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대학 영화사진 수업에서 아주 흥미로운 실험이 진행됐습니다.
교수 제리 율스만은 수업 첫날 학생들은 두 집단 A, B로 나눕니다. A그룹의 학생들은 순전히 본인이 찍은 사진의 ‘양’만으로 평가받고, B 그룹은 사진의 ‘질’만 평가받을 거라고 알려줍니다. 예를 들어 A 그룹의 학생들은 사진 100장을 제출하면 A, 90장 제출하면 B 식으로 점수가 매겨지게 되죠. 반면 B 그룹의 학생은 딱 한 장의 사진만 제출하면 되는데, 그 사진의 질로 점수가 매겨지게 됩니다.
과연 어떤 그룹의 학생들이 더 나은 결과물을 제출했을까요?
학기말이 되었을 때, 율스만 교수는 매우 놀라게 됩니다. 가장 완성도 높은 사진이 B그룹에서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A 그룹에서 나왔기 때문이죠. A 그룹 학생들은 한 학기동안 수 백장의 사진을 찍으며 놀라울 정도로 사진기술이 향상됐습니다. 잘 못해도 다른 구도로 찍어도 보고, 빛의 양을 조절해 찍어보고 다르게 자꾸 시도해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실수도 연발하고, 부족한 점도 나오지만 직접 해보며 수정하고 보완해가죠. 결국 최적의 질, 최선의 방법을 ‘생각만’ 하는 그룹보다, 어떻게든 실제로 ‘반복적으로 익히고 행동’한 그룹이 훨씬 실력이 향상되었습니다.
이 실험은 ‘양을 채우다 보면 질이 만들어진다’는 논리를 아주 잘 보여줍니다. 백번 보고 생각하는것보다, 한번이라도 해보는 게 낫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는 사진찍는 기술에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적용됩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거든요.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까요?’라고 물으면 많은 작가들이 유일한 방법은 “쓰고 쓰고 또 쓰라”것이라고 조언합니다. 이때 쓴다라는 건, 머리로 구상하고 공부하는 시간이 아닙니다. 오직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내 두 손을 움직여 쓴 시간’만이 글을 쓴 시간입니다. 저는 수년전부터 글쓰기 클래스를 운영해오고 있는데요, 그러면서 글을 잘 못써서 고민이라는 분들을 많이 만납니다. 그분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실제로 글을 쓰는 시간은 거의 없고 글쓰기를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대부분입니다.
이처럼 무언가를 반복하는 게 스킬향상과 과연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특정 행동을 ‘반복’하면 뇌의 뉴런이 연결되기 시작합니다. 그 행동을 반복하면 할수록 뇌는 그 행동을 하는데 더 효율적인 구조로 변화하게 되죠. 그걸 더 빨리,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물리적으로 바뀌게 되는 겁니다. 반복할수록 더 나아지는 것도 뇌의 이런 특성과 연관이 됩니다. 특히 스킬 향상은 뇌의 ‘미엘린’과 연관이 높습니다. 뉴런이 전선이라면, 미엘린은 뉴런을 감싼 전선의 피복과 같습니다. 특정 학습이나 연습을 하면 이 미엘린의 두께가 계속 두꺼워지는데요, 두께가 두꺼워질수록 신경전달 속도와 지능이 함께 올라갑니다. 미엘린이 두껍다는 건 그와 연계된 활동을 남들보다 더 빨리, 더 잘해낸다는 의미입니다.
아인슈타인의 뇌를 관찰한 과학자들은 그의 뇌가 일반인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뇌의 크기는 오히려 평균의 것보다 작았고, 뉴런의 수도 평균이었죠.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게 있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뇌에는 미엘린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많았다는 겁니다.
생소하지만 중요한 개념이니 조금만 더 얘기해보겠습니다. 미엘린은 살아있는 조직으로, 내가 반복하는 양과 비례합니다. 특정 행동은 반복하지 않으면 연관되어 만들어졌던 미엘린은 조금씩 소멸하고 없어집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반복하면 미엘린은 계속해서 생성되고 두꺼워지죠. 분야를 가리지 않고 왜 거장들이 ‘매일 연습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는지 이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반복하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 더 효과적인 건, ‘기꺼이 실수하면서 계속하는’ 겁니다. 이는 아기가 걸음마 스킬을 습득하는 비결과 같습니다. 아기는 처음엔 계속해서 넘어집니다. 그러다 다시 일어나서 걷고 또 넘어지고를 반복하죠. 그렇게 점점 더 정확하게 걸으려고 애쓰는 가운데 미엘린이 획기적으로 생성되며 해당 동작에서 필요한 스킬을 향상시킵니다. 전문가들은 무언가를 정말 잘 해내고 싶다면, ‘실수를 열렬히 환영하라’고 이야기합니다. 목표를 잡고, 그를 해가면서 실수를 하고, 그 실수를 물고 늘어져 다시 해보고 해보는 가운데 자신만의 감각을 익히게 되고, 스킬이 향상되기 때문이죠.
이제 정리를 좀 해보겠습니다. 어떤 일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완벽하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빨리 시작해서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겁니다. 그러다보면 필수로 실수를 하게 되는데요, 이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하는 실수는 전혀 창피한게 아닙니다. 더 정확하게, 더 효과적으로 해내기 위한 ‘전 단계’에 불과하니까요. 그냥 더 잘해가는 '프로세스'일 뿐입니다.
그러니 시작지점에서부터 완벽하게 하려고 애쓰는대신, 쉽게 만들어서 지속하는 게 백만배 중요합니다. 무언가를 지속하려면 부담스러우면 안됩니다. 목표는 무조건 잘게 쪼개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하루 30분씩 걷기가 목표라면, 이번주는 운동화를 신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다음주는 운동화를 신고 5분만 걷는거죠. 또 올해 책 한권 쓰는게 목표라면 오늘은 한 줄을 쓰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처음엔 한 줄이라도 다음주면 세 줄이 되고, 한달 뒤면 반장 정도는 쓸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사소해서 어이없게 느껴지더라도 매일 계속해서 ‘실행’해가면, 절대량을 만들어지고 그 절대량이 결국 작업의 질을 높여줍니다. 그리고 적당한 때 바라는 그 목표로 나를 데려다 줄 겁니다. 만약 오늘 지금 잘 안되는 일이 있다면, 내가 더 잘해가는 프로세스 중이라고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그 실수조차 뻔뻔하게, 그리고 열렬히 환영해버리며 그냥 쭉 나아가는 겁니다. 오늘이 그런 하루이길 바랍니다! :)
**참고: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제임스 클리어, 비즈니스북스 2019
<탤런트 코드>, 대니얼 코일, 웅진지식하우스,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