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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Sep 20. 2023

습관적으로 쓰는 욕, 비속어 금지


어제 유튜브에서 예전 90년대 인터뷰를 우연히 봤다.

나도 그 시절을 살긴 했지만, 다시 그 시절을 보니 새삼스러운 부분이 하나 있었다.


하나같이 말을 매우 조리 있게 하고,

명확한 단어를 써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한다는 것.


인터뷰이들이 모두 20대 청년들이었는데

어느 누구도 얼버무려 이야기하지 않았고, 듣기 거북한 용어를 쓰지 않았다.

다들 자기 생각을 정확하게 이야기했다.


영상 댓글에 누가 이런 말을 써놨더라.

"요즘은 '존나' 빼놓고는 이야기가 안될 정도로 사람들이 '존나존나' 거리는데

어쩜 저 때는 다들 말을 저렇게 잘하냐!"


그건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90년대 인터뷰를 보면서 새삼 말의 중요성을 생각했다.

요즘엔 10대만이 아니라, 나이를 불문하고 (특히 젊은 사람들이)

'존나' '씨발' 같은 비속어를 많이 섞어 쓴다.


그런데 막상 그 말의 내용을 들어보면

구체적인 내용은 없고 죄다 비속어뿐이거나

비속어를 섞어 얼버무려서 표현하는 것들이 많다.


"아 씨발 존나 짜증나." "존나 싫어." "이거 존나 맛있어."


왜 짜증나고 왜 좋고 싫은지에 대해 명확하게 이야기 하지 않고,

그저 1차원적으로 감정을 내뱉는 말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위 말은 나도 많이 쓴다. 특히 화나고 짜증나면 습관적으로 '18'을 쓴다.

심리학에서 욕에 대한 연구를 했는데, 다치거나 힘들 때 욕을 하면 고통이 경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습관적으로 욕을 하게 되면 그 효과는 사라진다.


욕을 하면 처음에는 감정이 해소되는 것 같다가도 나중에는 해소되는 효과는 사라지고

더 화가나는 경우도 많다. 쓸수록 더 쓰게 되고, 또 쓰면 입이 점점 험해진다.

더 강한 욕을 찾는다.


나는 살면서 욕이 필요하다고 보는 욕예찬론자 중 하나지만,

앞으로 '씨발' '존나' 같은 말은 쓰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왜냐, 언어는 그 사람의 정신상태를 반영하는 거울 같은 건데

그런 말로 내 마음이 반영된다고 생각하니, 그건 싫더라고.

그리고 확실히 말을 조리있게 교양있게 하는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어제부터 안쓰기로 했는데, 나도 모르게 3번을 썼다. ㅎㅎㅎ


앞으로 위 두 개 말을 쓸 때마다 스스로에게 1천원씩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벌금은 한달간 모아서,

매달 말에 어디 기부하거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밥 사주거나 하려고.


욕 대신 비속어 대신,

구체적이고 정확한 말로 내 마음과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도록 노력해야겠다.

화날 때 무슨 말로 내 감정을 표현할지, 그거 찾는게 일단 우선순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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