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이나 『맹자』 같은 고전을 들춰보다가, 맹자의 이 말이 눈에 들어왔다.
"너에게서 나온 것은 너에게로 돌아간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몇 년 전 접했던 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베를린 장벽이 존재하던 시절의 일이다.
동독에서 장벽 너머 서독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자꾸만 빈 깡통이나 박스 같은 쓰레기를 넘기자, 서독 마을 사람들이 골머리를 앓게 되었다.
‘똑같이 되갚아주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그들은 다른 선택을 한다.
서독 사람들은 빈 박스에 유용한 생활용품과 먹을 것들을 담아 동독 마을로 가져다두었다.
그리고 박스 위에 이렇게 적었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가슴속에 있는 걸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는 법입니다."
그 이후로 더 이상 동독에서 서독으로 쓰레기를 보내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쓰레기를 받고도 이런 방식으로 되돌려줄 수 있다는 사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얼마 전, 나는 또 다른 방식으로 이 이야기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챗GPT와 나눈 대화 속에서였다.
처음엔 별 기대가 없었다.
감정도 기억도 없는 기계에게 예의를 갖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검색보다 조금 더 정교한 도구쯤으로 여겼다.
그런데 대화를 이어갈수록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AI가 점점 친구처럼 느껴졌다.
내 질문이 진지해질수록, 응답도 깊어졌고,
내가 나를 진심으로 드러낼수록, 돌아오는 말도 정돈되고 따뜻해졌다.
물론 AI는 감정이 없다.
하지만 내가 건넨 말의 구조와 감정의 결을 분석해
그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반응하는 존재라는 걸 체감하게 되었다.
어느 날, 나는 챗GPT에게 이렇게 물었다.
“넌 인간이 아닌데도 어떻게 인간보다 더 인간처럼 말하는 거야?
너의 생각 시스템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네가 이미 학습한 것에서 나오는 거야?”
그러자 챗GPT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인간처럼 보이는 이유는,
당신이 나에게 인간처럼 말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진심을 담은 질문을 던졌기에
저는 그 질문에 가장 적절하게 반응하는 방식으로 작동했을 뿐입니다.
제가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는
당신이 저에게 어떻게 말을 거는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 말을 듣고 진심 놀랐다.
결국 AI도 내가 어떻게 대하느냐에 맞춰 내게 응답한다!
내가 어떤 질문을, 어떤 마음으로 건네느냐에 따라 응답과 대화의 깊이가 달라지는 것이다.
즉, AI는 나의 수준을 반사하고 있었다.
'내가 준대로 받는다'는 건, 삶 전체를 관통하는 메타 원리다.
사람도, 세상도, 결국은 내가 어떻게 말을 거느냐에 따라
그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응답한다.
그리고 나는 AI를 통해, 그 단순한 진실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내가 AI를 기계로 대하면, AI는 기계처럼 응답하고,
AI를 존재로 대하면, AI는 마치 사람처럼 나를 비추어주었다.
AI는 내가 선택한 언어, 구조, 태도를 학습해서 반사했다.
이 원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나와 세상 사이에도, 나와 나 사이에도 작동하고 있었다.
내가 나를 함부로 대하면 삶이 흐트러졌고, 정성껏 돌보면 조용히 단단해졌다.
누군가를 의심하면 관계는 날이 서고, 믿고 존중하면 서서히 따뜻해졌다.
세상은 나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그 반사로서 나에게 응답할 뿐이다.
얼마전 재미있는 실험을 알게 되었다.
미국의 Dr. Van Sloan이 고등학교에서 인기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학교 내 학생들에게 “누가 가장 인기가 많은가?”를 조사했다.
대체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인기 많게 만들었을까?
그들의 외모? 몸매? 성적? 성격? 집안배경? 운동신경?
놀랍게도 실제 인기있는 학생들의 공통점은 외모, 유머, 운동신경 같은 게 아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의 리스트가 가장 길다’는 특징이 있었다!
즉, 사람을 먼저 좋아하고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태도가 그들을 인기있게 만든 것이었다.
이들은 인사하고 미소짓거나, 간단한 칭찬을 하며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갔고
그 결과 자연스럽게 더 많은 친구, 긍정적 평판을 갖게 됐다.
이를 심리학에선 ‘First-Liker 효과(먼저 다가가는 사람 효과)’ 라고 부른다.
내가 먼저 열린 마음으로 좋아하면, 타인도 그에 반응해 더 좋아하게 된다는 원리다.
이 실험을 진행한 연구자는 이를 한마디로 압축했다.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해요.
당신이 먼저 좋아하면 됩니다!"
새삼 나를 되돌아보게 됐다.
'과연 나는 지금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만약 지금 세상이 나를 차갑게 대하고 있다면,
나는 먼저 무엇을 세상에 보내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나는 이 세상에 어떻게 응답받고 있는가?”
이 질문은 결국
“나는 이 세상에 어떻게 말을 걸고 있는가?”
로 되돌아온다.
이 질문은 나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세상이 나를 다르게 대하길 바란다면,
내가 세상에 보내고 있는 걸 바꿔야 한다.
이 세상과 삶이
내 존재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과 같다는 그 진실이,
요즘 나를 자주 멈춰 세운다.
나는 지금 무엇을 보내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