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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Jun 18. 2020

글을 쓰는 단 하나의 방법, 쓰고 쓰고 또 쓰기

얼마 전 아는 분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책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할 수 있냐고 말입니다. 그에 관해서 들려줄 말은 하나 뿐이었다.


쓰고 쓰고 또 쓰거라


<타이탄의 도구들>을 쓴 '팀 패리스'는 글쓰기에 관해 받은 최고의 조언으로 다음을 꼽았다.


"매일 허접하게라도 두 장씩 써라."


매일 2장씩이라도 쓰다보면, 오늘 하루도 해냈다는 생각이 들고 이런 성공의 맛이 계속해서 쓰도록 이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양'이지, '질'이 아니다. 양을 채우고 나면 질은 따라온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기자인 '닐 스트라우스'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그는 논픽션 분야에서 글을 가장 잘 쓰는 사람으로 손꼽히는데, 성공하고 싶다면 글을 잘 써야한다고 단언하며 이렇게 말한다. 


"100장 짜리 글은 10장으로 쉽게 압축할 수 있다. 반면에 10장 짜리 글은 100장으로 늘리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10분 후 휴지통으로 직통하더라도 쓰고, 쓰고, 쓰고, 또 써야한다. "


내가 글쓰기에 관해 받은 조언도 똑같았다.

2007년 대학을 졸업할 때였다. 당시 저는 제 책을 쓰기 위해서 고군분투 하고 있었는데, 왠일인지 잘 되지 않았다. 저의 사부는 그때 만년필 한 자루를 선물로 주며, 이런 조언을 해주었다.


"쓰고, 쓰고, 또 쓰거라."



이 문구는 지금도 제 책상앞에 써붙여져 있다. 지난 10년동안 이 말을 실천한 건 지금까지 합해봐도 몇 달 안된다. 나머지 기간은 글을 써야한다는 '생각'을 하며 주로 지냈다. 그리고 몇 달 안되는 기간동안 책을 2권 썼다. 매일 썼더니, 정말로 글이 모이기 시작했고, 그 글이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내가 글을 못 썼던 이유


가만 보니, 그동안 글을 못 썼던 이유가 있었다.


첫째, 글을 쓰는 대신 생각만 했다.

손을 써서 글을 쓰는 것과 머리로 생각하는 건 분명한 차이가 있다. 책을 쓴다고 하면서 못쓰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생각'만 한다. 생각하는 시간이 훨씬 많고 정작 앉아서 글을 쓰는 시간이 없다. 글쟁이들 사이에 "글은 궁둥이로 쓰는거지, 머리로 쓰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ㅎㅎ 글을 쓰려면 실제로 타자를 쳐야하고, 연필로 써야 한다. 작가들이 권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도 "실제 종이에 생각을 옮겨놓는 것"이다.


둘째. 기분 내킬 때만 썼다.  

기분 내킬 때만 쓰다보니 규칙적이지 않았다. 내키면 종일이라도 쓰다가, 안내키면 며칠이고 쓰지 않다. 이러다 보니 글이 축적되지가 않았다. 제철소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용광로에 불을 꺼뜨리지 않으려고 한다. 왜냐면 한번 꺼진 불을 다시 켜는데 에너지와 시간이 엄청나게 들기 때문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한번 불이 꺼지면 그 불을 다시 살리는데 많은 에너지가 든다. 그러니까 그냥 습관처럼 써야한다. 하루 단 2줄이라도.


이처럼 글을 못썼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글을 쓰는 방법도 도출된다.

쓰고 쓰고 또 쓰는 것.


"글을 쓰시려면  잘 써야 한다에서 잘만 빼내시면 됩니다.그냥 쓰세요.” – 카피라이터, 정철


“책쓰는 비법이요? 한번에 한 단어씩 쓰는 거죠.” – 소설가, 스티븐 킹


“글을 쓰려면 생각하지 말고 글을 써야 해.” –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 대사 중



글쓰기 근육을 기르자


얼마전 책을 내고 싶은 멤버를 모아 <수상한 북클럽>을 열었다. 모든 멤버가 9월까지 초고를 완성하는 걸 목표로 작업하는데, 수상한 북클럽의 규칙은 한 가지다.


날마다 글 한 편씩 쓰기.


주제, 길이, 분량은 상관없다. 2줄이라도 좋으니, 일단 오늘 글을 한편 쓰는 것. 그렇게 글을 쓰다보면 쥐어짜는 듯한 기분이 매일 돈다. 일주일, 이주일이 지나면 더욱 심해진다.  '오늘을 뭘 쓸까?' 글감을 찾아다니는데, 마치 사냥을 나선 사자처럼 눈에 불을 켜고 찾는다. 한 멤버는 이렇게 얘기했다.


"오늘은 정말 쓸 게 없는데...대체 뭐 쓰지?  빈 모니터를 마주하고 머리를 쥐어뜯으면서도 어떻게든 글을 쓰는 자신을 보게 된다. 글쓰기 습관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책을 쓰고 싶어하지만 못 쓰는 데는 이유는 사실 단순하다. 글을 쓰는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이다. 책을 쓰려면 어떻게든 글을 써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게 '글쓰기 근육'이다. 한마디로 글쓰는 습관이다. 그래서 한 달동안 어떤 주제로든 글을 쓰게끔 했다. 매일 쓰는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쓰다보면 자기의심이 생기고, 지루해지고, 고통스러운데 그걸 이기고 혼자서 계속하기가 쉽지가 않다.  


글을 쓰려면 '글쓰기 근육'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매일 글쓰는 건  필수다. 무거운 덤벨을 들어올리기 위해 온 힘을 쥐어짜는 과정에서 근육이 커지듯, 글을 쓰려고 머리를 쥐어짜는 과정에서 글쓰기 근육도 함께 자라난다. (물론 그냥 써지는 날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빈 화면을 채우기 위해 애써야 한다)  작가에게, 글을 쓰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이 근육만큼 중요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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