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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Jul 04. 2019

[단식일기] 내 몸의 디톡스, 단식 7일차

13년 만에 단식을 시작하다!

오늘로 단식 7일차를 맞았다.


지난 주 목요일 회사 일을 완전히 정리하고 바로 다음날 지리산으로 내려갔었다. 이곳에는 목사님 내외가 운영하는 단식원이 있다. 지리산 산중턱에 있는데 차 없으면 접근이 어려울 정도로 깊숙이 있다. 읍내까지 걸어가려면  2시간은 잡아야 한다.


원래 나의 계획은 그간 일하느라 너무 힘들었으니 한 5일 정도 이곳에서 푹 쉬고 가자,였다. 그래서 디톡스 겸 휴식으로 5일의 단식을 계획했는데..... 어쩌다보니 단식 기간이 총 24일로 늘어나버렸다.  사정은 이렇다. 목사님이 내 진맥을 짚고 홍채를 보더니 "간에 노폐물이 끼었어. 멜라닌 호르몬도 부족하고. 최소 3주는 해야 몸에 독소가 빠지겠는데." 해서 얼결에 단식 기간이 3주로 늘어났다.


3주라....  한 5분 고민하다, 그러마 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빠르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건 이전의 경험 덕분이다. 13년 전, 그러니까 대학생 때 구본형 선생님의 소개로 포도단식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총 31일을 했는데 어릴 때부터 앓았던 위장병을 싹 고쳤다. 배앓이가 심하고 자주 체했는데, 단식 4주차에 자주 체했던 명치 부근이 새까맣게 변하더니 한달 동안 그랬다. 명치쪽의 독소가 빠지는 거라고 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 한번도 체한 적이 없었다. 또 몸이 바뀌면서 말술로 마시던 술도 끊게 되었다. ㅎㅎㅎㅎ 그래서 이번에도 한번 해보자, 마음먹었다. 까짓, 해보지뭐.



포도단식의 3단계

단식이라고 해서 완전 굶는 건 아니다. 무작정 진행하는 단식은 몸에 매우 해롭다.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서 진행해야 하고, 단식을 시작했으면 사전준비와 단식 이후의 보식에도 신경써야 한다. 이곳 지리산에서 진행하는 건 '포도단식'인데 1900년대 유럽에서 암 치유 방법으로 쓰던 요법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말기암 환자들이 많이 찾아왔다. 어디에 홍보도 안된 곳인데 알음 알음으로 그렇게들 찾아왔다. 제대로만 지키면 쾌유되어 돌아간 사람들이 많았다.  


포도단식은 '포도'와 '생수'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오로지 포도만,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만큼을 먹는다. 단식은 사전단식- 본단식- 사후단식의 단계들이 있다.


1. 사전단식

첫째 날에 숯가루를 5~10번에 나눠서, 한 번에 한 티스푼씩 물과 함께 먹는다.
둘째 날에는 레몬즙을 1.5리터~ 2리터를 만들어서 이를 하루 종일 마신다. 30분 간격으로 한 컵씩 마시면 된다.


2. 본단식

포도를 하루 5번에 걸쳐서 한번에 10~20알씩 꼭꼭 씹어먹는다. 단식은 철저히 비우는 과정이기 때문에, 관장이 필수다. 단식이 위를 비우는 거라면, 관장은 장을 비우는 것이다. 본단식에서 반드시 해줄 것은, 매일 같이 관장을 하는 것이다.


3. 사후단식

단식 이후에 일반식으로 돌아가기 전, '보식' 기간을 거친다. 단식을 해서 비어있는 몸에 영양분을 다시 공급하는 단계인데, 이때 먹는 음식들이 아주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단식의 성공은 단식보다는 보식에 있다고 본다. 자연식, 채식 위주의 음식들을 꼭꼭 , 천천히 씹어먹는다.


