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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Jul 08. 2020

서문_넘어졌다, 글을 딛고 일어났다

16주만에 첫 책 쓰기 가이드북

나의 이야기를 쓸 때 일어나는 일

# 0

헤어날 수 없는 늪


20대는 내 마음껏, 맘대로 살았다.

하고싶은걸 하겠다며, 다니던 일자리에서 몇 번이나 제발로 걸어나왔고

종국엔 세계여행을 떠났다. 세계를 돌아보고 나면, 뭔가가 보일 것 같았다.

하지만 나를 맞아한 건, 0원이 돼버린 통장잔고와 앞으로 뭐먹고 살까는 물음들...

그 끝자락에서 나는, 끝 모를 우울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왜 살아야 하는지, 어찌 해야 좋을지 몰랐다.

모든 게 잘 못 된 것 같은 느낌만 강할 뿐.  

어떻게 우울을 헤어나와야할지 몰랐고, 어떻게 죽는다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날이었다.


# 1

내 멋대로 한번 살아보겠습니다!


20대때 내 모토는 ‘최대한 많은 걸 경험하기’였다. 내가 뭘 잘하고 뭘 좋아하고 뭘 원하는지 충분히 경험해보면, 종국에 어떻게 살고 싶은지 명쾌하게 그릴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들은 경력을 쌓는다고 애쓸 때, 오히려 더 많은 경험을 쌓으려고 발싸심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무전여행도 하고, 히말라야도 오르고, 지리산에 들어가 한달간 단식도 하고, 원주민 만나러 호주에 가기도 했다. 하고 싶은 일에도 다 도전했다. 아르바이트만 스무가지 넘게 했고, 직장만 5군데를 다녔다. 일하다 놀고, 일하다 여행하고 그렇게 자유분방하게 지내다, 20대의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30살이 되던 해, 세계여행을 떠났다.

1년 반 동안 세계를 내 집처럼 돌아다니다 다시 한국에 들어왔다. 내 버킷리스트를 모두 완성한 기분이 들었고, 더 이상 하고 싶은 게 없었다. 이쯤되면, 어떻게 살아야할지 명쾌해질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여전히 인생은 불확실했고, 나도 개뿔 달라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나의 자유로움을 부러워했지만 나는 속빈 강정이었다.


그제야 내가 처한 현실이 눈에 들어왔다. 친구들은 직장에서 연차가 쌓여 인정받고 있었고, 결혼해서 자기만의 안정된 기반을 마련해가고 있었다. 나를 돌아봤다. 그간 엄청난 자유는 누렸지만 남은 거라곤 변변찮은 커리어에, 불안정한 생활기반, 0원이 찍힌 통장 잔고, 그리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타이틀 하나. 정말 최악이었다. 친구들과 비교하니,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내가 너무 초라해 보였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여태껏 해온 모든 선택들에 지독한 회의가 들었다. 더 이상 뭘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앞이 꽉 막힌 것 같았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력한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내가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며 살아왔다는 자책감에, 루저라는 생각에, 매일같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1년 반을 지냈다. 지독한 우울이었다.


#2

내 발등에 도끼를 찍고싶은 마음이 들 때


'그때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더라면….’

‘그때 여행을 가지 않았더라면….’

그런데 몇 번을 다시 생각해도, 그외 다른 선택을 했을것 같지가 않았다. 그 순간이 오면 나는 또 회사를 그만두고, 또 세계 여행을 떠날 것 같았다. 왜? 그냥 내가 그렇게 생겨먹은 인간이니까!


내가 한 선택을 바꿀 생각이 없다면, 지금 내게 필요한 건 한 가지였다.

내가 한 선택을 최고로 만드는 것.


죽고싶다고 생각했던 그날, 나는 밤새도록 골똘히 생각했다. 지나온 시간을 후회하는 대신 만약 그를 100% 살릴 수 있다면 그건 뭘까? 지금까지의 경험을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죽을때 죽더라고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지금까지 수첩, 노트북, 핸드폰 등에 기록해온 나의 경험을 돌아보며, 생각에 깊이 잠겼다. 언젠가 소용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써온 기록은, 언제 어디에서 일어난 일인지 분까지 적어둘 정도로 상세했다. 이걸 가지고 뭘 할 수 있을까? 하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래, 이걸로 글을 한번 써보면 어때? 세계 여행했던, 그 이야기부터!


그날부터 당장, 그간의 여행기록을 바탕으로 글을 써서 <브런치>에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다.



