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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Jun 30. 2020

빛은 빛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다

22살, 호주사막을 여행할 때였다. 


사막탐사를 하다 중간에 쉴겸 어느 작은 휴게소에 들렸다. 휴게소는 작고 허름했지만 온갖 신랄하고 재미난 글들로 가득했다. 매력있는 곳이었다. 혼자 낄낄대면서 글을 하나씩 보는데, 아주 인상적인 그림과 글을 발견했다.

휴게소는 대충 이런 모습이었다. (출처: pixabay)

어느 추운 날, 파리가 거름 위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런데 새 한 마리가 파리 머리에 똥을 싸고 갔다. 기분이 몹시 나빠진 파리. 그런데 이번엔 또 다른 새가 파리 위로 오줌을 싸고 갔다. 이번에는 따뜻해서 기분이 좋았다. 기분이 좋아진 파리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그 소리를 듣고 날아온 다른 새에게 잡혀먹었다..는 내용의 그림이었다. 그 그림엔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Everyone who shits on you is not necessarily your enemy. 

Everyone who gets you out of a pile of shit is not necessarily your friends. 

And if you're warm and happy in a pile of shit, keep your mouth shut."


번역하면, 누군가 내게 똥 눈다해서 꼭 나쁜 일만도 아니며 누군가 내게 노래를 불러준다해서 꼭 좋은 일만도 아니다. 뭐 그런 말이었다. 그러니까 누군가 나를 욕한다고 해서 그가 꼭 나의 적은 아니며, 반대로 내게 칭찬을 한다고 해서 그가 반드시 나의 친구도 아니라는 것... 즉 모든 일에는 이면이 있다는 말이었다. 그게 무척 인상이 깊어서 오래 기억에 남았다. 



모든 일엔 이면이 있지


일전에 방송인 김종국의 활동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데뷔 30년이 다 되어가는데 큰 논란없이 방송생활을 해오고 있다. 그런 그도 처음 가수생활을 할 때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김종국은 운동에 소질이 있고 싸움을 잘해 조직의 스카우트를 받을 정도였는데, 자신의 목소리를 살려 가수에 도전해보기로 한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6개월 동안 열심히 준비해 '터보'라는 듀오로 데뷔하게 된다. 데뷔하자마자 <나 어릴 적 꿈> (1995), <검은 고양이 네로> (1995) 등 여러 곡이 히트를 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잘 나가던 시기가 실은 암흑의 시기이기도 했다. 당시 그의 소속사는 조폭이 운영했는데, 돈을 벌기 위해 무리하게 스케쥴을 잡았고 대부분의 수익을 갈취했다고 한다. 만약 활동하다 실수라도 하면 지하실로 끌려가 많이 맞았다고 한다. 법적 계약이 종료되어서야 겨우 소속사를 나왔고, 솔로 활동을 하려고 했지만 이전 소속사의 방해로 방송 출연이 어려웠다. 이런 방해에도 그는 프로듀싱까지 직접 배워가며 솔로 1집을 낸다. 하지만 솔로 1집은 처참히 망해버리고 이후 그는 모든 걸 포기하고 활동을 중단하게 된다.


하지만 3년 뒤, 김종국은  <한남자>로 컴백, 다시 전성기를 맞게 된다. 그는 그동안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남는 시간에는 좋아하는 운동을 하면서 일상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굉장히 힘들었을 법한데도 김종국은 데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사실 그때가 있었기에 지금 저라는 사람이 있고, 추억할 수 있는 소중한 곡도 남아있다. 그때 인생과 음악적으로 많은 걸 배워서 지금 잘 될 수 있었던 거라 그 시기를 감사하게 생각한다.


인생의 암흑기에 있을 때 그는 일부러 어떤 상황에도 긍정적인 걸 찾는 습관을 들였다고 한다. 예를 들어 손을 다쳐 운동을 하기가 어려워지면 이렇게 생각한다. '손은 못 쓰니까 그럼 이번 기회에  내가 싫어하는 다리운동을 더 해볼 수 있겠네?' 이렇게 생각하면서 더 많이 감사하게 됐다고. 이런 말도 덧붙였다.  


"아무리 불행한 일을 겪어도 그 안을 잘 들여다보면 분명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걸 찾는 능력을 키우는 게 살아가는 데 엄청난 도움이 된다."


전화위복轉禍爲福, 이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재앙이 바뀌어 복이 된다는 뜻으로, 좋지 않은 일이 계기가 되어 오히려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말이다. 호주 사막에서 본 그림, 김종국을 생각하다보니 전화위복,이 절로 떠올랐다. 이는 어려움이 오히려 좋은 일로 바뀔 수 있으니, 일시적으로 화가 닥쳐도 절망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다. 

 


빛은 빛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쓸모가 있다


어릴 때 위인전을 즐겨 읽었는데, 훌륭한 리더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은 자신을 추종하는 사람만을 곁에 두지 않았다.  자신의 뜻과 달라도 바른 말을 할 줄 알고 능력이 있으면 곁에 두고 귀하게 썼다. 못난 리더가 되는 시발점은 자신의 추종세력만, 아첨꾼만을 곁에 둘 때다. 예전엔 그게 이해가 가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지금은 확실히 이해한다. 


리더는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다. 결정을 하려면 폭넓은 안목과 깊이 있는 사고를 갖춰야 한다. 그런 사고는 다양한 관점과 이해들을 접하고 포용할 때야 얻어지는 것들이다. 즉, 훌륭한 리더는 서로 다른 것들 - 다양한 것들을 아울러서 더욱 큰, 더욱 아름다운 뭔가를 만들어낼줄 아는 능력이 있었다. 그러니까 그들은 자신에게 반대되는 힘을 아주 잘 활용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를 강하게 만든 사람들은 내게 칭찬을 해준 사람이 아니었다. 나를 강하게 만든 사람들은, 나를 오해하고 욕한 사람들이었다. 나를 싫어하고 나를 밀어내고 나를 반대하던 힘들이 실은 나를 살리는 힘이기도 했다는 걸 후에 알았다. 나를 분노케 하고, 나를 잠 못들게 했던 그 힘들이 나를 이곳까지 끌고 온 힘이기도 했다는 걸... 그런 관점에서 보면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도 고맙고, 나를 이해하지 않은 사람도 고맙다. 받아들일 수 있는 힘만 있다면.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포레스트는 모두가 인정하는 바보였는데. 달리기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대학에도 들어가고, 이후 탁구 국가대표에 참전용사가 되는 등 인생을 역전한다. 그런데 포레스트의 달리는 재능을 일깨워 준 건 뛰어난 코치가 아니었다. 바로 그를 괴롭히던 동네불량배들이었다. 불량배들은 포레스트를 뒤쫓으며 괴롭혔는데, 포레스트는 그들을 피하기 위해 죽자사자 달렸고 그러면서 자기도 몰랐던 달리기 재능을 발견한 것이다.   


빛은 빛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쓸모가 있다.

슬픔은 슬픔대로, 기쁨은 기쁨대로, 분노는 분노대로,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다. 

모든 것에는 항상 이면이 있으며, 서로 반대가 있어서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 

오늘 그를 다시 한번 일깨운다.  


빛은 빛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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