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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Aug 15. 2020

끝까지 가는 힘, 디데이 전략

미리 마감일을 정하고 글쓰기

목표를 이루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끝을 설정해두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경영서적들이 애초 목표를 세울 때 ‘마감시한'도 함께 정하라고 권한다.  


책을 내자면, 먼저 초고를 써내야 한다. 초고가 있어야 뭐라도 해볼 수 있다. 그런데이 초고를 쓰는게 가장 어렵다. 최소 3개월은 시간을 내어 꾸준히 지속적으로 글을 써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지쳐서 도중에 포기하는 분들을 많이 봤다. 초고를 쓰는 데, 역시나 가장 큰 적은 '미루기'다. 

 


일을 미루는 심리, '하고 싶은데 하기 싫어' ㅠ


머리로는 '당장 해야지' 하면서도, 막상 마지막까지 할 일을 미루게 되는 경우가 있다. '급하지 않으니까 내일 할까?', '좀 피곤하네.. 오늘은 그냥 자자.', '이 영상 너무 재밌는데 이거 20분만 보고 시작하자.'  


반가운 건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파올로 코엘료도미루기 선수다. 그는 2년마다 꾸준히 새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쓸 때마다 미루게 된다고 고백한다.  


“아침에는 이메일과 뉴스 등 뭐든지 다 확인한다. 자리에 앉아 나 자신과 마주해야 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미루기 위해서다. 3시간 동안 ‘아니야, 나중에, 나중에’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 자신에게 체면을 구기지 않기 위해 ‘자리에 앉아서 30분 동안 글을 쓰자’ 생각하고 정말로 그렇게 한다.  물론 이 30분이 결국은 10시간 연속이 된다. “ - 팀 페리스, <타이탄의 도구들> 중에서 


미루는 건 본능이이고, 본능은  '쾌락을 추구하고 불쾌를 피하려는 성질'이다. 누구나 귀찮고 불편한 것은 최대한 미루거나 피하려 한다. 문제는 우리는 움직이는 힘이 정신력이나 의지가 아닌 이런 본능인데서 나온다.   <할 일을 미루는 사람의 심리>라는 주제로 TED에서 강연한 팀 어반 (Tim Urban)은 이에 대해 흥미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의 뇌에는 3종류의 결정자가 있다. (*아래 괄호안은 팀 어반이 임의로 지은 명칭)


1) 무엇을 해야하는지 인지하고 계획에 맞춰 일을 처리하는 자아 (합리적 의사 결정자)

2) 순간적인 즐거움을 쫓는 자아 (만족원숭이) 

3) 원숭이를 몰아낼 수 있는 유일한 천적 자아 (패닉몬스터)


왼쪽부터 만족원숭이, 합리적의사결정자, 패닉몬스터 순


위 세 자아 중 일을 할 때 누가 운전대를 잡느냐가 관건이다. 합리적 의사결정자가 운전대를 잡을때는 해야할 일을 미루지 않고 척척 해낼 수 있다. 반대로 만족원숭이가 운전대를 잡으면 일이 한없이 밀린다. 자꾸만 미루고 싶어하는 심리가 바로 이 만족 원숭이에서 나온다. 쾌락을 추구하는 만족원숭이를 컨트롤 할 수 있는 건 오직 패닉몬스터 뿐이다. ‘더 이상 이래선 안돼!’라는 절박한 자각으로 정신이 번쩍 드는 순간들이 있다. 당장 내일까지 과제를 제출해야할 때, 마감기한이 고작 2일 남았을 때, 당장 시험이 코앞에 닥쳤을 때… 이때 패닉몬스터는 만족원숭이에게서 운전대를 빼앗아 합리적 의사결정자에게 넘긴다.  


패닉몬스터는 마감기한에 매우 민감하다. 따라서 일을 제때 하려면 마감기한을 정하면 된다. 


  


마감일을 정해, 가능한 빨리 초고 끝내기


만약 기자, 칼럼니스트처럼 직업적으로 글을 쓴다면 훨씬 수월해진다. 마감시한이 정해져 있고, 하라고 쪼는 편집자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글을 써낼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목표에서 시작해 글을 써가는 사람에게는 따로 마감시한이 없고, 하라고 쪼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다른 급한 일들에 밀려나기 쉽다. 

까짓 내일 하면 된다, 내일 당장

따라서 책을 쓰고싶다면 먼저 초고의 마감기한을 정해야 한다. 누구도 하라고 등떠밀지 않기 때문에 더욱 셀프 마감기한이 있어야 한다.  대부분 6개월, 1년 정도로 넉넉히 시간을 잡고 초고를 작성하는데, 나는 오히려 최대한 타이트하게 잡고 시작하라고 권한다. 최동훈 감독은 <범죄의 재구성 (2004) 시나리오 초고를 4개월만에 썼다고 한다. 


“나는 초고를 빨리 쓴다. 초고를 완벽하게 쓰려고 마음먹으면 질질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묘사할 자신이 없는 신은 ‘이런 내용일 듯’ 하고 넘어간다.”


일단 초고를 빨리 써서 완성하는 이유는 어차피 고쳐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가능한 초고는 빨리 작성하고, 그를 가지고 편집하고 수정하고 빼고 더해가며 작품을 만들어가는게 더 좋다. '잘 써내고 싶다'고 마음먹고 쓰면 더욱 어려워진다. 실은 내가 그랬다. 잘 쓰려고 욕심부리다보니 한없이 길어져서 3년이 훌쩍 넘어갔다. ㅎㅎㅎ 결국 '이번이 마지막이다'란 절실한 심정으로 2달의 마감시한을 정해두고 (패닉몬스터를 깨워서) 썼더니, 정말 2달만에 기적처럼 초고를 완성했다.  


초고를 쓸 때는 끝을 설정해두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마감 기한은 장르에 따라 다르겠지만, 에세이 기준으로 석 달이면 적당하다. 석 달이상으로 길어지면 긴장감이 사라지고 지지부진해지기 쉬우며, 그보다 짧으면 작업량이 많아져 부담감이 커진다. 석 달은 적당히 긴장감을 가지고, 적절한 분량을 뽑을 수 있는 시간이다. 그리고 미루기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초고는 스케치본으로, 스케치본은 고치라고 있는 것이다. 욕심은 퇴고 기간에 맘껏 부리고, 초고는 일단 ‘토해낸다’는 심정으로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다 쏟아내는 게 좋다. 초고는 쓰레기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수정하면서 작품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건, 기한을 정해두는 일이다. 지금 쓰고 있는 책을, 내가 생을 마감하기 전 남겨야 할 일종의 기록이라고 생각하고, 디데이를 발동해보자. 


셀프 디데이를 정하고 당장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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