#3   

길을 막았던 장애물은 새로운 길이 된다


글이란 게, 참 신기했다. 그저 써 내려갈 뿐인데 한 편의 글이 완성되고 나면, 내가 한 경험들이 생명력을 얻고 살아 움직였다. 그냥 경험이 아니라, 뭔가의 의미를 가진 경험이 되어 다시 내게 꽂혔다. 그때마다 엄청난 희열을 느꼈다. 100명이 나를 둘러싸고 2박 3일 동안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해준다고 해도 미치지 못할, 그런 만족감이었다. 더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좌절감은 유머로, 결기로, 때론 신나는 모험으로 흘러나왔다. 사람들은 내 글에 위안을 받았다고 했고, 재미있다고 했다. 급기야 그 글들은  책으로 엮어져 <완벽이란 놈에 발목잡혀 한걸음도 못 나갈 때> 의 타이틀을 달고, 세상으로 나오기까지 했다.

  

예전엔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 세상이 저절로 내게 ‘어떻게 살라’고 답을 알려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경험 자체는 구슬과 같아서 힘이 없다. 경험은 오직 활용할 때 그 진가를 발휘했다. 내가 경험을 활용해 스스로 답을 만들지 않으면 누구도 답을 주지 않는다. 그 답은 내가 만들어 내야 한다.


 이런 경험 덕분에 나는 누굴 만나든 ‘자신의 이야기를 써보라’고 자주 권한다.  경험을 나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하다. 경험을 글로 쓰게 되면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생긴다. 그렇게 되면 그 경험을 어떻게 해석할지 알게 되고, 거기에서 인생을 바꿀 힘도 얻게 된다.


글을 쓰면서 알게 됐다. 인생은 결국 내가 만들어 가는 거라는 걸. 이렇게 글을 쓰면서 내 인생을 보는 관점이 바뀌었고 깊은 우울에서도 완전히 벗어나게 되었다. 그때 확실히 이걸 배웠다. 실패를 경험으로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를 이야기로 쓰는 것이다.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만들기 위한 첫 걸음은 나의 이야기를 내가 직접 써보는 것이다. 



당신의 이야기를 써보세요. 16주면 됩니다!


이 책은 넉 달 안에 자신의 책을 쓰게끔 돕는 책이다. 하지만 글쓰기에 대한 책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표현에 대한 책이고,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도록 격려하고 응원하는 책이다. 본질은 자기표현이며, 방법이 글쓰기인 셈이다. 

나는 지금까지 4권의 책을 내었고, 운 좋게도 거의 모든 종류의 출판과정을 경험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쓰도록 돕고,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자신을 온전히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그를 글쓰기 혹은 책쓰기로 풀어보고 싶은 분이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책 한 권을 쓰는 건, 기존에 없던 세계를 하나 만드는 것과 같다. 수많은 별들은 카오스를 타고 태어나듯, 한 권의 책을 만드는 작업에도 그만한 혼돈과 어려움이 따른다. 실제 글을 써보면 '초고를 완성' 해내는 게 가장 어렵고 힘들다. 초고는 가능한 빨리 쓰는게 좋은 데, 혼자 쓰다보면 1년, 2년 지지부진해지는 경우가 많다. 내 경험상 4개월이면 충분히 초고를 완성할 수 있다. 자료수집 조사가 필요한 경우라면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본인의 경험을 글로 풀어내는 에세이라면 16주는 충분한 시간이다. 


보통 책 한 권에 40~50꼭지 글이 들어간다. 하루 한 꼭지씩 쓴다면 2달이면 초고를 완성할 수 있다. 주제와 컨셉을 잡고, 목차를 구성하고, 1차 퇴고까지 해서 초고를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4개월로 잡는다. 이 시간이 지나면 늘어지기 쉽고, 이 시간을 당기면 촉박하다. 4개월이면 초고를 구상하고 집필하기까지 적당한 긴장감과 적당한 스트레스로 글을 써내려가기 적당한 시간이다.  


책을 쓰겠다고 '생각'하는 것과 궁둥이 붙이고 앉아 '쓰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라는 걸 알았으면 한다.  다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거쳐야 하는 단계가 있고, 지속하는 끈기가 필요하다.  그 두 가지를 도와준다.  혼자서 책을 쓰기 어려워하는 분들, 나의 경험을 풀어놓고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 분들, 내 이름을 걸고 책 한권을 내고 싶은 분들이라면 도움이 될 것이다.  내 인생에서 16주만 투자해서 매일 써보면 그 다음부터 길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책을 쓸 수 있을까, 쓰지못할까, 비난받으면 어쩔까, 완전 망하는거 아닐까 미리 걱정할 필요 없다. 실패는 없으니까. 오직 시도와 경험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래도 실패하면? 그것도 글 소재로 쓰면 된다.  내 삶을 재료로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다면, 이 책은 당신을 위한 책이다.


“타인에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
바로 나만의 이야기를 가지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차별화된 무기가 있다.
바로 나만의 이야기를 가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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