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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Jun 24. 2020

어느 밤,천재를 보고나서 생각했다

아, 피땀눈물로 노력해야하는거구나...

지난 밤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2013년도 무한도전 영상을 보게 됐다. (그놈의 알고리즘...)  정형돈과 지드래곤의 케미 영상이었는데, 둘이 '해볼라고'라는 곡을 만들며 패션아이템을 짜면서 티키타카 하는 과정이  너무  재밌게 그려졌다. 다시봐도 재밌어서 몇번을 돌려봤네. 


그걸 보면서 그간 잊고 있던 지드래곤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 그의 독창적 재능, 빼박 아우라, 자신만만한데 약간 수줍은 듯한 태도... 그의 재능과 음악을 좋아했는데, 이후 그를 둘러싼 루머들과 무엇보다 YG의 정나미 떨어지는 행각들로 빅뱅은 생각지도 않고 지냈다. 그러다 아닌 밤중에 그에게 다시 꽂혀, 지디 인터뷰와 노래를  들으며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나는 재능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약하다....


아래는 지디 인터뷰 중 일부를 뽑아왔다.



"어렸을 때 부터 YG 엔터테인먼트에서 받은 숙제 중 하나가 작곡이었다. 중학생일 때 일주일에 한 곡 씩 쓰라고 했다. 그때는 미국 연주곡을 사용해 멜로디와 가사를 쓰게 되었다. 한 일년 정도 그렇게 했다. 그 다음에는 기간이 짧아졌다. 사흘에 한 곡 씩 쓰라고 하다가 이틀이 되고 하루가 되었다. 오랜동안 그렇게 하는게 훈련이 되어서 나에겐 하루에 곡 하나 쓰는 건 정말 쉬운 일이다. 취미처럼 되어버렸다." (인스티즈 인터뷰, 2012년)


 어쩌면 내가 매일 글을 한편 쓰겠다고 마음 먹은 것도, 오래 전에 지디가 매일 곡을 하나씩 썼다는 걸 기억해두고 은연중 따라하게 된지도 모르겠다. 그처럼, 나도 내가 가진 걸 제대로 표현해보고 싶다는 부러움에서 말이다. 


"난 허점도 많은 아이다. 그래도 무대 위에서만큼은 내가 봐도 멋있다. 지금 무대 위에 선 내 모습을 (TV 모니터링) 보면 내가 봐도 미친놈 같다. 그런데 그게 정말 좋다. 뚜렷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내 안에서 어떤 에너지가 솟구치는 게 느껴진다." (이데일리 인터뷰, 2012년)


스스로 멋지다는 표현을 쓰려면, 대체 얼마나 해야할까?? 

'내게 반하는 삶'이 내 모토인데, 나는 정말 그만큼 그렇게 하고 있는지 다시 돌아보게 되는 순간.... 


“어디선가 ‘천재’라고 표현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오해다. 그런 시선이 불편하고 부담스럽다. 단지 남들보다 음악을 먼저 배웠을 뿐이고 나름대로 노력했고 운좋게 기회를 얻은 것이다. 나처럼 하는 친구들이 많지 않아서 더 부각됐는지도 모르겠다.” (경향신문 인터뷰, 2011년)


 "내 생각엔 어떤 것을 일이라고 생각하고 하면, 내가 원하는대로 잘 나오지 않는것 같다. 그게 모든 것과 연관 된다. 그게 음악이던, 노래던, 패션이던, 영상이던지 간에. 그저 긴장을 풀고, 재밌는 영상을 보고 좋은 아이디어에 대해서 얘기하면 된다." (인스티즈 인터뷰, 2012년)


"저는 어제보다 오늘 가장 빛나는 것 같아요. 제 모습을 봤을 때 빛이 안 난다거나, 제가 만든 결과물이 실망스럽다면 미련 없이 이 일을 그만두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요. 어제보다 나아지려고 노력할 뿐이지 특별히 내일에 대한 생각을 하며 살지는 않아요. 어제보다 나아져야 한다. 이 말이 저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에요." (ELLE 인터뷰, 2017년)


지드래곤처럼 무대에서 정신줄 놓고 멋대로 뛰어놀 수 있으려면, 그만큼 무대 밑에서 땀흘리며 엄청나게 노력해야 한다. (는 건 나중에 알았지. ㅡ.ㅡ)  자신만의 스타일과 아우라를 가지려면 그만큼 노력하고 투자해야한다.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에서 온다는 말을, 요즘에서야 실감하고 있다. TED 강연을 즐겨보는데, 거기에 올라오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보면서 그들의 자신감과 자연스러움은 타고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그들도 무대에 오르기 전 몇 달 동안 치열하게 내용을 구성하고 몇 십번이고 연습해서 오르는 거더라고. 하도 연습해서 자연스럽게 보인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부탁의 기술>로 테드에서 좋은 강연을 보여준 아만다 파머. 단순히 참 재능있네, 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가 이 강연을 위해 넉달동안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했다지, 나중에 알았다

그러니까 '자연스러움'과 뿜어나오는 '자신감'은 단순히 타고나는 게 아니라 피나게 노력해서 얻어지는 거였다. 그런데 나는 대체 믿고, 재능도 별반 없으면서 그만큼의 노력도 하는건지... 부끄럽고 한심했다. 지디처럼 자신의 길에 전념하고, 몰두하고 모든 걸 쏟아붓는 자들을 보면, 정신이 확 든다.


누군가가 그랬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보상은 다른 사람의 인정이나 지지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걸 더 많이 하는 거라고. 그게 진짜 보상이라고.  나도, 그렇게 전념해서 내가 가진 것을 원없이 뿜고 싶다, 그러면 최소한 언제 죽어도 후회는 없을 것 같다... 


- 노력하는 천재들을 보며, 절로 겸허해지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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