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속 감정이야기_소심함

직장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감정들을 다루는 우연한 계기

by 토실이하늘
직장생활 속 감정이야기_소심함.png 출처 : Pixabay (johnhain)



직장 생활에서 구성원을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가 대범함과 소심함이다. 대범함이 마냥 좋다고 할 수도 없지만 소심함은 상대적으로 대범함에 비해 무언가 부족함을 나타내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일 때가 많다. 대범함이든 소심함이든 모두 인간의 감정 중 하나다. 감정이란 어떤 현상이나 사건을 접했을 때 일어나는 마음이나 기분을 의미하는데, 특히 소심함은 자신감이 부족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누구나 타고난 성격을 고치기는 힘들다. 또한 주어진 환경의 영향을 받아 길들여진 성향도 마찬가지다. 한편 대부분의 직장은 자전거와 같다. 한시도 페달을 밟지 않으면 곧 쓰러지게 되고, 쓰러진 자전거를 일으켜 세우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대범하게 치고 나가다 사고를 치는 한이 있어도 소심하게 머뭇거리는 것보다 낫다고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심함이 직장 생활에서 더 부각되는 이유는 일정 준수라는 누구도 거역하기 어려운 압박 때문이다.


광고기획팀 서 팀장은 입사한 지 1년이 되었는데 수주, 기획, 제작 등 광고에 관한 제반 활동을 두루 경험하였고, 총괄 관리까지 했었던 20년차 베테랑으로 입사 당시에 소문이 났었다. 보통의 광고하는 사람들의 성향은 아니어서 얼핏 보면 연구원의 느낌이 풍기는 사람이었다. 서 팀장과 함께 일하는 윤 차장과 현 과장은 나름 광고판에서 밥을 먹은 지 오래된 사람들이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실무적으로는 이 두 사람도 베테랑이라 할 만하다. 하루는 담당 임원이 서 팀장을 불러 여러 업무를 지시하였고, 서 팀장은 윤 차장과 현 과장을 회의실로 불렀다.



“내가 조금 전에 이사님께 이번 우리 회사 신상품의 광고 제작을 지시 받았어. 그런데 시간을 턱없이 짧게 주셔서 고민이야. 1주일 안에 광고를 만들라고 하시니 답답하네.”

“팀장님, 뭐가 걱정이에요? 1주일에 맞게 기획하면 되잖아요.”

“글쎄… 그게 가능할까?”

“팀장님도 참… 일단 해보는 거죠. 일단 해보고 뭐라도 보고를 해야 하잖아요.”

“그건 그런데……. 갑자기 생각하려니 답이 안 나오네.”

“어차피 고품질의 광고를 만들 수는 없을 테니까 핵심 메시지를 최대한 살리는 데 집중해서 만들어야겠네요. 콘티와 스크립트는 내가 만들 테니 현 과장이 촬영팀과 스케줄 잡아주고, 성우도 섭외해주면 좋겠어.”

“네, 차장님. 시간이 없으니 저는 지금 빨리 가서 일정을 잡고, 스태프들을 챙기도록 할게요. 콘티 정리되면 알려주세요.”

“그래, 그럼 두 사람이 고생 좀 해줘.”



보통의 직장 생활에서는 부여 받은 미션을 제시간에 완수함을 크나큰 미덕일 뿐만 아니라 당연하게 생각한다. 간혹 결과를 부정적으로 예단하여 실행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한 이유를 정확하게 상급자에게 보고해야 한다. 보고하지 않았다면 그 미션은 실행 중인 것이다.


위 사례에서 서 팀장은 1주일 만에 광고를 만들라는 지시에 당황한 모양이다. 분명 담당 임원이 1주일 만에 광고를 만든다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와 같이 지시할 때는 무언가 이유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서 팀장은 담당 임원에게 1주일 만에 할 수 없다는 말을 하기 어려웠던 걸까. 그렇다고 무작정 업무를 받아 와서는 멍하니 팀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도 팀장으로서 면이 안 서는 상황이다. 자신이 직접 업무와 담당자를 나누어 지정한 후 짧은 기간이지만 전반적인 일정도 챙겨야 할 터인데, 이대로 하다가는 파악이나 제대로 될는지 의문이다.


쭈뼛쭈뼛하거나 망설이거나 주저하거나 넋 놓는 행동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일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파악하여 정해진 시간에 완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팀장의 역할이다. 어차피 1주일 안에 멋진 광고를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담당 임원도 그 정도까지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추측컨대 시의적절한 광고 집행이 필요한 상황이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우리가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정으로 업무를 처리해야 할 때가 많다. 그때 촉박한 일정에서 유난히 빛을 발하는 사람이 영웅처럼 나타나게 된다.


누구나 자신의 페이스가 있고, 패턴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작은 변화와 다른 변수가 붙는 업무를 하기 싫어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세히 돌아보면 지금껏 우리가 해왔던 일들은 생각만큼 똑같은 방식으로 해오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분명히 자신의 의지였든, 아니면 강요였든 다른 방식으로 여러 허들을 넘어 왔을 것이다.


소심함은 직장 생활에서 득보다 실이 많다. 결과는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지만 소심함을 드러내면 기회가 줄어든다. 업무를 지시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소심한 사람에 업무를 맡기기는 쉽지 않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우리는 생각만큼 매번 같은 일을 하지 않는다. 또한 팀장뿐만 아니라 구성원 개개인은 다양한 조건에서도 부여 받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일종의 시나리오 내지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 설령 공식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늘 당황하고, 소심함으로 얼룩진 채로 살아갈 수도 있다.


오늘 당신이 부여 받은 업무는 어떠한가. 조금은 부담스럽지는 않았는가. 흥미로운 사실은 그 업무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당신이기에 당신에게 그 업무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업무 지시를 받을 때마다 당신만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갖고 임하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소심함이 발붙일 자리를 내어주지 않을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직장생활 속 감정이야기_허영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