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글리 Jul 21. 2020

걷기, 생활필수품

조금은 식상한 걷기예찬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은 걷기이다.

 

지금껏 요가, 필라테스, 무술부터 밸리, 재즈 댄스까지 별별 걸 다 해봤지만,

결국 걷기의 품으로 돌아가고 만다.


걷기 중에서도 나의 최애 아이템은 '숲길 걷는 것'과 '아침에 걷는 것'이다. 

이 두개를 결합시키면,  만고 땡! 그만큼 좋은 게 없다. 

아침 숲길 산책은 이런 느낌이다..

아침산책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그냥은 모른다.

하루가 지나봐야, 아 오늘 산책을 하지 않았구나 깨달을 수 있다.  


나의 경우, 아침 산책을 하지 않으면 이런 부작용이 발생한다. 

뭔지모르게 정신이 산만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더 많이 떠오른다. 몸에 힘도 없고, 집중력도 저하된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침이 되면 무조건 나간다. 기계처럼 나가 늘 걷던 오솔길로 기계처럼 걷는다. 지금은 회사를 다니지 않지만, 회사 다닐 땐 2시간 일찍 출근해서 30분은 꼭 걸어다녔다. 여행 다닐때도 빼놓지 않았던 게 아침산책이었다.      


요새 내 주요 산책로는 부암동 산책길이다. '윤동주 언덕'에서 시작해서 '전망대'로 이어지는 오솔길로, 왕복 40~50분 정도 걸린다. 가는 길에 온몸 스트레칭도 하고, 혼자 1분 동안 미친듯이 웃기도 하면서 몸과 내장 근육을 풀어준다. 

윤동주 언덕에서 전망대로 이어지는 부암동 산책길


걷다보면 머리 속에서 별별 생각이 다 떠오르는데, 그냥 앉아있을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떠오른다. 어젯밤 꿈도 생각나고, 오늘 해야할 일도 생각나고, 갑자기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생각나고, 마무리하지 못했던 글도 생각나고, 새로운 글감도 생각나고, 예전에 만났던 어떤 사람도 생각나고, 부모님도 생각나고, 그러다 마주친 아저씨의 배를 보며 저러면 안되는데 하다 내 배도 보게 되고, .... 정처없이 떠돌던 생각들이 술김이 아니라 걷는 김에 '게워지는' 것처럼 다 떠오른다. 


걸으면 생각이 더 잘 떠오르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필요하거나 생각 정리가 필요할 때도 걷는다. 그러면 정말이지, 훨씬 더 생각이 잘 정리된다. 한근태 작가가 자기는 앉아서 하는 생각은 믿지 않는다고 했다. 걸을 때 하는 생각과 앉아서 하는 생각은 그 질이 아주 다르다고, 몸을 쓰면서 걸으면서 하는 생각을 믿는다고 말했다. 나도 100퍼 동감이다. 


걸으면서 느끼는 생각의 변화도 꽤 재밌다. 아침에 일어나 산책로 가는 길에는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다 떠오른다. '이 재미없는 세상, 이 의미없는 하루, 살아 뭐하나?' 투덜투덜 대며 걷다가도,  돌아오는 길에는 '그래도 이건 괜찮지 않아?' 하는 쪽으로 생각이 긍정적으로, 좀더 희망적으로 바뀐다.  


산책에 관해 뭐 좀 그럴 듯한 말이 있나 검색해봤더니, 이런 말들이 많다. 

"느리게 걸어라, 주변에 마음을 열어라, 호흡을 깊게 해라..." 

그딴 거 필요없다. 그딴거 기억하지 않고, 그냥 걸어도 좋다.

화가 날 때 화난채로

우울할 땐 우울한 채로

활력이 넘칠 땐 활기찬 채로.

애써 뭘 하려 하지 않아도, 걷기 시작하면 '몸과 마음'이 알아서 작업을 시작한다.

정신은 정신대로 정화작용을 하고,

몸은 몸대로 알아서 정화작용을 한다.

그러니 알량한 생각을 개입시켜 굳이 뭘 하려 하지 않는 편이 더 좋다. 


내가 생각하기에 

걷는 건, 운동도 아니요 명상도 아니요 여유도 아니다. 

걷는 건,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의미고 '생활 필수품'에 가깝다. 

밥 안먹으면 배고프듯이, 안 걸으면 정신이 고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정신을 부여잡기 위해 걷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로운 친구, 숲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