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클럽을 시작하다
나는 어렸을때부터 돈을 참 잘 모았다.
용돈을 받으면 내 전용 코끼리 저금통에 모두 넣어두었는데,
언니 오빠들이 몰래 내 저금통을 털어가지 않는다면, 저금통을 깨는 일은 드물었다.
커서도 마찬가지였다. 돈을 벌면 월급의 80-90%는 저축했다. 내 사전에 지름신이 강령한다는 건 없는 일이다. 모든 건 몇 번을 생각해서 필요하다고 판단이 될 때만 구매하고, 별일없이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는 일도 없다. 5키로 정도 되는 거리는 왠만하면 걸어다니거나 자전거를 이용한다. 택시를 타는 일은 업무적으로 필요할 때를 제외하곤 없다. 이렇게 하면 통장에 돈이 들어가면 어지간해서는 빠져나오는 일이 없었다.
내가 돈을 과감히 쓰는곳은 딱 두가지 뿐이다. '여행을 하거나, 교육을 받거나'
돈 쓰는 걸 무척 아까워하는데, 경험 쌓고 자기계발을 하는 데는 아낌없이 쓴다.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투자하는 비용은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탕진한다. ㅎㅎㅎ 그래서 돈을 벌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교육과 여행비용으로 재투자되었다. 사람들이 무슨 돈으로 여행하고 살아가느냐 하는데 모두 나의 절약습관 덕분에 가능했다.
누구에게나 빼앗길 수 없는 소중한 가치가 있다. 이게 없으면 인생에 의미가 없는 것.
내게는 그게 '자유'다. 나는 자유가 없으면 숨을 쉴 수가 없다. 20대에는 적은 돈으로 자유롭게 살려고 하다보니, 주로 돈없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치중했다. 그런데 그것도 어릴 때나 가능하지, 나이를 먹어가다보니 경제적 자유가 뒷받침되지 않는 자유는 허울 뿐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서른이 넘어가면서 본격적으로 경제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자수성가로 돈을 크게 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배운 건, 돈을 가지려면 먼저 돈에 대한 건강한 철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돈을 좋아하고 벌고싶다는 욕망을 넘어서, 돈을 어떻게 활용하고 쓰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 없다면 돈이 얼마가 있든 상관없이 행복하지 않다는 걸 곳곳에서 목격했다.
내가 생각하는 돈 철학은 크게 3가지다.
첫째, 돈을 모으는 철학, 이건 습관과 관련이 깊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이 있다면 모를까, 무엇이든 돈을 모으는 것부터 시작한다. 투자도 종잣돈이 있어야 가능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돈을 모으는 건 생활습관과 관련이 깊다. 먹고 입고 자고 활동하는 생활패턴이 어떻냐에 따라 돈을 모을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나는 절약이 생활화된 부모님을 보면서 절약습관을 익혔다. 어릴 때 연필도 몽당연필이 되어 더이상 잡을 수 없을 때까지 쓰다 볼펜대를 끼워서 썼고, 공책은 맨 뒷장도 모자라 표지까지 썼다. 옷은 물론이고 문제집, 자습서까지 모두 언니에게 물려받았다. 무엇하나 허투루 쓸 수가 없었는데, 쥐꼬리만한 공무원 월급으로 오남매를 키워야했던 부모님으로서는 절약은 의무였고 생활 그자체였다. 덕분에 지금 누구보다 돈을 잘 모은다.
둘째, 돈을 굴리는 철학이다. 다시 말하면 투자철학인데 이건 개인의 기질, 특성, 재능과 관련이 깊다.
부자들은 남의 방식을 따라하는게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투자방법을 가지고 있는데, 그는 타고난 그의 기질, 특성과 관련이 많다. 워렌 버핏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주식을 투자했고, 그를 통해 성공을 거두었다. 사람을 잘 믿고, 신중하게 판단하는 특성을 활용해 가치투자를 하고 사람들에게 위임해서 일을 한다. 이처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알아야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터득해갈 수 있다. 투자든 뭐든, 자신을 아는 게 먼저다.
