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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Oct 10. 2019

나의 치명적 약점에 강점도 있다

재능이 숨겨진 자리

여러분에게 한 아이를 소개하려고 한다.


이 아이는 난독증이 있어, 읽고 쓰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는 난독증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때라, 교사들은 그가 게으르다고만 생각했다. 게다가 무대 공포증이 있어서 남 앞에 나서는 것도 끔찍이 싫어했다. 쉽게 질려하는 성격 탓에 뭔가 하나를 진득하게 하지도 못했다. 난독증으로 학업이 어려워지자, 결국 17살에 학교를 중퇴하고만다. 


이 아이는 나중에 커서 뭐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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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는 커서 영국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가가 되었다. ㅎㅎㅎ 

그의 이름은 리처드 브랜슨.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영국인이자, 영국여왕 다음으로 부자라고 알려져 있다. 그가 운영하는 '버진그룹'은 세계 30여개국에 300여개의 계열사가 있고, 연간 20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다. 



그에게는 수 많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괴짜 CEO, 경영계의 이단아, 펀 겅영의 창시자, 모험가, 가장 창조적인 경영인 등 다 읊기도 어려울 정도다. 17살의 나이에 버진음반이라는 구멍가게에서 시작해 다국적 기업인 버진그룹을 만들기까지, 그의 약점이 톡톡히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난독증이 있어서, 이를 넘어보고자 학생잡지를 창간했는데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 잡지에서 번 돈으로 사업 토대를 마련했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걸 알고, 자신의 비전을 따르기 위해 학교를 중퇴했다. 그는 스스로 경험이 부족하다는 걸 잘 알았기 때문에, 좋은 동업자들을 구해 그들의 말에 귀 기울였다. 또 쉽게 질리는 탓에 기존에 구축해놓은 사업이 자리를 잡으면 바로 다른 전문경영인에게 위임하고 자신은 또 다른 사업으로 옮겨갔다. 이런 식으로 음반사업에서 항공사업, 현재 우주사업까지 사업을 확장해갔다.그렇게 창업 45년만에 세계적인 대기업 그룹을 만들었고, 그의 버진그룹은 영국인이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기업 톱3에 랭킹되기도 한다. 


'버진'이라는 이름은 '초보'인 자신을 뜻하는 동시에, 초보자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표현이다. 그는 자신의 약점을 받아들이고, 그에 숨은 힘을 활용해 커다란 기회로 바꾸어내었다.  


“우리 모두에게는 선천적으로 내재된 

장점이 있다. 그것을 발견해서 밖으로 

표출시키는 게 관건이다.

불가능은 없다. 

당신을 믿어라.”


- 리처드 브랜슨





약점에 대한 오해


개인의 재능과 잠재력개발을 도와주는 강점 코칭 일을 하면서, 이런 볼멘 소리를 종종 들었다. “강점을 주목하고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대체 약점은 어떡합니까?” 강점은 키우고, 약점은 관리하라고 하는데 그 말이 잘 와 닿지 않는다고 한다. 약점을 관리한다는 것에는 자신의 강점으로 약점을 보완하거나 파트너를 활용하는 등의 여러 방법이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약점을 만날 때, 또는 약점으로 괴로울 때는 먼저 ‘약점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볼 것’을 권한다. 우리는 흔히 약점을 나의 부족한 점, 내게 없는 무언가로 여긴다. 그런데 사실 많은 약점이 나의 강한 특성-재능에서 나온다고 하면 믿을 수 있겠는가? 



약점이 발견되는 자리


한번은 인도에 갔다가 이런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다. 성격이 예민한 예술가에 관한 이야기였다. 능력이 출중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한 예술가가 있었다. 그런데 성격이 어찌나 모났던지 주위 사람들이 모두 괴로워했다. 예술가도 너무 예민하고 직설적인 자신의 성격을 아는지라, 고민 끝에 구루(정신적 스승)를 찾아가 상담을 요청했다. 예술가가 성격을 고치고 싶다고 하자, 그의 말을 곰곰이 듣던 구루는 이런 말을 해주었다. 


