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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Nov 25. 2022

13년 차 디지털 노마드의 해외 살이 노하우

해살프로젝트 인터뷰 1. 세계를 내집처럼 사는 '꼬로로'


이 인터뷰는 <해외에서 일하고 살기> (이하 '해살')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해살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해외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생생한 경험담과 노하우를 들어보는 것으로, 자신의 삶의 무대를 해외로 확장하고픈 사람들을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앞으로 1년간 해외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날 테니, 많관부 바랍니다. :)

해외에서 일하고 살기 프로젝트 소개 https://brunch.co.kr/@tjkmix/849




현재 전 세계 디지털 노마드는 3500만 명.


하지만 전문가들은 몇 년 안에 2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국만 하더라도 불과 몇 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해 2022년에는 1100만 명으로 추산합니다.

코로나 19를 기점으로 확실히 달라졌는데요.

재택근무와 원격근무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또 질적인 삶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디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죠.

(※참고로 '디지털 노마드'는 노트북,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원격으로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미지출처: www.overseastudy.co




여러분들은 디노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 주변에도 디노가 꽤 있는데, 이 친구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습니다.

무려 10년 넘게 해외에서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2~3개월마다 주기적으로 다른 나라나 도시로 이동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찐 디노'입니다.

해외에서 일하고 살기 첫 번째 인터뷰이,

세계를 내 집처럼 살아가고 있는 13년 차 디지털노마드 '꼬로로'(필명)를 소개합니다!


꼬로로와는 오랜 인연이 있어요. 2013년에 쿠바 여행할 때 아바나에서 만났는데. 신기하게도 그때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연락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바쁜 친구지만, 여러분들에게 가장 먼저 소개를 하고 싶어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가장 먼저 인터뷰를 부탁했습니다.


화상으로 인터뷰를 하고 싶었는데, 꼬로로가 현재 인터넷이 느린 곳에 있어서 채팅으로 진행했고요, 애초 1시간 정도 예상했는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 2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인터뷰는 최대한 인터뷰이의 이야기를 그대로 싣기 위해서 문답 형식으로 싣습니다. 그럼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하지만 성인이 된 이후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오고 있는 찐 디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시죠!




안녕하세요, 13년 차 노마드입니다!


지금 어디에서 지내는지, 해외살이 몇 년 차인지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지금 모로코 탠지어(Tangier)에 있고 내일 페스(Fez)로 이동합니다. 외국에 산지는 11년인가? 12년인가? 2009년 대학 졸업하고 거의 바로 나왔으니 거의 13년 차 정도 되네요! 지금 이렇게 떠도는걸 4년 반 전 시작했고, 그 전에는 멕시코 6년, 미국 6개월, 벨리즈 5개월 그리고 중간중간 한국에 조금씩 있었습니다.


※한국 나온 지가 너무 오래돼서 자신도 잘 모르겠다며, 계산하는데 한참 걸렸습니다. 그야말로 찐 디노.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글로벌 IT 회사에서 데이터 관리하는 일을 해요. 자세한 사항은 계약조건 때문에 밝히기가 어렵습니다.



지금 일을 하게 된 계기는? (일은 어떤 경로로 구하게 된 건가?)

지금 일을 한지 엄청 오래됐는데, 한 10년 된 것 같아요. 일은 '업워크'라는 프리랜서 플랫폼으로 구했어요. 당시 멕시코 한국 회사에서 1년 반인가 일하고 일을 그만뒀어요. 도저히 한국 회사에서 일하고 싶진 않고 고민하던 차에 멕시코 친구 하나가 업워크를 소개해줬습니다. 그 당시엔 웹사이트 이름이 업워크가 아니라 오데스크였어요. 인터뷰랑 시험 같은 걸 5-6번인가 보고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지금 일을 10년 이상 했는데 그렇게 오래 하게 될 줄 알았나?

이렇게 오래 할 줄 몰랐어요. 솔직히 말해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단순한 일이라서 기계에 대체되기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오래 계약이 연장될 줄 몰랐습니다. ㅋㅋㅋㅋ



일하면서 마음에 드는 점과 마음에 안 드는 점은 뭐가 있나?

