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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Jul 15. 2020

기억에 남는 글을 쓰려면, 강약조절부터!

글도, 조명도 돋보이려면 강약이 필요하다

똑같은 시금치인데도 이 집에 진열된 게 더 싱싱해보이고,

똑같은 옷인데도 백화점에 진열되면 더 고급져보인다. 

알고보면 같은 제품인데도 그렇다. 

이처럼 같은 물건인데도, 유독 어떤 곳에서는 더 좋아보이고 돋보이는 것이 있다.


똑같은 것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힘


비주얼 머천다이저(VMD: Visual Merchandiser)인 이랑주씨는 상품진열을 통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일을 한다. 그는 사람들이 지나가며 고개를 한 번 더 돌리게 만드는 힘은 '빛'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매장에서는 물건을 진열할 때 '조명'을 활용해 상품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끔 만든다. 조명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판매량도 달라진다. 인간은 자동적으로 밝은 곳에 이끌리기 때문에, 조명의 강약을 조절해 고객의 시선과 이동경로를 디자인해낸다. 그저 '빛'의 양으로 사람들의 주목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돋보이도록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빛만이 아니다. 어둠도 적극 활용한다. 주변을 더 어둡게 만들어 대상이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이랑주씨는 “특별히 눈에 띄게 만들고 싶은 상품이 있다면 그 진열대 주변의 조도는 더 낮게 설정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모든 공간을 똑같이 밝게 하거나 같은 조도를 사용하면 시선을 끌기 어렵다. 같은 조도를 사용하면 공간은 평범해보이고, 제품은 평면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빛과 어둠을 활용해 밝혀야 하는 곳을 정확히 찾아 밝혀주는 것, 그게 상품진열에서 매우 중요하다.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 통로는 어둡게, 조명은 오로지 상품을 비추도록 설계돼 있다 (이미지출처: 뉴스핌)



기억에 남는 글을 쓰려면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는건 글도 마찬가지다. 강약을 주어야 글도 더 흥미로워진다. 모든 이야기를 강약 없이 풀어낸다면 그건 그냥 일기다. 하루에 있었던 일을 비중 조절 없이, 그냥 풀어놓는 것이다. 이런 글은 읽고 나서도 ‘이 사람이 뭘 말하려고 한 거지?’ 아리송하다. 글에 강약이 없기 때문이다. 글의 강약이 없다는 건 무슨 말일까? 글쓴이가 전달하는 '핵심'이 없다는 뜻이다. 여러 이야기를 동일하게 풀어놓다보니, 뚜렷이 부각되는 것이 없이 이야기들이 마구 뒤섞여 버린다.  


글의 강약이 있으면 아무리 많은 이야기가 뒤섞여 있어도 핵심 이야기로 초점이 모인다. 읽고나서도 '아 이런 걸 이야기 한거구나' 라고 기억되는 메시지가 있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글을 쓰려면, 글의 강약을 조절해서 풀어낼 줄 알아야 한다.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도 강약조절이 안되는 것이다. 나도 글을 쓰면서 가장 어려웠던 게 바로 이 강약조절이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고, 모든 이야기가 중요했기 때문에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었다. 무전여행기를 쓴다치면,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있었던 모든 일을 쓰는 식이었다. 경험한 모든 이야기가 중요하다보니, 핵심 되는 이야기가 없고, 그러면 읽고 나도 기억나는 게 딱히 없다. 


모든 이야기를 같은 힘으로 다루면 매력이 없어진다. 만약 하고 싶은 말이 많거나, 내가 써놓고도 무슨 말인지 모른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렇게 물어보자. 

“내 이야기가 진열대에 있다고 가정한다면,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에 가장 주목해주길 바라는가? “


이 이야기를 왜 쓰고 싶은지,

이 경험에서 내가 가장 좋았던 점/ 크게 깨달았던 점은 무엇인지,

이 이야기에서 내가 가장 전해주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어떤 이야기에 가장 빛을 쏘아 줄 건지 결정해야 한다. 이 이야기를 왜 쓰고 싶어했는지,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어떤 이야기에 빛을 줄건가? 결정해야 한다 (출처: 픽사베이)


글의 강약을 주는 방법


상품은 빛과 어둠으로 강약을 조절하지만 글에서는 어떻게 강약을 조절할까? 


먼저 이 글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 핵심메시지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심이 되는 핵심이야기는 마치 조명을 갖다 댄 듯 묘사하고 세밀하게 풀어준다. 반면 주변 이야기는 과감히 생략하거나 정말 알아야할 사실만 간단히 표현해서 주목도를 낮춘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글쓴이가 자세하게 서술한 부분을 주목하고 기억하게 된다. 다른 이야기가 충분히 어둡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고싶은 말이라도 불필요하다면 간략하게 하고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극명한 빛의 대비는 그곳을 바라봐야 한다는 단호한 신호를 전달한다.” 는 이랑주씨의 말은 글에서도 통한다. 


내 글이 사람들의 기억에 남도록 만들고 싶다면, 글의 강약을 조절하는데 신경써보자.  전달하고픈 메시지가 뭔지 확실히 정하고, 그와 관련이 적은 건 과감히 생략하거나 버리고, 부각시킬 건 확실히 부각시키는 것이다.        

이야기에도 이런 강약이 필요하다. 비출 곳은 비추고 가릴 곳은 가리고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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