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가 확실하다
사람들을 '필력 좋은 이들'이 책을 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쓰지? 에만 관심을 둔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왜 쓰는가'다.
이게 있으면 필력과 상관없이 꾸준히 쓰게 되고, 무엇을 쓸 건지가 명확하고, 종국에 책도 낼 수 있다.
그러니 오늘은 왜 쓰는가가 왜 중요한지, 그를 얘기해 보자.
5권의 책을 쓰고 출간하면서,
또 주변에 수 십 명의 사람들이 글 쓰고 출간하는 걸 지켜보며 새삼 알게 된 게 2가지 있다.
1) 필력과 출간은 '별개'라는 것.
2) 필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왜 글을 쓰는가'에 있다는 것이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아니라, 왜'가 확실한 사람들이 책을 쓰고 출간한다. 심지어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내가 왜 해야 하는지가 뚜렷하기 때문에 시작도 잘하고, 장애물을 만나도 이겨낸다.
여기서 한번 물어보겠다.
당신은 왜 글을 쓰는가?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이를테면 김훈 작가는 “나의 내면을 드러내기 위해 글을 쓴다.”라고 말했고, 영국의 시인이자 평론가인 새뮤얼 존슨은 “아내가 사망한 날, 나는 다음의 세 가지를 결심했다. 일찍 일어나기, 시간 아껴 쓰기, 일기 쓰기”를 꼽았다. 신학자 및 철학자 앙토냉 질베르는 “나의 입장과 문제를 뚜렷이 보기 위해 쓴다”라고 했고, 유시민 작가는 “내면을 표현하고 타인과 교감하려고 쓴다.”라고 했다.
우리는 왜 글을 쓰는 걸까?
수업에 참가한 수강생이나 글 쓰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물어보면 답은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
둘째, 소통하기 위해서
셋째,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넷째, 더 잘 배우기 위해서
글이란 건 기본적으로 '기억하기 위해' 존재한다. 글이 없다면 기억할 수 없고 쉽게 잊힌다. 도현신 작가가 쓴 <지도에서 사라진 사람들> 책을 보면 지구상에서 사라진 18개 종족 이야기가 나온다. 수메르인, 수메르인, 히타이트인, 에트루리안인, 유연족, 켈트족, 흉노족, 탕구트 족 등등. 이들의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기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옛말에 '호랑이는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라고 하는데, 이건 본능인 거 같다. 잊히지 않기 위한 본능, 자신의 소중한 것을 남기고 싶은 본능. 인간은 육체적 DNA는 자식을 통해 남기지만, 정신적 DNA는 글을 통해 남긴다.
한편, 글쓰기는 '잘 배우는 수단'이자 '내 콘텐츠'의 기반이 된다. 그를 잘 보여주는 예가 한근태 작가다. 그는 수십 권을 책을 낸 베테랑 작가이자 경영컨설턴트다. 한 작가는 "퇴직 후 할 일이 없다는 건 자신의 경험과 지식과 노하우를 지적 자산으로 변화시키는 데 실패한 것"이라며, "전문가로 거듭나는 최선의 방법이 바로 글쓰기"라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말처럼 관심 가는 분야에 대해 꾸준히 공부하며 글을 썼고, 그를 통해 조금씩 전문가로 거듭났다.
왜 쓰는지를 고민해봐야 하는 진짜 중요한 이유가 있다.
첫째, 왜 쓰는가는 뭘 쓰고 싶은지 '주제'와 연결된다.
무엇을 쓸 것이며 어떻게 쓸 것인지는 많이 고민하지만, ‘왜’에 대한 고민이 가장 먼저다. 왜에 대한 답이 내가 무엇을 쓸 건지, 주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왜 쓰고 싶은지 물어보면, '유튜브를 하고 싶어서', '여행한 걸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 '지금까지 내 삶을 한번 정리해보고 싶어서', '나를 더 잘 표현하고 싶어서' 등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결국 그 답이 내가 쓸 주제가 된다. 여행기록을 남기고 싶은 이는 자신의 여행기를 쓰게 될 것이고, 내 삶을 정리하고자 하는 이는 내 삶의 궤적을 기록하는 에세이를 쓰게 될 것이다.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걸까??
스스로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그 답이 내가 무엇을 쓰고, 어떻게 쓸 건지와 연결된다.
둘째, 왜 쓰는가는 왜 써야만 하는지 '원동력'이 된다.
뭔가를 하려면 '동기'가 필요하다. 뇌는 '동기'가 확실할 때, 즉 내가 이걸 왜 하는지 명확할 때 움직인다. 글을 쓰는데도 이런 동력이 필요한데, 김무영은 자신의 책 <에세이 비행학교>에서 이를 3가지로 이야기한다.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 글을 쓰면 좋겠다는 '필요', 반드시 써야 하는 '의무'를 느끼는 순간, 바로 이 순간이 글쓰기의 출발점이다. 이때 작가는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 왜 이런 욕구, 필요, 의무가 생겼는지 스스로를 관찰해야 한다. 왜 쓰는지도 모르는 채 무작정 쓰면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나 다름없다."
대개 하고 싶다는 '욕구', 왜 좋은지 '필요'는 가지고 있다. 그런데 뭐가 없냐면, 왜 써야 되는지 '의무'가 없다. 글 안 쓴다고 해서 불이익받는 게 없다. 큰 일 나지도 않는다. 당장 손해 날 것도 없고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다. 그래서 욕구와 필요는 있는데 쓰지는 않는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내가 왜 써야 하는지' 자기에게 의무감을 부여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내가 이걸 왜 해야 되는지, 해야 하는 이유를 자꾸 찾아내고 그 의무감을 자신에게 부여하는 사람이 오래간다. 그를 위해 글쓰기 수업을 듣고 글쓰기 모임을 참여한다. 혹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에 책을 낼 거라고 미리 큰소리치기도 한다. 아무튼 이런 '의무감'을 부여하는 장치를 만드는 사람들이 확실히 더 오래간다.
왜 블로그를 하고 싶은가? 왜 책을 내고 싶은가? 왜 자신을 잘 표현하고 싶은가? 왜 에세이를 내고 싶은 걸까? 왜?
'왜'를 깊게 파다 보면 결국 스티븐 킹이 말한 것과 통한다. 그가 뭐라고 했냐면 "글쓰기란 작품을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 준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이라고 했다. 결국 행복해지고 싶어서 쓰는 거다. 잘 살려고 쓰는 거다.
그러니 글을 쓰기 전 '왜'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다각도로 던져보자.
왜 글을 쓰고 싶은가?
이를 잘 파내려가면, 내가 '무엇을 쓰고 싶은지' 주제도 나오게 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욕구도 덩달아 나온다. 무엇보다 '왜'에 대한 이유가 단단하면 단단할수록, 글을 지속해서 쓸 수 있는 힘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