마음에 드는 점은 자유롭고 압박 없는 것. 실적도 채울 것도 별로 없고. 시간만 채우면 되거든요. 설렁설렁 일할 수 있어서 시간이 정말 많습니다. 상사랑도 친구처럼 지내고.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게 엄청난 장점이에요. 다른 디노를 보면 원격 근무라 할 지라도 자기 나라 시간에 맞춰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마음대로 시간 변경이 가능하거든요. 평일에도 박물관 갈 수 있거나 친구도 만날 수 있고. 여하튼 시간을 원하는 대로 활용할 수 있는 게 진짜 엄청난 장점이에요.


그런데 반복하는 업무다 보니 아무래도 보람이 적고 성장한다고 생각되진 않아요. 솔직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잘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벌이도 괜찮고 너무 자유로운데  도저히 내 손으로는 못 그만두겠고. ㅋㅋㅋㅋㅋㅋ '아, 팀 페리스가 말하는 것처럼 잘리는 건 행운이야'라고 생각하다가,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지금 같은 시기엔 월급이 역시 좋다고 생각하고 있고, 또 직장에서만 배워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일에서 보람을 못 얻으면 다른 곳에서 얻으면 되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핑계였던 거 같아요. 이제는 그런 생각은 안 하고 살긴 해요.




[Tip! 해외에서 일을 구할 수 있는 프리랜서 플랫폼 4]


현재 전 세계 프리랜서 인구는 급증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15억 명이 넘고, 미국 노동자의 36%가 프리랜서라 할 정도로 프리랜서 시장이 커졌습니다. 그리고 이 규모는 매년 더 커지고 있죠. 업워크에서는 2027년 미국 내 프리랜서 수가 전체 근로자의 50%가 넘는 86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2021년 기준 긱 워커가 220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8.5%를 차지했습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프리랜서가 꾸준히 늘고 있고 프리랜서 75%는 다른 형태로 직업을 변경할 생각이 없다고 답합니다. 때문에 프리랜서는 완전한 추세로 자리 잡았다고 봐야겠죠. 업워크처럼 해외에서 일을 구할 수 있는 프리랜서 플랫폼이 여러 개 있는데요, 대표 사이트를 소개합니다.


▶업워크 https://www.upwork.com/

한 달 평균 2700만 명이 방문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프리랜서 사이트. 실력과 가격만 맞으면 바로 일을 할 수 있다. 수수료가 저렴한 편이지만 경쟁이 치열한 편.


▶피버 https://www.fiverr.com/

200여 개에 달하는 카테고리에 프리랜서 수천 명이 등록된 유명한 프리랜서 플랫폼. 업워크 다음으로 유명


▶구루 https://www.guru.com/

다양한 프로젝트가 많이 올라오는 대표적 프리랜서 사이트, 전 세계 프리랜서가 모여 경쟁률이 치열한 편.


▶프리랜서 https://www.freelancer.com/

역시 다양한 프로젝트가 올라오는 대표 프리랜서 사이트.




60개국 이상, 세계를 내 집처럼 살아가는 비결



디노로 산지 13년이 넘었는데 지금까지 몇 개국을 다녔고, 가장 좋았던 곳은 어디였나?

대략 60여 개가 넘는 것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하도 많아서)

가장 좋은 곳은 음.. 사실 늘 하는 대답이 있는데 '제일 좋은 곳은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이라고 말합니다. 개인적으로 물가가 적당하고 커뮤니티랑 모임 많은 곳 특히 좋아하는데, 부다페스트 좋았고 지금 있는 모로코도 좋아요. 


모로코 탠지어에서 열린 독서모임(좌)과 꼬로로가 직접 연 유료김밥 클래스 (우) (사진제공: 꼬로로)



다양한 곳을 다니면서 사는데, 대체로 한 달 체재비용은 대체로 얼마나 드나? (한 달 예산이 있다면)

지금 남자 친구랑 같이 지내는데, 둘이서 1000유로가 한 달 예산 목표입니다.

그중에서 숙소비는 300-600유로 정도 잡는데, 어떨 땐 가능하고 어떨 땐 힘들어요.

(※참고글 : 한국에서보다 돈 덜 드는 이유?)



