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작부터 출판, 유통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풉니다!
독립출판에 관심 있으신가요?
내 손으로 직접 내 책을 내보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 있나요?
3번째 책을 '독립출판'으로 내면서 많은 분들에게 질문을 받았습니다.
독립출판을 하고 싶긴 한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과정을 많이 궁금해하시더군요.
그래서 오늘날 잡고 어떻게 책을 제작하고 출판, 유통했는지 전체 과정을 한번 훑어주려고 합니다. 제 경험담을 들으시면, 책이 만들어지는 프로세스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겁니다.
3년 전 이야기라, 사이트 등은 좀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전체 프로세스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요 책은 제작방식이 조금 독특했습니다. 크라우드 북펀딩으로 제작자금을 모았고, 독립출판으로 제작출판했거든요. 즉 1부터 10까지 모두 제 손으로 했다는 이야기죠. 언젠가 내 손으로 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걸 마침내 실현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1) 북펀딩, 2) 독립출판, 3) 대형출판유통까지 세 부분으로 나눠서 할 건데요, 자세히 하면 한도 없이 길어지니까 그냥 대충만 할게요. ㅎㅎㅎ
일단 책을 쓰고, 제작하는 두 개의 과정으로 나눠집니다.
그 전체 프로세스를 그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보통 책 한 권 나오는데 최소 1년을 잡습니다.
이건 기획출판의 과정이고, 독립출판 프로세스는 조금 다릅니다. 독립출판은 책을 쓰고 제작하는 모든 걸 총괄하기 때문에 좀 더 복잡합니다. 즉, 책을 기획하고, 원고를 쓰고, 출판 자금을 모으고, 초고를 편집하고, 표지와 내지를 디자인하고, 그걸 인쇄제작하고, ISBN 신청을 하고, 물류사와 계약을 맺은 뒤 출판사와 일일이 유통계약을 맺고, 그리고 유통을 시키는 과정을 혼자 다 한다는 얘깁니다. 아, 차후에 ebook 제작도 하는데 그건 시간 날 때 따로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ㅎㅎ
사람마다, 책마다, 다르겠지만 <인생모험>은 쓰고 만드는데 총 8개월 정도 걸렸어요.
책 쓰고 편집하는데 5개월, 인쇄 제작에 1개월, 유통에 1개월, 북펀딩에 1개월이 걸렸죠.
실은 이거 하려고 20년 6월 30일에 회사를 퇴사했어요. 퇴사하고 바로 7월부터 11월까지 원고작업을 했고, 북펀딩은 그해 12월에 시작했습니다.
북펀딩은 '출판크라우드펀딩'이라고도 하는데, 대중으로부터 출간자금을 조달받는 걸 말해요. 창작자는 자기 아이디어를 가지고 예상결과물을 먼저 선보이면, 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금전적인 후원을 해줍니다. 그 돈을 받아서 실제로 창작물을 제작, 생산하는 방식이죠.
<언어의 온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북 펀딩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검은 사전, 흑요석이 그리는 한복이야기> 등은 각각 1억 원 이상 모금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북펀딩을 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집니다.
1) 셀링포인트를 미리 어필해서 반응을 살피고 수요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과
2) 마케팅 수단으로 팬덤 확보와 바이럴이 일어나기 쉽다는 거.
와디즈와 텀블벅이 대표적인 사이트입니다.
와디즈가 가장 규모가 크고 다양하나 분야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출판분야만큼은 텀블벅이 더 다양하고 많은 데다 대표적 북펀딩 대표 사례가 모두 텀블벅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저도 텀블벅에서 진행.
https://www.tumblbug.com/lifeadventure
목표금액과 기간을 정해서 시작하는데, 저는 목표금액 1백만 원, 기간은 한 달 잡아서 진행했어요.
위 페이지로 들어가시면 제가 진행했던 북펀딩을 보실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메시지를 만들고 펀딩페이지를 세팅하는 게 중요한데,
해본 적도 없고 주변에 도움을 청할만한 사람도 없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했냐. '모방'했습니다. ㅎㅎㅎ
성공했던 기존의 출판프로젝트들을 쭉 훑어보면서 그들이 어떻게 진행했는지 먼저 큰 틀에서 감을 잡습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걸 3개 정도 가져와서 세부적으로 분석합니다.
