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감정들을 다루는 우연한 계기
사회적 상호작용이 빈번한 직장생활에서의 억울함은 흔하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인데, 누구나 자신의 기대나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고, 이때 자연스럽게 느끼는 감정적 반응이 바로 ‘억울함’이다.
‘억울(抑鬱)’은 ‘마음이 분하고 답답함’을 뜻하며, ‘억눌리다’ ‘답답하다’와 유사한 의미를 갖는다. 사전적으로는 ‘사람이 처한 사정이나 일 따위가 애매하거나 불공정하여 마음이 분하고 답답함’이라고 풀이하고 있는데, 우리가 실제로 억울함을 경험할 때 가장 흔하게 표현하는 말이 ‘나 참, 어이가 없네.’가 아닐까 싶다.
심리학적으로는 인지적 요소와 감정적 요소가 결합된 복합적인 감정으로 볼 수 있다. 인지적으로는 자신의 행동이나 노력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인식으로 인해 자신의 가치나 능력이 저평가되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감정적으로는 인지적 요소로 인해 분노, 슬픔, 좌절 등의 감정이 발생하며, 이는 신체적 반응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억울함을 해소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쌓아두게 되면 화병, 우울증, 불안장애 등의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자살 충동까지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자신의 권리나 이익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하며, 더불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자신의 행동이나 노력을 되돌아본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느 날 대표이사실에서 인력개발부문 염 전무와 법무팀 국 팀장이 대표이사와 함께 회의를 하고 있었다.
“염 전무님은 인력개발부문에 자꾸만 인사 이슈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관리자들이 관리를 못하는 것인지, 내부 인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인지 원인이 뭔가요?”
“네, 대표님. 정리하자면 특정한 직원이 돌출행동을 하면서 발생하는 이슈가 좀 있었습니다. 면담 등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하려고 노력 중인데 협조가 잘 되고 있지 않습니다. 관리의 문제라고 하기에도, 시스템의 문제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럼 국 팀장은 이 이슈에 대해 알고 있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법무팀 입장에서는 근로계약 등 초기 단계에서 확실하게 규정을 설정했었다면 사태가 간단하게 마무리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해석이 모호할 수 있거나 구체적이지 못한 부분을 걸고 넘어지는 상황으로 알고 있습니다.”
“염 전무님, 인력개발부문에서 직접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날인하셨나요?”
“네, 그렇기는 한데……. 아시다시피 우리 회사 근로계약서는 법무팀에서 표준안을 만들어서 전사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국 팀장, 그렇지 않나요?”
“맞습니다. 전무님. 다만 표준안이 있지만 각 사업부문별로 채용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 수정 및 보완해서 활용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업부문별로 약간씩 다릅니다.”
“그러면 법무팀에서 사업부문별로 문제가 되지 않도록 검토를 해주었어야 하지 않아요?”
“그러면 좋겠지만 개별적인 근로계약서를 일일이 검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채용은 사업부문별로 진행하시다 보니 이미 작성 및 날인이 끝난 후 인사팀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또한 몇 가지 케이스를 만들어 근로계약서의 타입을 정해 두고 있기 때문에 각 사업부문 또는 채용 성격에 따라 활용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법무팀에서 좀 봐줬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 아니냐는 거죠?”
“그거는 좀……. 제가 알기로는 별도의 요청이 없었던 것으로 보고 받았습니다.”
“인사 문제는 회사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염 전무님은 인력개발부문 직원들의 근로계약서를 다시 한 번 검토해보시고, 국 팀장은 우리 회사 근로계약서 표준안을 인사팀과 협의해서 새로 정리하고 보고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어쩌면 이 정도 억울함은 직장생활에서 가벼운 축에 속할 수도 있다. 대표이사는 물론이고, 임원이나 상급자들이 결정에 대한 발뺌을 하게 되면 일반 직원들의 난감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증거가 있어도, 항변을 해도 무용지물일 때도 있다. 소위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형국이 펼쳐진다. 억울함을 느끼는 직원 입장에서도 씩씩거리고 혼잣말을 되뇌어도 쉽게 풀어지지 않는다. 더구나 직원 간에 발생하는 억울함에 대한 해결에서는 고함을 지르고, 언어 폭력을 넘어 신체 폭력까지 갈 정도로 위태로울 때도 있다. 각자가 주장하는 논리가 다르기 때문에 곁에 있는 제삼자들은 가시방석이기 일쑤다.
현실에서는 상급자와 하급자 사이에 일어나는 억울함은 대체로 하급자가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말 그대로 넘어만 갈 뿐이지 구성원들은 누구의 잘못인지를 알고 있다. 이러한 경우는 당사자만 짜증이 나고,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평온을 찾는다. 문제는 반복되는 경우이다. 직장인들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이러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은 소수 몇 명이다. 그리고 그들은 반복적으로 이슈를 만든다. 인성을 탓한들, 과거 경력을 탓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수면 위로 꺼내어 공식화, 공론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차이가 있다. 누구는 말로 하고, 누구는 사내 메신저로 하고, 누구는 메일을 사용하는 등 각양각색이다. 물론 나와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상대의 편의를 고려해주면 좋겠지만 직장 내에서는 주로 상급자가 원하는 방식, 또는 상급자가 시작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문서의 활용이다. 다소 귀찮은 일이지만 이보다 강력한 것은 없다. 이른바 물증이 남기 때문이다. 자신이 문서상으로 승인한 사항임에도 말을 바꾸거나 타인에게 뒤집어씌우며 탓을 할 수도 있겠지만 문서는 영원하다. 간혹 상급자가 거추장스럽게 문서로 하냐며 핀잔을 줄 수도 있는데, 최소한 메일이나 메신저로 전달하겠다고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억울한 일이 발생하면 소속 상급자에게 정확한 사실관계를 통해 그 억울함을 호소하고, 평소 문서와 같이 서로가 명확하게 인지할 뿐만 아니라 증거로 활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억울함이 빈번하게 쌓이면 직장생활이 불편하다. 협업이 잘 이루어질 리도 없다. 본의 아니게 누군가에게 억울함을 주었다면 깔끔하게 사과도 해야 한다. 씻어내지 못한 그 사람의 억울함은 언젠가 자신에게도 크나큰 화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