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속 감정이야기_자신감

직장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감정들을 다루는 우연한 계기

by 토실이하늘
직장생활 속 감정이야기_자신감 azmeyart-design.png 출처 : Pixabay (azmeyart-design)



자신감(自信感)은 직장생활뿐만 아니라 시시때때로 곳곳에서 필요한 삶의 감정 중 하나다. 사전적인 풀이는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거나 어떤 일이 꼭 그렇게 되리라는 데 대하여 스스로 굳게 믿음’이다. 한편 심리학적인 풀이는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믿고,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이다. 문제는 과도하게 넘칠 때이다.


자신감을 통속적으로 표현한다면 이른바 ‘믿는 구석이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주로 자신의 평가에서 기인한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보통은 자신에게 관대할 수밖에 없다. 특히 누군가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겠다고 애쓰는 경우도 많은데 마음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자신감은 스스로 굳게 믿을 수 있을 때 만들어지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타인이 억지로 구겨 넣는다고 수동적으로 채워지지 않는 성질의 감정이다.


한편 누군가가 느끼는 자신감을 마냥 평가절하할 수도 없다. 우리는 스스로에게는 관대하지만 타인에게는 너그럽기가 쉽지 않다. 겉으로는 칭찬하는 것 같아도 속으로는 그 정도는 아닌데, 라는 마음을 갖는 경우가 태반이다. 물론 그 마음을 내비치지는 않는다. 자칫 결례로 보일 수 있고, 자신과 직접적으로 이해관계가 없다면 굳이 관계를 어설프고 애매하게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시스템개발팀의 함 팀장은 회사의 IT시스템을 운영하는 실무책임자이다. 실력과 경험은 출중하지만 고작 대리 한 명과 팀장 끌고 가야 하는 상황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이렇다보니 함 팀장도 사람인지라 안 대리에게 의지할 수밖에는 상황이다. 다행히 안 대리가 함 팀장의 지시와 가르침을 잘 따라주어 어렵사리 지탱하고 있다.


물론 안 대리도 함 팀장의 힘들고 어려운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해서 이런저런 일들을 해오면서 힘들 때도 있고, 반면에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도 있었다. 특히나 팀에 팀장과 둘이서 일을 하다 보니 팀장이 없으면 실질적으로 안 대리가 팀장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함 팀장 역시도 이러한 상황에서 안 대리를 특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안 대리가 함 팀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팀장님, 잠깐 얘기 좀 하실 수 있을까요?”

“왜? 이런 분위기는 퇴사각인데, 설마 아니겠지?”

“맞습니다. 저 퇴사하려고 합니다.”

“음……. 조금 당황스럽기는 하네.”

“이직하려고 합니다. 일전에 면접을 봤는데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벌써? 이렇게 몰래 이만큼 진행되고 있었는지 몰랐네.”

“그냥 무심코 지원했는데 덜컥 합격이 되었습니다. 이후에도 많이 생각해보았는데 조금 더 큰 회사에서 일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서 오늘 이렇게 말씀드리게 되었습니다.”

“응, 그건 알겠는데 우리 사정을 알잖아. 갑작스러운 일이라 좀 멍하네. 안 대리 나이나 연차 때는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지. 결정은 본인이 하는 거지만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거야. 여기에서도 유의미한 프로젝트가 남아 있어 충분히 경험하고 이직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렇기는 한데, 여기에서는 뭔가 막막함이 느껴져서요. 팀장님께서 저를 잘 이끌어주시는 데에는 감사한 마음이지만 사실 많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벌써 고인물이 되어가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요.”

“상황이 그렇다보니 그런 마음을 느끼는 것은 나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야. 하지만 같은 계통에서 일하는 선배로서 보았을 때는 굳이 지금 대기업으로 이직을 하는 것이 옳은가 싶어. 안 대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힘들 수도 있고, 기회도 제한적일 수 있어. 단순히 커리어를 위한 결정이라면 말릴 수 없겠지만 세상이 변해가면서 간판만 가지고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세상은 아니라는 게 중요하지.”

“…….”

“아무튼 알겠어. 얘기를 들어보니 내가 설득한다고 마음이 바뀔 것 같지는 않네. 대신 이달 말까지는 하던 일을 마무리해주었으면 해. 이직하려는 회사와 일정 좀 잘 조율해줘. 그게 내 마지막 부탁이니까.”

“네, 알겠습니다.”



안 대리의 말처럼 대기업으로 이직해서 더욱 승승장구할지, 함 팀장의 말처럼 우선 준비를 한 후에 훗날을 내다보는 것이 좋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일반적으로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는 부득이하게 다양한 일을 소수의 직원들이 처리해야 한다. 과정은 힘들지만 그 안에서 직원들은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스스로를 연마해 나가기도 한다. 하루하루가 전쟁이고, 배움의 연속이다. 또한 뒷수습을 하는 일도 가득하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젊은 직원들에게는 스멀스멀 자신감이 피어오를 수 있다. 단순히 지시하는 일을 따르는 것만이 아니라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누적된 성취와 고뇌들은 고스란히 자신감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대로 자신감은 스스로 느끼는 감정이기 때문에 약간의 왜곡이 있을 수 있다. 자신감을 테스트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조차 없기 때문에 조절이나 통제도 쉽지 않다. 또한 막연하게 겸양과 겸손을 요구할 수도 없다. 무엇이 발전적인 선후관계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저 모든 것이 확률일 뿐이다.


자신감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애써 짓누를 필요도 없다. 하지만 냉정함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설사 그것이 옳든 그르든 자신이 느낀 자신감을 통한 여러 선택과 결정에 대해 역시 자신이 책임지면 되는 것이다. 무엇이든 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 그 해결책은 자신을 좀 더 냉철하게 바라보는 객관적인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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