'이들의 셀링포인트는 무엇이고, 어떻게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나?'
분석한 걸 바탕으로 저만의 프로젝트 메시지를 만들고 펀딩페이지를 세팅하고, 상품을 구성했습니다.
디자이너가 붙으면 좋은데 그런 건 없어서 그냥 제가 셀프로 PPT를 이용해서 직접 꾸몄습니다.
그것도 상당한 공이 들어가더군요. 리워드 제작도 만만한 게 아니라서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저는 책갈피, 북콘서트, 등을 리워드로 걸었습니다.
다행히 최종 207%를 달성, 펀딩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그렇게 모은 자금을 가지고, 인쇄 제작에 모든 발품을 쏟았습니다.
방법은 많지만 혼자 무작정 하기는 너무 어려워요. 알아야 할 것들과, 할 게 워낙 많기 때문이죠. 전반적인 출판프로세스를 알아야 합니다. 아래 그림을 참조해 주세요.
제가 추천하는 방식은 1) 독립출판 관련된 책을 보거나 2) 출판워크숍을 듣는 거예요. 그러면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잡게 되죠. 아, 제 이야기를 참고해도 되겠네요. ㅎㅎ 상세한 건 전체 틀 안에서 하나씩 잡아가면 됩니다.
저는 독립서점에서 진행하는 4주짜리 출간워크숍을 들었는데요, 상세하게는 안 가르쳐줍디다. 얼추 그냥 틀만 알려줘요. 제가 지금 여기에 적어둔 틀만 익혀도 됩니다. 저는 그렇게 어떻게 인쇄제작하는지 얼추 배웠고, 편집과 디자인은 컴퓨터학원을 따로 다녔어요. 석 달 동안 컴퓨터 학원에 다니면서 '인디자인'과 '포토샵'을 배워서 표지와 내지 디자인을 했습니다. 참, 책 제작에 쓰는 폰트 사용 시 의해야 합니다. 그냥 쓰면 법적으로 걸리기 때문에 반드시 무료 폰트를 쓰거나 사서 써야 합니다. 이 점 주의!
인쇄 제작도 저 같은 초짜가 하기엔 참 골치 아픈 부분이었습니다. 낯선 용어가 너무 많거든요. 세네카는 대체 뭔지, 도비라는 뭔지, 종이 종류는 왜 그렇게 많은지.... 어떤 종이를 써야 하는지 표지와 내지는 뭘 써야 하는지, 인쇄를 몇 도 인쇄를 해야 하는지 제본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게 많아서 인터넷 뒤져가면서 그걸로 안되면 직접 충무로와 을지로 같은 데 가서 인쇄소와 제본소를 돌아다니면서 배웠어요. 현장에 가면 물어볼 곳들이 좀 있거든요.
인쇄는 여러 곳을 다니고 알아봐서 견적을 몇 군데 받았고, 그중에서 가장 괜찮으면서도 가장 저렴한 곳에서 진행했어요. 인쇄는 옵셋인쇄, 인디고출력이 있는데 300부 이상 하면 옵셋인쇄로 진행합니다. 요샌 100부 정도만 찍어서 유통하기도 하는데요, (그럼 인디고출력으로 진행합니다) 사실 1000부 찍으나 100부 찍으나 공이 들어가는 건 매일반입니다.
그렇게 한 달에 걸려 인쇄제작을 완료했고, 배본사와 유통계약을 해서 책을 유통시켰습니다.
1월에 인쇄한 뒤, 2월에 본격적으로 유통시켰죠.
독립출판을 하게 되면 유통방식이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ISBN을 받아서 교보, 알라딘, 예스 24 같은데 유통을 시키는 것
다른 하나는 ISBN 없이 전국 독립서점에 책을 입고 시켜 유통시키는 것.
저는 전국적으로 팔고 싶었기 때문에 ISBN을 받아 대형 서점에 유통해서 진행했습니다.
서점과 계약해서 물류를 유통하기 전에, 알아야 할게 3가지가 있어요.
