디 tv)

단식의 고비

장기단식을 하면, 시기마다 몸의 변화를 시시각각 흐름대로 추척해볼 수 있다. 

생각보다 괜찮은 시기가 있고, 더이상 못할 것 같은 고비가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에는 초반에 2번의 고비가 있다. 


첫번째 고비는 단식1일~3일차다. 공복감도 심하고, 어지럼증이나 몸이 느끼는 고통도 심하다. 매끼니 먹다가 갑자기 곡기를 끊기 때문에 몸이 적응을 하지 못한 상태다. 배고픔은 극에 달하고 머리속에서 먹을 게 계속 날라다닌다. 떡볶이 라면 피자 치킨 청국장 잡채 비빔밥 만두 등 좋아하는 음식은 물론  순대, 곱창, 삼겹살같은 잘 안먹던 음식들도 생각난다. 그러다 3일을 지나면서는 공복감이 익숙해지기 시작하고, 안 먹는다는게 생각보다 괜찮다는 걸 발견한다. 잠자리에 들 때 위장도 편안하고, 몸도 가뿐하다. 이런 정도라면 단식을 매년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러다 두번째 고비가 찾아온다. 단식 9~10일차다. 나는 지난 주말이 딱 이때였는데 몸 컨디션이 수직하락했다. 어지럼증도 심해지고 몸에 힘이 없어지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공복감도 다시 심해졌는데, 누워서 종일 먹방 방송을 봤다. ㅎㅎ 

나에게 얼큰한 국물을 달라! (출처_postworld)

이미 절반을 지나왔지만 아직 절반이 남아있다. 12일동안 몸무게가 7키로가 빠졌는데, 근육 손실을 최소화 하기 위해 걷기 1만보, 요가 등 운동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하고 있다. 



무엇이든 오래 하려면 00가 필요하다

무얼 하든 힘이 부치는 순간이 오면, 대체 이걸 왜 했지? 라고 후회하는 때가 있다. 

초반에 아무리 결심이 굳다 하더라도 힘들면 순간적으로 포기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무엇이든 오래 지속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이걸 하는 자기만의 '이유'와 이 일을 하면서 얻는 '재미'.


그래서 중간 결산으로 내가 이걸 하는 이유와 단식을 하면서 얻는 재미를 다시금 돌아보려고 한다. 


내가 단식을 생각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회사를 그만두면서 그간 쌓였던 노폐물과 지방을 정리하고 싶었다. 이걸 다른 말로 디톡스라고 하지. ㅎㅎㅎ

몸이 피로하기도 했고 스트레스로 얻은 군살들을 비우고 새롭게 출발하고 싶었다. 그래서 원래는 5일을 계획했는데, 몸에 노폐물이 많이 쌓였다고 해서 단식원을 운영하는 목사님으로부터 3주를 권유받았다. 그래서 얼떨결에 장기간의 단식이 되어버렸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법.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깨끗이 비우는 과정이다. 중요한 건 몸만이 아니라 마음도 함께 비워야 한다는 점. 그래서 명상을 다시 시작했다. 


단식을 하는 재미라... 이건 좀 어려운데 ㅎㅎㅎ 재미보다는 힘든 게 더 많다. 하루에 포도를 1송이 정도 먹는데일주일 이상 되면 진짜 물린다. 솔직히 지금 한계다. 얼큰한 것도 먹고 싶고, 짭조름한 것도 먹고 싶고, 고기도 먹고 싶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딘식의 재미를 찾자면, 2개가 떠오른다.

 

하나는 몸무게가 줄어가는 재미. 매일 체중계에 올라가는 맛이 있다. 초반에는 1키로씩 빠지다가 5키로가 빠진 뒤로 하루에 300~500ㅎg씩 꾸준히 빠지고 있다. 그래서 옷 입는 재미가 있다. 지난해 4키로가 찌면서 맞지 않았던 바지들을 다시 입게 되었다. ^^


또 다른 재미는 관장의 재미. 하고나면 엄청 개운하다. 관장은 단식의 꽃으로, 매일 하게 되어 있다. 내가 하고 있는 포도단식에서는 관장을 2번 하게 되어 있는데 레몬물 1000cc로 한번, 맹물 1000cc로 한번 하면 하루 관장이 끝난다. 단식이 힘들지만 관장을 하면 속이 깨끗이 비워지는 느낌이 있어서 시원하다. 


이미 반을 달려 왔으니, 나머지 반도 잘 지나가보자. 

참고로 포도단식의 일상은 아래와 같다. 매일 해주는 건 포도 하루에 5번 나눠서 먹기와 관장이다. 


-포도단식의 일상-

06:00 기상

06:00 ~ 07:00 명상, 아침산책 및 스트레칭

07:00 포도 10~15알

10:00 포도 10~15알

13:00 포도 10~15알

16:00 포도 10알

19:00 포도 5알 또는 안 먹음 (배고픈데 이쯤되면 너무 물려서 못 먹음)

19:00~20:00 저녁 산책 또는 요가

(관장은 하루 중 시간 날 때 한다. 보통 30분 정도 걸린다.) 

탐스런 포도들... 포도단식이 끝나면 최소한 1~2년 동안은 포도 안 먹을 거 같다. (출처: G마켓)


매거진의 이전글 [단식일기] 19일 단식의 결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