“제가 고쳐줄 수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알아야 할 게 있어요. 당신의 창의성이 발현되는 지점과 신경질적인 부분이 맞물려 있다는 사실이에요. 당신의 예민한 성격을 고쳐줄 순 있지만, 그러면 당신의 예술적 재능도 같이 없어질 거예요. 그래도 괜찮겠어요?” 


예술가는 그 말을 듣고 잠자코 있더니,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대로 돌아가버렸다고 한다. 구루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했다. 유달리 강한 감수성에서 뾰족한 성정과 예술적 재능이 함께 나오고 있다는 것. 약점은 내가 가진 재능의 대가일 수 있으며, 그를 없애는 게 아니라 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가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가만히 생각해보자. 나에게 있어 약점이라고 치부하는 것들은 과연 어떤 것들인가?   



약점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약점의 재발견>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나왔다. 먼저 사람들에게 자신의 약점을 쓰게 하고 그를 공유하게 하는데, 놀랍게도 자신에게 부족하거나 없는 점을 약점으로 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은 자신이 가진 매우 강한 특성들을 적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책임감이 강한 사람은 ‘거절하지 못하고 일을 과하게 떠맡는 것’을, 감수성이 발달한 사람은 자신의 ‘예민함’을 약점으로 꼽았다. 또 행동력이 강한 사람은 ‘성급함’을, 전략적 특성이 강한 사람은 상황마다 전략을 바꾸는 자신의 ‘기회주의자’ 같은 면모를 약점으로 보았다. 이처럼 내게 없는 부분보다는 너무 강해서 자주 드러나는 특성이 긍정적으로 쓰이지 못하거나 조절되지 못할 때, 사람들은 그를 자신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인식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의 특성을 매우 잘 파악했는데, 누굴 만나도 그가 어떤 재능을 가졌는지, 어떤 행동패턴을 가졌는지 재빨리 파악할 수 있었다. 상대방의 특성과 상황에 맞춰서 나의 행동과 언어를 조정하고, 퍼스낼리티도 바꾼다. 나는 이런 ‘맞춤화’가 무의식적으로 발휘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게 나의 저주받은 약점이었다. 맞춤화 능력은 ‘줏대 없음’으로, 다른 사람들의 재능을 매우 잘 파악하는 능력은 ‘타인과 나의 재능을 비교하는 열등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나에게는 머릿속에 생각한 것을 바로 실행에 옮기는 강력한 실행력이 있는데 이는 오랫동안 ‘성급함’ 또는 ‘무모함’으로 치부되어 저평가되었다. 억누르려고 애썼던 그 특성들이 실은 엄청난 재능이라는 건 나중에 알게 되었다. 


미국 갤럽에서는 인간의 재능을 34가지 테마로 설명한다. 그 중에서 사람들의 고유한 특성을 파악하는 능력은 ‘개별화’라는 재능으로, 아이디어를 실행할 줄 아는 능력은 ‘행동’이라는 재능으로 부른다. 이처럼 열등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약점들이 실은 내가 가진 재능이라는 걸 발견하면서 큰 해방감을 느꼈다. 나는 약점투성이 인간이 아니었다. 다만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어떻게 쓰는지 몰라서, 약점으로 처박아 두고 있었을 뿐!  



나의 약점에 숨겨진 힘이 있다 


이스라엘 최고로 힘센 장사였던 '삼손'. 그의 힘의 원천은 머리카락에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의 약점이기도 했는데, 머리카락을 자르면 괴력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사실 많은 영웅들의 힘의 원천은 그의 약점이기도 했다. 


마커스 버킹엄은 “인생의 진정한 비극은 우리가 충분한 강점을 갖고 있지 않다는 데에 있지 않고, 오히려 갖고 있는 강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의 재능이 보이지 않는다면, 수많은 약점 때문에 도무지 강점이라는 게 와 닿지 않는다면, 그 약점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대가 들어가기 두려워했던 동굴이 알고 보면 그대가 찾는 것의 원천이다.
그렇게도 두려웠던 동굴 안에 있는 꺼림칙한 대상은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 조셉캠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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