두 명에 1000 유로면 상당히 낮은 예산인데 그렇게 살 수 있는 비결이 있나? (1유로=1390원 )

일단 집을 싸게 잘 구해요. (※참고로 집 저렴하게 구하는 법은 아래 따로 링크를 걸어둡니다)

그리고 대부분 요리를 해서 먹어요. 유럽은 식재료가 저렴해서 요리해서 대부분 집에서 먹고, 모로코나 멕시코 동남아처럼 물가가 저렴한 곳에선 외식도 합니다. 여하튼 대부분 집에서 먹고, 입장료 드는 거 잘 안 해요. 박물관을 엄청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해서 할인하거나 무료일 때만 갑니다. 그리고 옷을 일절 안 사요. 짐을 항상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해서 뭐든 잘 안 사게 됩니다. 친구들 많이 만나는데 그때는 주로 우리 집으로 초대합니다. ㅋㅋ 어딜 가나 현지인 모드 ㅋㅋ 그나마 돈이 가끔 가장 많이 드는 게 운동인데, PT 받고 하면 20-30만 원 들 때가 있어요. 그건 예산외로 관리합니다. 이전에 허리디스크가 있었는데 운동하고 삶의 질이 확 좋아졌어요.


어딜 가든 지속적으로 운동하며 건강관리하는 걸로 알고 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나? 주로 무슨 운동을 하나?


허리디스크가 있었는데 운동하고 삶의 질이 엄청 좋아졌어요. 늘 내가 몸치고 둔하고 운동신경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운동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이 바뀌었어요. 나도 움직일 줄 아는 애였구나 뭐 그런 ㅋㅋㅋ 그리고 운동이 엄청 성취감을 주더라고요.


나라마다 운동을 다르게 하는데 필라테스, 펑셔널 트레이닝, 헬스, 그룹 클래스 폴댄스 라틴댄스 뭐 이것저것 다 합니다. 참고로 모로코는 헬스장이 남녀 분리돼 있어서 일주일에 3번밖에 못 가요. 월수금이 여자들 가는 날이거든요. 똑같은 운동이라도 해도 진행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고 나라 마다도 조금씩 다르고 해서.. 한국에서도 헬스장이나 운동하는 장소를 바꿔보면 재밌을 거예요. 참 팁이 있다면 외국에서 현지인들이랑 섞여서 운동하다 보면 친구 생깁니다. 또 현지어로 숫자 셀 줄 알게 됩니다. ㅋㅋ

(※ 참고글: 디지털 노마드 일상: 돌아다니면서도 운동은 한다)




브라질 살바도르 복싱클래스 중 (사진제공: 꼬로로)



다양한 곳에 지내면서 언어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

영어와 스페인어를 할 줄 알아요. 두 개는 편하게 합니다. 처음에는 나도 엄청나게 어려웠는데 워낙 사람을 좋아하고 이야기하는 걸 즐기다 보니 언어가 많이 는 거 같아요.



언어를 익히는 나만의 비법이 있다면?

처음 장기여행이 남미였는데, 당시에 한국인이 없어서 친구를 사귀려면 영어를 했어야 했어요. 그땐 못 알아듣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몇 달 지나니 들리더라고요. 여하튼 몇 달 정도는 답답하고 괴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문법을 아는 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왜 그게 그렇게 써야 하는지 알게 되고 마구잡이로 말하는 걸 좀 덜하게 된달까? 예전에 시험공부하던 게 다 쓸모없는 건 아닌 것 같다는 걸 깨달았어요.


스페인어 경우는 그냥 문장을 외웠어요. 요샌 없는데 10여 년 전에 BBC에서 하는 스페인어 교육 프로그램 있었는데, 그거로 공부하면서 영어, 스페인어가 둘 다 향상됐어요. 지금은 듀오링고 같은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언어는 몰아서 공부하는 것보다 매일 하는 게 좋고, 또 현지에 있는 게 도움이 되긴 합니다. 언어를 익히면 거리 간판도 눈에 들어오고 들리는 것도 늘어나는데 엄청 신나거든요. 동기부여가 된달까?




[Tip! 찐 디노가 말하는 '세계를 내 집처럼 사는 노하우' 3]


꼬로로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친화력이 좋아서 세계 곳곳에 친구가 정말 많습니다. 어딜 가든 내 집처럼 살아가는 친구라 같이 이야기를 하면 참 재밌습니다. 한 곳에서만 살아가는 사람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이야기가 많거든요. 멕시코에서는 땅을 사서 집을 지어 살기도 했고, 카우치서핑과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계속해서 교류의 폭을 넓힙니다. 디노로 십수 년을 이미 살아왔기 때문에 사고방식 자체도 달라요. 찐 디노의 해외살이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원하는 집을 좋은 가격에 얻는 노하우가 있다면?

