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감정들을 다루는 우연한 계기
동질감(同質感)은 ‘성질이 서로 비슷해서 익숙하거나 잘 맞는 느낌’이라고 사전적으로 풀이할 수 있다. 또한 사회심리학의 한 분야인 집단 역학(Group dynamics)의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편 동질감은 개인이 직장이라는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끼고, 다른 구성원들과 닮았다고 느끼는 감정이다. 이러한 조직에서의 동질감은 협력과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공동의 목표와 가치를 공유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다.
직장에서의 구성원 간에 느끼는 동질감 중에서도 상사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동질감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직장인으로서 상사를 만난다는 것은 우연이고, 인연이다. 팀장을 예로 들면 팀장으로서 팀원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누가 봐도 문제가 있는 팀장이 아닌 이상 팀원이 팀장을 선택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런 상황이니 팀원이 팀장과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경우 또한 확률적으로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저 체념하듯 자신에게 최면을 걸어 닮았다고 믿거나 닮은 척을 할 뿐이다. 누군가에게 그래야 한다고 조언을 받았을 테니까.
가족 간에도 동질감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한 공간에서 그렇게 긴 시간을 함께 보냈음에도 각자의 생각과 방식으로 살아가는데, 필연인지 우연인지 알 수도 없는 상사와 동질감을 느끼기는 애초에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상사와 동질감을 가지면 좋다고 하니 그 반대인 이질감만 느껴지면 이것도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다.
이 시대는 누가 뭐라고 해도 다양성을 존중하고 추구하는 시대다. ‘굳이 동질감을 가져서 무엇에 쓰려고 하는 걸까’라고 생각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다. 하지만 늘 문제는 찝찝함이다.
얼마 전 이직하여 2개월차에 접어드는 인사팀 심 과장은 상사인 백 팀장의 업무 스타일, 의사결정, 그 외 접근 방식들이 자신의 그것과 사뭇 다름을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심 과장도 회사 일에 적응을 넘어 주도적으로 해야 할 필요를 느끼던 그때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심 과장! 이번 신입 공채사원들 OJT 건은 이렇게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팀장님, 제가 골몰하게 생각해보았는데 기존 방식을 탈피하여 우리도 글로벌기업의 방식을 도입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누가 그걸 몰라서 그러냐고. 아무리 좋은 거라도 때와 상황이 적절해야 효과가 있는 거지. 다시 정리해서 줘 봐!”
“팀장님, 하나씩 살펴보세요. 겉만 그렇지, 세부적으로 보시면 성장하고 있는 우리 회사에 맞춤식으로 변형한 안입니다.”
“사람이 이렇게 눈치가 없어! OJT가 인사팀만의 문제가 아니잖아. 이렇게 급발진하면 여러 사람이 피곤해진다구!”
“팀장님, 그러면 그중 하나라도 시도해보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나중에 한꺼번에 하려면 더 힘들 수도 있거든요.”
“지금 나를 가르치려는 거야? 심 과장이 보고한 안이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보고하는 내 입장도 생각해줘야지. 정 그렇게 말하니 내가 내용 중 몇 개는 반영해볼 테니 가 봐.”
이러한 사례는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때로는 오히려 상사가 더 급진적이고, 구성원이 더 고지식한 꼰대 같은 경우도 있다.
“과장님, 말씀하신 자료와 기획안을 가지고 왔습니다.”
“심 대리는 몇 년생이죠?”
“93년생입니다.”
“그런데 기획안은 93학번이 쓴 것 같아요. 예전에 유행했던 이론들도 포함되어 있고, 딱히 참신하지도 않고, 이렇게 보고하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내가 대략 첨삭해서 줄 테니 다시 정리해보세요.”
“이전에 계셨던 과장님도 그렇고, 팀장님과 본부장님 모두 맘에 드시는 전개 방식이라고 칭찬하셨는데 그렇게 잘못되었나요?”
“심 대리는 칭찬 받으려고 회사 다니나요? 스스로 학습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 커리어 관리를 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아요?”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지만 여기는 회사이니까요…….”
이 짧은 대화만으로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누가 옳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회사에서는 구성원들 간에 동질감이 필요하기는 하다. 하지만 이미 간극이 넓으면 동질감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모든 구성원들과 동질감을 가진다는 것은 더욱더 어렵다.
동질감 역시도 상대적이다. 극한 이질감도 내가 맞닥뜨릴 수도 있다. 인생사가 그렇듯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다. 꾸준하게 겪어보면서 그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현명하다. 예를 들어 임원과 팀장, 그리고 팀원이 있다고 할 때 임원이 팀원의 생각이나 업무 방식을 좋아하고 칭찬하는 상황이 영영 생기지 않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서두르지 말고, 그렇다고 너무 넋 놓고 있지도 말고 그 간극을 좁힐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상사가 조금씩 당신의 생각에 빠져들 수 있도록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소통해보기를 권한다. 모든 것이 상사를 위해서라고.
실제로 상사도 모르고 있지는 않다. 그저 상사는 상사 나름대로 더 위에 있는 상사와의 간극을 줄이고자 노력 중이다. 설령 상사 본인은 구성원의 제안을 수긍하더라도 본인의 상사에게 먹히지 않으면 욕은 욕대로 먹고, 제안했던 구성원을 볼 면목도 없어진다. 이를테면 상사도 남모를 고충이 있다. 또 다른 비유를 하나 하자면 당신과 상사의 마음이 데칼코마니 같이 포개지기는 쉽지 않지만 거대한 둑도 미꾸라지 한 마리 때문에 허물어지듯 하나씩 그 접점을 만들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서로 닮아 있는 모습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러한 동질감의 정도를 가장 확실하게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은 소통의 횟수이다. 동질감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상사와의 소통하는 기회가 많아진다. 만약 요즘 상사와의 소통이 과거보다 잦아지고 있다고 느낀다면 상사가 당신과 동질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질감을 느끼는 사람과 대면하고 소통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인가.
당신도 곧 더 책임과 권한이 많은 자리에 오를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당신과 닮은 구성원도 늘어날 것이다. 그 수많은 구성원들과 동질감을 나눈다는 것은 처음부터 욕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로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마주치는 지점을 찾아간다면 그 지점에서 뜻하지 않게 덤으로 얻는 동질감도 있을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