포도단식의 특장점은 몸을 비워내는 동시에 깨끗한 피를 만드는 데 있다. 그래서 여러 단식 중, 포도단식은 몸을 치유하는 효과가 크다고 한다. '포도단식'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낯선 곳에서의 아침>(구본형 저)  중후반 부분에 잘 나와있다. 자율학습용으로 참고하기에 아주 적절하다. ^^



왜 단식인가?

내가 살아보고 싶은 삶으로 가는 첫 번째 여정으로 단식을 택한 건 이유가 있다.  

단식은 내게 있어 깊은 휴식이자, 새로움을 받아들이기 위한 비움의 과정이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기 위해 퇴사라는 용기를 내었고, 그 첫번째 선물로 내게 가볍고 건강한 몸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더불어 내 삶을 주도해가는 힘을 단식을 통해 더욱 단단히 만들고 싶었다. 몸을 바꾸는 힘이 인생을 바꿀 수도 있으니까.

 

이번에 새롭게 단식을 하면서, 10년에 1번씩 이렇게 장기간으로 하는것도 좋겠단 생각을 했다.

10년에 한 달을 떼서 내게 선물로 주는 거다. 몸과 마음을 완전히 새롭게 할 수 있는 기회를. 20대에 한번 했고, 30대에도 한 번 진행하고 있으니, 다음엔 40대 후반에 다시 한번 해보면 좋겠다. 단식하면 다들 고통스럽게만 생각하지만, 경험상 고통만큼 그를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


먼저, 단식을 하면 몸이 아주 예민해진다. 내가 어떤 기분인지 어떤 상태인지가 민감하게 감지된다. 내가 원치 않는 건 거부할 수 있는 힘도 커진다. 이 힘이 나의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더욱 나답게 살수 있게 하는 힘이 된다.


둘째, 단식은 내가 해온 습관들을 단번에 와해시켜버리는 강력한 힘이 있다. 습관을 조금씩 바꾸는 건 어렵고 본래대로 돌아가기도 쉽다. 하지만 한번에 와해해버리면, 그 위에 새로운 습관을 쌓아올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단식을 통해 내가 무의식적으로 만들어온 식습관이나 시간을 소비하는 습관, 몸을 대하는 습관등을 새로이 만들 수 있다. 단식 후 음식을 접하는 보식기간이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셋째, 시간과 에너지가 남아돈다. 곡물을 먹지 않기 때문에 다소 기력은 없을 수 있으나,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아주 많아진다. 단식을 해보면 우리가 먹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고 또 그를 소화하느라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쓰는지를 몸소 체험할 수 있다. 그 남아도는 시간을 과연 무엇을 하며, 어떻게 쓸 건인가? 그게 관건. 


단식의 효과는 생각나는대로 대충 나열해도 이 정도다.^^ 



7일차 후기....

첫째날과 둘째날은 소스라치는 배고픔과 무기력함으로 매우 후회를 했다.

'내가 대체 왜 단식을 한다고 했을까? 대체 왜?'


그러다 3일이 지나자, 몸이 굶는 것에 서서히 적응하기 시작하고, 비움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었다

단식 7일차가 되었는데도 아직 살만하다. 몸에 기력없는 거 빼고, 잠들기 전에 찾아오는 배고픔 외에는 괜찮다. 예전에 단식을 했을 때의 정말 힘들었는데 그에 비하면 정말 양반이다. 내 생애 굶는 게 이토록 쉬웠던 적이 있었던가, 생각할 정도다. 매일 관장하는게 조금 귀찮긴 하지만, 하고 나면 무척 개운해서 그것 또한 괜찮다. 


아직 17일이 남았다. 17일이 남았다는 생각보다, 오늘 하루만 잘 해보자 는 생각으로 이어가고 있다. 나는 그날 하루를 잘 마무리하면  혼자 크게 소리내 '만세삼창'을 하는데, 매일 그거 할 생각으로 열심히 한다. ㅎㅎ 

오늘 도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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