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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Jul 05. 2019

[단식일기] 8일차, 10년마다 몸 재생하기

10년마다 한번씩 해보면 어때?

이번에 13년 만에 3주 이상의 단식을 다시 하면서, 기막힌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10년마다  한 번씩 2주 이상의 단식을 해주자는 것이다. ^^

일명 <10년마다 몸 재생 프로젝트>다.

언뜻 보면 미친 아이디어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


좋아하는 말 중에 환골탈태換骨奪胎가 있는데,  언제나 '새롭게' 탄생하는 존재에 주목했다. 환골탈태는 뼈를 바꾸고 모양을 바꾸어 쓴다는 뜻으로, 좋은 방향으로 변해 전혀 딴 사람처럼 될 때 쓰는 말이다.  


환골탈태의 좋은 예가 나비로 변하는 애벌레다.

애벌레는 보통 4번의 탈피를 거쳐 몸피를 키우는데, 번데기 시기를 맞으면 고치 속에서 한 계절을 난다. 고치 속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 기어다니던 못생긴 애벌레가 날개를 가진 아름다운 나비로 변화하는 '완전변태'가 이뤄진다. 다윈도 설명하지 못한 완전변태의 핵심은 성충판에 있다. 성충판은 애벌레의 몸을 녹여 이를 양분으로 성충이 자라도록 돕는다. 이 성충이 바로 나비가 된다.  


긴 시간 동안 오로지 안을 들여다 보면서 중심을 갖춰나간 애벌레는 스스로를 죽이고 그를 양분으로 새롭게 태어나 나비가 되는 거다. 치열하고도 아름다운 과정이다.


단식, 몸을 재생시키는 강력한 원동력

단식은 흔히 육식이라고 표현한다. 외부에서 곡기를 끊고 스스로의 몸을 먹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것으로 몸을 유지시키며 불필요한 것들을 버려가는 과정이다. 그동안 쌓아둔 지방과 글리코겐을 모두 빼내어 소모시키고, 소화로 드는 에너지를 절약해 몸을 재생시킨다. 불필요한 노폐물과 독소도 함께 제거된다. 단식의 꽃을 관장으로 꼽는 이유도 이것이다. 제대로된 단식을 하려면 곡기를 끊는 것 외에도 장을 깨끗이 하는 관장이 병행되어야 한다. 건강과 몸에 공부가 필요하다. 간식을 먹을 때 몸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제대로 소화되지 못한 음식이 위에서 어떻게 변해가는지 알아야 한다.  화를 낼때 몸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우리 장기가 얼머나 예민하면서도 정교한지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단식할 땐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공부가 필요하다. 단식이라고 무작정 굶었다간 큰일난다.


단식은 일상을 뒤흔드는 힘이 있다. 하루 2~3끼를 먹던 습관을 일시에 중지하고 매번 똑같은 패턴으로 돌아가는 일상을 뒤흔든다.  여기에서 큰 장애물은 저항 자체보다, 그 저항에 따른 '두려움'이다. 실제로 단식하는 사람들 중에서 많은 이들이 단식에 따르는 부작용-어지럼증, 피곤, 몸의 이상징후들-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한다.  살다보면 스트레스도 받고, 과식도 하고, 술도 마시고, 불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이런 생활을 뒤흔들어 다시 재조직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게 단식이었다.


이전에 31일을 포도단식을 하며 하루 포도 50알 정도만 먹고 살아간적이 있었다. 일주일동안은 못먹는다는 것에 매우 괴로웠는데, 일주일이 지나자 몸이 서서히 먹지 않는 습관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그때 참 놀라웠다. 인간의 몸이 가진 습관이 얼마나 강력하고도 단순한건지 말이다. 살면서 좋은 습관을 많이 들여놔야겠다고 마음먹은순간이기도 했다.


쓰다보니 단식 예찬론자가 되었는데, 실은 나도 단식을 매우 사랑한다거나 쉽게 하지는 못한다. 다만 단식을 하다보니 단식이 주는 효과를 경험을 하면서 이를 내 삶에 좀더 끌어와야겠다고 생각하는 정도랄까.


아무튼 내 결론은 10년마다 한번씩 이걸 하기로 결심했다는 거다. 이번 단식은 24일 예정이며, 오는 7월 21일에 마무리된다. 10년동안 잘 살다가, 40대 중반의 어느 시점에서 다시 한번 단식에 도전해봐야겠다.  



<오늘의 일상>

기상: 5시 30분

움직임: 아침산책 1시간, 오후 산책 2시간, 저녁 요가 1시간

먹은것: 포도 5회 (7시, 10시, 1시, 4시, 7시 - 각 15알씩)

관장: 1회 (레몬관장 + 물관장)

몸상태: 어제보다 배가 더 고프고, 약간의 어지럼증 외에는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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