셋째, 돈을 쓰는 철학, 이건 개인의 행복과 연결된다.
행복을 원한다면 나는 이 3번째 철학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지인 중에 어렸을 때부터 경제 교육을 받아서 40대 초반의 나이에 200억을 번 사람이 있다. 돈을 잘 벌고 잘 모으는데, 늘 불안해했고 돈이 있어도 행복할 줄 몰랐다. 그는 자신이 가진 돈을 어떻게 쓰고 활용해야하는지에 대한 철학이 없었다. 돈이 행복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말은 바로 이런 경우다. 행복한 부자도 많다. 돈을 가지고 내가 행복한 방향으로 제대로 쓸 줄 안다면 그가 진정한 부자라고 생각한다.
재정컨설턴트로 유명한 '보도 섀퍼'가 쓴 <돈>이라는 책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최적화할 것인지, 아니면 최소화 할 것인지 분명하게 결정해야 하는 순간을 언젠가는 맞게 된다. 삶을 최적화시킨다는 것은, 자신이 가진 시간과 가능성, 재능과 돈,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유효적절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자신이 현재 가진 자원에서 최선의 성과를 얻어내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최적화하기 원한다면, 자신이 될 수 있는 최선의 존재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어떤 삶을 살 건가는 순전히 개인의 선택이지만 나는 언제나 '내 삶을 최적화시키는 것'을 선택한다. 나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이루고 싶은 것도 많고 누리고 싶은 것도 많다. 그래서 최소화하는 삶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내가 가진 걸 최대한 활용하여 최대한 누리며 사는 편이 행복하다.
우리나라는 돈을 좋아하면서도 입 밖으로 돈 얘기를 꺼내는 걸 아직도 꺼려한다. 내가 돈을 좋아한다고 말하거나, 경제를 공부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돈에 환장했냐'고 말한다. 그런 말 하는 사람 가운데 돈을 싫어하거나, 돈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단 한명도 보지 못했다. 나는 그런 의식이 싫다. 나의 생각은 이거다. 돈을 좋아하고 벌고 싶다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대놓고 당당하게 하자. 돈은 좋은 것도 더러운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돈 그 자체는 중립적이지만, 어떻게 벌고 어떻게 쓰는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충분히 누리고, 원치 않는 것을 하지 않을 자유를 위해 돈을 벌고자 한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돈을 벌고 싶고, 제대로 누리면서 풍요롭게 살고 싶다.
내가 아쉬운 것 중 하나는 일찍부터 경제 관념을 깨치지 못한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경제를 공부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래서 지금이나마 공부를 하고 있다. 절약하는 습관을 통해 첫번째 철학은 몸으로 체득했지만, 아직 두번째 세번째 철학은 충분히 가지지 못했다. 내가 경제 공부를 하는 목적은 3가지다.
1) 건강한 돈 철학을 확립하고
2) 경제흐름을 읽고 투자판단 할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것
3) 그리하여 풍요로운 인생을 누리는 것
그런데 혼자서 책 읽고 강의듣고 하는데는 한계가 많았다. 세상에 정보는 널려 있는데 그걸 취사선택하고 해석하고 꿰는 힘은 부족했고, 나의 경험에 따라 내 관점이 고정되는 것도 한계였다. 어떻게 하면 보다 넓은 시야와 안목을 가지고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얼마전 나와 비슷한 목적과 의도를 가진 사람들을 모아 경제클럽을 만들었다.
현재 나까지 5명의 멤버가 있는데 모두 배경도 다르고 기질도 다르고 돈을 모으고 투자하는 방식도 다르다. 공통점은 다들 돈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으며, 체계적으로 경제를 공부하길 원하고, 다양한 투자경험을 쌓아서 자신만의 투자 안목과 방식을 확립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를 위해 함께 스터디하고 다양한 관점을 나누며 정보를 아낌없이 공유하고 실제적인 투자를 해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같이 풍요롭게 잘 사는 게 우리클럽의 목적이다. 그 길에 함께 할 동지를 모아서 기쁘다. 그것만으로 벌써 부자가 된 기분이다.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