서점에 유통시키려면 ISBN 국제표준도서번호를 발급받아야 됩니다.
도서 유통의 효율화를 위해 전 세계에서 간행되는 각종 도서에 고유번호를 부여하는 제도예요.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제도 시행하고 있죠. (2018년 기준 166개국)
숫자마다 의미가 있어 이를 보고 책의 분야나 대상 독자, 발행 국가 등을 알 수 있습니다.
이걸 해주는 곳이 따로 있는데 국립중앙도서관의 '서지정보유통지원시스템'에서 신청을 할 수 있고, 신청 후 발급까지 짧게는 3일, 길게는 일주일 정도 걸립니다. 신청하면 ISBN이 들어간 바코드를 주는데, 나중에 그걸 표지에 심으면 일반 서점에 유통시킬 수 있죠. (이게 없으면 유통 자체가 안 돼요.)
일반 서점에 유통하려면 먼저 배본사와 계약해야 합니다.
배본 사는 물류보관과 유통을 같이 해주는 곳인데, 가격과 시스템이 천차만별이어서 열심히 발품을 팔아야 합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묻고 인터넷에 셔 열심히 서칭 해서 가장 알맞은 곳을 선택했습니다.
서점과 계약할 때 '책'과 함께 '보도자료'를 건네게 되어 있어. 보도자료는 출판사에서 배포하는 자료인데 이 자로가 나중에 서점에 소개페이지가 됩니다. 책 소개, 목차, 저자소개, 출판사 서평 이런 게 다 보도자료에 있는 걸로 들어가는 거예요. 한 번도 써본 적은 없어서, 이전에 홍보 자료를 참고해서 이것도 만들었습니다. 이 자료 자체가 책의 소개페이지가 되기 때문에 굉장히 신경 써서 만들었어요.
이게 다 끝나면 이제 서점을 다니면서 계약을 맺습니다.
계약 시 준비할 서류가 상당히 많은데, 서점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서류를 잘 챙겨야 해요.
저는 교보문고, 예스 24, 알라딘 이 세 군데와 계약했습니다. 계약은 온라인으로도 할 수 있는데 담당자 얼굴을 직접 보고 싶어서 일부러 다 직접 찾아갔어요. 알라딘 담당자를 만나서 이야기도 듣고, 교보 담당자 만나서 이야기도 들었는데 40분이나 조언을 해주시더군요. 1인 출판사로 이리저리 뛰는데 안돼 보였나 봐요. ㅎㅎㅎ 아무튼 무척 고마웠습니다.
사실 마케팅이 정말 중요한데, 이걸 크게 못했습니다. 8개월 동안 꼬박 매달려서 책 쓰고 제작하다 보니 진이 빠지더라고요. 여기까지 오는 걸로도 진이 빠져서 마케팅이고 나발이고 할 힘이 없었는데, 다행히 아는 동생이 자기 거래하는 신문 몇 군데에 신문기사를 내줘서 그나마 2군데 신문에 나왔습니다. ㅎㅎㅎㅎ
매일일보: “책으로 떠나는 모험”…‘인생모험’ 출간 (2019-12-13)
메트로서울 : [새로 나온 책] 김글리의 '인생모험' (2019-12-18)
끝나고 너무 힘들어서, '이 과정을 다시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다시 하게 되더군요. 제가 잘하지 못하는 부분 - '디자인'을 외주 주니까 할 만했습니다. 이번에 <자전거를 타지 않은 우즈베크 여자들> 책은 위 프로세스대로 다시 만들었는데요, 한번 해보니까 2번째는 확실히 더 쉽더라고요. 고생은 여전했지만, 그래도 할만했습니다. ^^
이상 책을 제작하는 프로세스를 간략히 (?) 정리해 봤습니다. 하면서 어려움도 많고 공부도 많이 해야 하는데요, 그래도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 도전해 보는 걸 권장합니다. 성취감이 꽤 크고, 책을 보는 눈도 많이 넓어집니다.
참, 이 모든 걸 하려면 '출판사'를 먼저 사업자등록해야 된다는 거, 아시죠?
그럼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