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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May 21. 2021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법

세월이 갈수록 더 나아질 수 있을까?

제가 좋아하는 할아버지 중에 왕덕순이란 분이 있습니다. 나이 50에 처음으로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70살에 제대로 몸을 만들고 무려 79살에 모델로 데뷔한 분입니다. 그런 분들을 보면 ’노화가 다르게 진행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흔을 목적에 두고 나이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작년부터는 이런 생각을 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는 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좋아지는 사람이 있고, 급격히 나빠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여기서 좋고 나쁨은 건강과 삶의 만족도, 마음가짐, 관계, 능력 등을 포괄합니다. 나이가 들면 몸이 약해지고 마음도 움츠러들기 쉽지만, 왕덕순 할아버지처럼 나이가 들어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왕성하게 활동하고, 갈수록 멋있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보면서, 또 다른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어떻게 하면 시간이 갈수록 나빠지는 게 아니라 더 좋아지게 만들 수 있을까?‘ 


시간이 갈수록 나아진다면, 그거야말로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시간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한번 살펴봐야겠군요. 대개는 이렇습니다.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한 달이 지나고, 반년이 지나있습니다. 계절이 두 번이 바뀌었는데 그동안 내가 뭘 했는지 기억이 안나요. 그냥 바쁘게 열심히 산 것 같습니다. 그러는 사이  뱃살이 좀 더 는것 같고, 체력도 좀 더 약해진 것 같고요. 시간은 저 혼자 흘러간 거죠. 저 역시 그렇게 시간을 보내왔는데, 앞으로는 시간과 다른 형태의 관계를 맺고 싶어졌습니다. 

시간을 저 혼자 흘려보내지 않고 내 편으로 만들어야겠다,  결심하고 궁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든다는 건 뭘까요? 시간이 갈수록 내가, 내 삶이 더 좋아지는 겁니다. 저 혼자 시간이 흐르도록 버려두지 않고, 시간과 함께 흐르며 원하는 인생을 만들어 가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습관'에 주목하게 되더군요. 왜냐하면 시간이 갈수록 안 좋아지는 사람들에겐 공통적으로 안 좋은 습관이 있었거든요. 하면 할수록 해가 되는 습관들이요. 이를테면, 먹는 걸 조절하지 못해 과식을 하거나 야식을 한다거나, 담배를 피운다거나, 운동을 아예 하지 않는다거나, 행동하는 대신 걱정만 한다거나, 스트레스를 술로 푼다거나, 남탓만 한다거나, 말만 하고 움직이지 않는다거나… 이런 습관은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악화시킵니다.  


그러니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지려면, 방법은 하나입니다. 반복할수록 삶에 도움되는 ’좋은 습관‘을 가지는 겁니다. 그래서 하면 할수록 도움되는 습관들을 작년부터 하나 둘 일상으로 가져오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1월부터 하루 1만보씩 걷기 시작했습니다. 1만보를 걸으려면 한 시간 반정도가 대략 소요됩니다. 한 번에 걸으면 무리가 되기 때문에, 하루 2~3번에 나눠 밥 먹듯이 걷습니다. 작년 한 해동안 350일 정도는 매일 만보 이상을 걸었고. 3만보 걸은 날도 있으니 얼추 365만보 이상 걸은 것 같습니다. 덕분에 체력이 아주 좋아졌습니다. 연말에 등산을 했는데 꽤 높은 산이었는데도 너무 쉽더라고요. 마치 다리에 모터가 달린 것처럼 산을 올랐습니다. 


올초부터 하루 20분씩 영어 공부도 시작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10분씩 영어문장 15개씩을 외웠어요. 아무리 바빠도 10분 정도는 낼 수 있기 때문에 하루도 빠짐없이 100일동안 했습니다. 아직 대단한 수준은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100일, 300일, 500일 정도 쌓아가면, 그땐 하고싶은 말은 웬만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얼마전 낭독도 시작했습니다. 강의와 코칭을 하다보니 '전달력'이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먼저 스피치 전문학원을 등록해  6개월동안 트레이닝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뒤 혼자서 조금씩 낭독 훈련을 했습니다. 생각나면 하다가, 얼마 전부터 매일 10분씩 낭독훈련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겨우 10분이지만, 이게 한 달이 되고, 두 달이 되고 1년이 되면 아나운서 뺨 칠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편안하면서도 신뢰 가고 호감가는 목소리는 만들게 될 것 같습니다. 


경제공부도 시작했습니다. 매일 10~30분씩 경제지표를 체크하고 뉴스를 보며 이슈들을 훑어 봅니다. 경제흐름을 익히는 눈을 기르고 싶어서 지난 1월부터 시작했는데, 아직은 초보수준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가다보면 언젠가 눈이 뚫리지 않을까, 기대를 품어봅니다.  


얼마 전엔 저녁 조깅을 더했습니다. 원래 뛰는 걸 매우 싫어했는데 하루만보 걷기로 체력이 길러지니, 뛸 힘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1주일에 5회 정도 40분씩 뛰기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초보지만, 6개월이 지나고 1년이 지나면 몸이 어떻게 변할지 매우 기대가 됩니다.  


이렇게 하루 일상 속에 제가 바라는 모습들, 제가 원하는 것들을 계속해서 넣기 시작했습니다. 많이도 말고 10분 30분씩 넣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하니 시간이 갈수록 제가 점점 더 건강해지고 점점 더 나아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일단 체력 하나는 기가 막히게 좋아졌습니다.  


이미 가버린 시간을 두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시간과 함께 흘러가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려면 일상의 시간을 잘 꾸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하루 무엇을 하며 보냈는가, 결국 이게 미래에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 말해줄 테니까요. 요새 어떤 행동을 하려치면 먼저 물어보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걸 반복했을 때, 1년 뒤의 나는 더 좋아질까, 아니면 더 나빠질까?'


나빠지는 행동이라면 아예 시작도 안 하는 게 맞고, 좋아지는 일이라면 시작이 좀 어렵다라도 당장 해야하는 게 맞지요. 시간이 갈수록 몸과 마음이 더 아름답고 더 건강하고 더 생생하게 살아있었으면 합니다. 시간을 내편으로 만들 수 있다면, 가능한 일이겠지요?  ’미래의 나‘를 만날 생각을 하면 늘 가슴이 뜁니다. 내일의 나를 만나는 기대감이 오늘을 살아가게 합니다.


그러자면, 오늘 하루도 내 편으로 만들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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