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마음속에 외계인 하나쯤은 갖고 있...쿨럭
2015년 오스카 영화제 시상식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던 수상소감이 있었다. 그의 주인공은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시나리오 작가로 각색상을 받은 '그레이엄 무어(34)'였다. 그는 스티브 잡스의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 연설 문구 중 하나인 "Stay hungry, stay foolish"를 슬쩍 바꿔 "Stay weird, stay different (언제나 이상하게, 언제나 남다르게)” 라는 문구를 만들어냈다. 소감은 45초로 짧았지만 임팩트가 강했고, 2015년 오스카 최고의 수상소감으로 꼽혔다. 다음은 그의 수상소감 전문이다.
나도 그의 수상소감을 듣고 온몸에 전율이 오르는 걸 느꼈다. "이상해도 괜찮아. 달라도 괜찮아." 이거야말로, 내 평생 동안 가장 외치고 싶고,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던가!
그레이엄 무어가 버즈피드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인데. 매우 공감했다. 나 역시 스스로를 남과 다른 '이상한 존재'로 여기면서 살아왔다. 이를 테면 9살때 가장 좋아했던 시인이 김삿갓이었다는 것도, 돌아다녀야 기운이 나는 유목성향이 있다는 것도, 어릴 때부터 영적인 삶에 관심이 많아 "여보게 저승갈 땐 뭐 가지고 가려나" 같은 책을 읽었다는 것도(8살에ㅎㅎ), 고등학교때 공부 대신 어떻게 살지를 고민하느라 밤을 새는 것도, 모두 내가 이상한 녀석으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남들보다 큰 키도 이상해보였다. 최대한 남다른 부분을 숨기기 위해 애썼는데, 남과 다르다는게 들통나면 외로워질까봐 겁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구나 이상한 부분이 있더라고. ㅎㅎ 알고보니, 멀쩡하다고 생각해던 친구들도 다 이상한 녀석들이었다. 한 친구는 장롱에 자신이 가진 모든 현금을 쌓아두고 보는 취미가 있었고, 다른 친구는 아침마다 아리랑을 틀어두고 108배를 했다.(락을 틀고 할 수는 없지 않냐며...) 또 다른 친구는 밤마다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잠을 잘 수 있었고, 다른 친구는 스스로를 다른 별에서 온 존재라고 생각했다. ㅎㅎ 누구나 마음속에 외계인 하나쯤은 갖고 사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즈 뮤지션 '해럴드 오닐'이 참 좋은 말을 했다.
"모든 사람이 독특하다고 생각해요. 세상에는 '나 자신'으로 살 수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죠. 내 모습 그대로 사는 걸 이상하게 보는 세상이 더 이상한 것 아닌가요?
나는 내 내면과 독창성이 연결되도록 늘 최선을 다합니다."
한 살 두 살 나이가 들면서 좋은 점은, 그 전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부분들을 껴안을 힘이 세졌다는 것이다. 부족하고 못나보이기만 하던 내가 이제는 참 괜찮고 매력적인 인간으로 보인다. 내 넓은 어깨도 '북유럽 갬성'으로 느껴지고 이리 튀고 저리 튀던 모습은 '강력한 추진력'으로 보이고, 독특하기만 했던 내 정신세계는 뭔가 있어 보인다. '내가 남다르다'는 고민을 오랫동안 해왔는데, 2가지 결론을 내렸다.
내가 남과 다르다면, 철저하게 다른 인생을 살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모난 돌이 정맞는다고 하는데, 심하게 모난 돌은 아무도 치지 않는단다, 라고 할머니가 말씀해주셨다. ㅎㅎㅎ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대사가 생각이 난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라.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자기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라.
바보 같은 사람들이 뭐라 비웃든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