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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Jul 16. 2019

[단식일기] 19일 단식의 결과

1. 단식 19일차를 견디는 힘, 먹방

단식 19일차를 맞았다. 이제는 끝나는 날을 세는게 더 빠르다. (이제 4일 남았다.^^)

언제 3주 단식이 끝나나 했는데 이제 드뎌 끝이 보이고 있다. 예~~~쓰! 

내가 하고 있는 포도단식은 유럽에서 암치료를 하던 요법으로 개발되었다고 한다. 포도에 피를 형성하는 좋은 성분이 있어서, 포도만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음식을 끊고 비우는 작업을 한다. 

포도단식은 하루 5번 포도를 10알 정도씩 먹는다. 그리고 관장을 하루 1회 해준다. 

그간 쌓아둔 노폐물을 비우고, 좋은 피를 만들어서 좋은 몸으로 회복시키는데 포도단식의 목적이 있다.


의도는 좋으나, 식욕을 잠재우긴 힘들어서 맛있는 냄새가 나면 참 힘들었다. 

당장 내가 못먹으니 그게 남들이 먹는 것을 보면서라도 풀고싶어서 유투브에서 먹방을 엄청 봤다. 

<맛있는 녀석들>은 유투브에 올라온 건 거의 다 본듯 ㅋㅋㅋ 

 그나마 먹방 덕분에 지금까지 별탈없이 할 수 있었다고 감히 말해본다.

나대신 맛있게 먹어줘서 땡스~ 



2. 단식의 결과, 드림바디로~! 

몸무게 앞자리가 오늘 드디어 바뀌었다. 

활동량이 더 많아서였는지, 십수년전에 단식했을 때보다 몸무게가 더 빠른 속도로 줄었다.

하루에 300~700g 정도 꾸준히 줄었다. 

덕분에 오늘 나는 내 드림바디의 몸무게를 찍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기분이 담담하다. 사실 별생각이 없다. 생각보다 그렇게 행복하진 않더라고.

이 몸무게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서 제대로 운동을 시작해서 다시 탱탱한 근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더 많다. 

단식을 육식이라고도 표현한다. 

먹는 것을 극도로 제한하여 몸에 저장해둔 글리코겐, 지방, 근육등을 대신 소모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 몸을 연소시키는 데에는 많은 위험이 따른다. 그래서 일부 수행자들은 고행으로 단식을 선택하기도 했다. 나도 사실 단식을 그런 의미로 선택한 이유가 없지 않다. 스스로 곡기를 끊으면서 내가 얼마나 절제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쉽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하루 진행해서 여기까지 온게 장할 뿐. 

이번을 계기로 몸의 변화를 확실하게 주려고 한다.  

나의 목표는 군살없이 탄탄한 몸이다. 


단식 끝나기 하루 전에 인바디를 측정해서 그간 몸 속 지방과 근육양이 어떻게 바뀌었는지가 한번 보려 한다. 식 이후에도 분기별로 한번씩 인바디를 측정하면서 몸의 변화를 추적해봐야지.  



3. 단식을 하면 맡게 되는 냄새, 사람냄새

단식을 하면 오감이 예민해진다. 특히 후각이 매우 예민해지는데, 덕분에 사람냄새가 얼마나 지독한지를 알 수 있다. 예전에 전설의 고향에 보면 구미호가 "인간냄새가 너무 지독해서 먹을 수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게 나오는데, 단식하면서 이를 실감했다. 

이게 어떤 냄새나면, 오래된 냉장고에 고기를 오래 방치해두면 고기가 살짝 부패하면서 냉매재 냄새가 배어 퀴퀴하면서도 썩은 내가 난다. 사람냄새가 이와 흡사하다. 안에서 내장이 썩어가고 있는듯, 역겨워서 나도 모르게 코를 막게된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십중팔구는 옆을 지나면 내장이 썩어가고 있는 냄새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마스크를 껴야 한다. 그런데 맡을 때 마다 좀 섬뜩하다. 썩는 냄새가 많이 나는 사람들은 '저 분은 건강은 괜찮을까?' 걱정될 정도다. 이 냄새가 젊은 사람들에게는 잘 안나고, 중년 이후의 남성에게 가장 심하게 나더라고. 술, 고기를 많이 하셔서 그런 걸까? 걱정도 되고 궁금도 하다. 

그런데 이 썩는 내를 맡게되면, 나는 몸을 건강하게 잘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4. 먹는 것의 소중함

단식하면서, 먹는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예전에 나는 대충 끼니를 때우는 스타일이었다. 

그냥 있으면 있는대로 먹고 없으면 빵이나 과자 등 아무 음식으로나 식사를 대신했다. 

음식은 그냥 배를 채우거나 기분을 달래는 용도였다. 


그런데 단식하면서 내가 왜 그렇게 맛없게 음식을 먹었을까 후회가 많이 되었다.

하나를 먹어도 맛있게 먹어야 하는데, 음식을 너무 성의없이 대해온 나의 행동을 많이 반성했다. 

 내가 먹는 것에 따라 내가 누구인지 결정된다는 말처럼 음식은 나를 이루는 핵심요소다. 그런데 식욕을 함부러 다루면서 내가 얼마나 크나큰 행복과 건강과 직결되는 것을 놓치고 살아왔는지를 알게 됐다.


다음주에 보식을 시작하게 되면, 음식을 아주 소중하게 대하고 행복하게 먹기로 결심했다.

하나를 먹더라도 정성을 다해서, 감사히, 아주 맛있게 먹어야지. 

확실히 소중함은 헤어져봐야 아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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