디지털 노마드 집 구하기: 에어비앤비 말고도 방법은 많다

한 달 살기 가성비 갑 숙소 구하기 꿀팁 대방출


▶친구가 엄청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친구를 만드는 노하우가 있다면?

노마드 생활: 이동할 때마다 친구 만드는 방법


▶디노로 지내면서 가장 신기했던 직업이나 사람이 있다면?

내가 만나 본 디지털 노마드 직업, 뭘 먹고사나?


브라질 리우에서 (사진제공: 꼬로로)





내가 디노의 삶을 선택하게 된 이유



처음에 어떻게 외국에 나가 살 생각을 했는지, 계기가 궁금하다.

원래 취업할 마음이 크게 있진 않기도 했고, 막연하게 NGO에 로망이 있었어요. 2008년에 미국 NGO에서 봉사활동했었는데, 한국 돌아와서 컨설팅회사에서 잠깐 인턴을 했어요. 당시 컨설팅사가 엄청 인기였는데, 그때 퇴근을 새벽 1시에 했어요. 그것도 인턴이라고 빨리 보내준 거고, 이사님은 새벽 4시에 퇴근하고 그랬죠. 그 삶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아 저렇게 되면 안 되겠다' 싶었고 한국에서는 일하지 말자 이런 생각을 하게 됐죠.


그러다 대학 졸업은 다가오지 막막하던 차에, 딱 한 군데 회사에 서류를 넣었는데 면접에서 떨어지고 갈 데가 없어졌어요. 그러다 예전에 봉사활동하던 데에 티처로 들어가게 됐죠. 보수는 형편없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NGO 하려면 배고파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고, 혈기왕성했던 거 같아요. 여하튼 나는 한국에 안 맞는다는 생각을 했고,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많아요. 궁금하니까 계속 돌아다니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 살 때와 외국에서 살 때의 만족도를 비교하면 어떤가?

지금이 좋고 편해요. 한국밖에 있을 때 좀 더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냥 내가 되어도 되는 것 같은 기분? 내가 한국에 안 사는 이유는 사실 한번 블로그에도 썼지만 (블로그 글 링크걸기) 이게 굳이 한국이라서가 아니라 모국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 나라 사람들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일정한 행동의 패턴이 있는데 외국에 있으면 쟨 외국인이니까.라는 말로 예외가 되는 게 참 좋고 편해요.


※ 이 부분에 많이 동감했습니다. 저도 같은 이유로 여행하거든요. 한국에 있으면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데, 외국 여행을 가면 좀 숨통이 트입니다. 그냥 내가 나여도 괜찮다는 생각을 여행 다니면서 가장 많이 해요. 행복한 곳을 찾아 1년간 세계일주를 한 미국의 기자 '에릭 와이너'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어쩌면 행복은 어딘가 다른 곳에서 지금과 다른 일을 하며 내가 아는 다른 사람이 되어 살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 것. 즉 '내 모습 그대로 살아가기 쉽게' 해주는 것"이라고... 지금 있는 곳에서 내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이들은 어딘가로 떠나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수 있겠죠.



칸쿤에서 친구들과 (사진제공: 꼬로로)


외국에 살면서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 질문은 좀 어렵다.. 한국에 살던 게 너무 오래전이라 예전에 내가 어땠나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아… 좀 덜 진지해진 것? 여유가 조금 더 생겼어요. 그리고 잠을 많이 자는 데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된 것도! 이건 정말 외국에 나와서 달라진 점이에요.

그리고 삶엔 여러 가지 삶의 방식이 있고 다르게 사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 것! 다르게 사는 것 같아도 사실 남들이랑 엄청 다르지도 않더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거 말고도 엄청 많은데… 아무래도 (나와서 지내면서) 생각하는 방식이나 가치관이 변한 것 같아요. 삶을 살아가는 기준도 다양해졌고요.


※ 이 말을 들으며 문득 헨리 밀러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사람의 목적지는 결코 장소가 아니라 사물을 보는 새로운 시각"이라는.


디노로 지내며 후회한 적은 없나?

전반적으로 엄청 만족하는데, 몇 년 전에 위기가 한번 왔어요. 돌아다니는 삶 때문에 내가 이루고 싶어 하는 것들을 이루지 못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삶은 엄청나게 에너지와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하잖아요. 그 시간과 에너지를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사업에 쏟아부었다면 어땠을까??

디노 삶은 엄청나게 자잘한 곳에서부터 에너지를 뺏어가거든요. 새로운 집에 가서 적응하는 것도 알게 모르게 에너지가 엄청 들어가고, 일상 환경이 계속 바뀌니까 적응하는데 에너지가 많이 들어요. 수도꼭지를 얼마나 세게 틀어야 하는가부터 매번 신경 써야 하니까.

그런데 요즘은 별로 후회되는 게 없어요. 언젠가 '디노 삶 때문에 내가 못하는 게 아니'라는 자각을 했거든요. 사람들을 엄청 좋아하지만 이별에도 별로 미련이 없어요. 그런데 가끔 사람들이 '아 너처럼 살면 좋겠다'라고 말할 때가 있어요. 그러면 저는 '한 곳에서 오래 사는 것도 대단한 자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요. 한 곳에서 오래 살면서 그곳의 혹은 사람들의 미묘한 변화와 차이를 알아차리게 되는 것 역시 대단한 경험이거든요..



다시 돌아가도 지금과 같은 선택 (디노로 사는)을 할 건가?

아 이건 어렵네. 근데 내가 계발하고 싶은 커리어가 한 곳에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면 다시 이럴 것 같아요. 지금도 난 계속 이동하면서 살고 싶으니까. 매달 집 구하는 거 '피곤하다, 너무 스트레스다' 이러면서도 그걸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해요. 일단 난 돌아다니는 게 기본적으로 재밌거든요? 근데 어떤 일이 너무 재밌으면 한 곳에서 살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진짜 사람은 살면서 어떻게 적응하기 나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난 솔직히 내가 야망이 크고 진취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보람도 없고 재미도 없는 일을 10년째 하고 있잖아요. 근데 이런 일을 이렇게 오래 하다 보니 이런 스타일의 인간이 또 되는 것 같은 거죠.



만약 (지금의 삶을 시작하기 전) 과거로 돌아간다면, 나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나?

네 머릿속을 빠져나와! 세상은 생각보다 더 즐겁고 더 아름답거든.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는 온전히 니 선택에 달려 있다는 거 잊지 말고! 어떤 사건 그 자체보다 그걸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도. 항상 내 감정과 생각, 선택과 결정에 책임지고 살자. 앞으로 재밌는 일 많이 일어날 테니 기대해!!



해외에 나가서 일하고 살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우왕 이거 엄청 어렵다. 근데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넘 다를 거 같아요. 이미 영어를 하는 사람인지 아닌지. 모아둔 돈이 있는지, 나이는 얼마나 되는지, 어디 가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보고 싶어 하는지 등등.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조언이 달라져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일단 언어는 진짜 중요함.



본인처럼 해외에서 일하고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생각보다 겁먹을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페이스북에서 잡 오퍼 받았던 내 친구는 관련 없는 전공을 하고 헝가리에서 중소기업에서 일하다가 페북에서 억대 연봉으로 잡 오퍼를 받았거든요. 이번에 해고 열풍을 타고 취소되긴 했지만, 도전해보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사실 생각보다 힘든 게 아닐 수 있는데 다들 안 하잖아요. 그걸 언니는 잘하는 것 같은데 나도 지레 위축되어서 시도도 안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여하튼 이름 없는 곳에서라도 실력 키우고 경험을 쌓으면서 끊임없이 배우고 공부하고 준비하면 기회가 올 겁니다.






꼬로로는 스스로를 '깨려고 노력하는 사람'라고 생각할 만큼, 항상 자신의 생각을 뒤집어보고 의심하고 다시 보는 인간입니다. 뭐든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게 없죠. 그렇기 때문에 항상 새로워지려고 하고 덕분에 계속 성장하는 것 같아요. 귀한 시간을 내준 꼬로로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보냅니다.

이 인터뷰가 해외살이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셨기를!


세계를 내 집처럼 살아가는 꼬로로의 디노 생활이 더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블로그를 참조해주세요. 생생하고 재밌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https://blog.naver.com/hackyourbrain


모든 형태의 삶에 응원을 보냅니다.

Bravo your life!


<해외에서 일하고 살기> 프로젝트는 외국에서 일을 하고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추천해줄 인물이 있거나 관련해 질문이 있으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또 이 프로젝트에 관심 있거나 기타 제안 주실 분들은 tjkmix@naver.com로 연락주시고요. 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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