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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무명 Nov 01. 2020

파라아이스하키, passion connected

우리는 썰매를 탄다

 며칠 전 그간 잊고 지냈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해준 메일 한 통을 받았다. 발신자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대회 조직위원회였다. 메일의 내용은 내가 평창 동계올림픽의 자원봉사자에게 수여되는 기장을 아직 수령해가지 않았으니 기장 수령을 위해 주소를 남겨달라는 것이었다. 답신을 보내며 나는 2년 전 겨울, 지금과는 사뭇 달랐던 분위기의 평창을 떠올렸다. 


 그해 겨울 나는 평창 패럴림픽의 자원봉사자로 근무했었다. 사실 나는 스포츠에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다. 그런 내가 열흘 여의 시간 동안 자원봉사자로 근무하며 아름아름 보았던 경기들 중에 정말 재미있게 보았던 경기가 하나 있었다. 바로 파라아이스하키이다.


 처음 파라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들을 만나보게 된 것은 평창이 아닌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였다. 패럴림픽이 시작하기 전 파라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는 썰매를 탄다’가 개봉을 했고 나는 패럴림픽의 자원봉사자로서 시사회에 초대가 되어 영화를 보러 갔었다. 영화는 감동적이었다. 장애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꿈을 위해 노력하며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선수들의 삶에는 분명 어떤 멋짐이 묻어져 있으니까. 그렇기에 그들의 경기는 분명 감동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감동’, 그게 내가 이 선수들의 경기를 보고나서 느끼게 될 감정의 전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나의 우아한 선입견은 이내 파라 아이스하키 국가대표의 주장 한민수 선수의 말 한 마디로 깨지게 되었다. 


“저희 경기, 감동 못지않게 재미도 있거든요. 직접 보시면 정말 재미있으실 겁니다. 오셔서 저희 경기 보시고 많이 즐겨주세요.” 





                                                                                                                                                                        

정답이었다.


‘재미있게 즐기는 것’ 그게 스포츠의 본질일 것이다. 


 장애를 가진 선수들의 경기라고 다를까? 꼭 재미보다 감동이 더 앞서야할까? 그들의 경기에서 ‘감동’만을 기대했던 것이 어쩌면 가장 큰 선입견이었다. ‘장애인의 꿈과 도전’은 물론 아름답지만 장애인 선수들이 비장애인 선수들과 다르다는 것에, 다른 발자취를 만들어냈다는 것에 더욱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장애인 스포츠에는 유독 ‘재미’보다는 ‘감동’이라는 수식어가 더 많이 붙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여전히 그들은 우리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들어오지 못한 ‘경외시되는 타자’로 남게 될 뿐이었다. 


 평창에서 자원봉사자로 근무하며 근무 중 관람하게 된 파라아이스하키 경기는 너무 재미있었다. 스포츠를 직관해본 것도 처음이었고 스포츠를 보며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도 처음이었다. 하지만 재미있다는 말을 하기가 괜히 조심스러웠다. 재미있다는 말이 너무 가벼운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선수들의 피, 땀, 눈물의 무게가 가볍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감히 가볍게 ‘재미있다’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들였을 힘겨운 노력들을 가볍게 여기는 것은 예의가 아니기에 그래서 우리는 어쩌면 예의를 갖추기 위해 ‘감동적이다’라는 표현을 오래도록 써왔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선수들의 경기에 감동을 느낄 새가 없었다. 긴박하고 스릴있는 경기의 진행에 몰입하여 보다보니 어느새 경기는 끝나있었기 때문이다. 경기를 보는 동안 나에게 그들의 경기는 ‘장애인의 꿈과 도전’과 같은 무언가 우러러보게 되는, 나와는 다른 사람의 대단한 성취라기보다는 그냥 너무 멋있고 재밌는 스포츠였다.


 감동보다는 재미를 많이 느껴주셨으면 좋겠다는 한민수 선수의 말대로 나는 감동보다는 재미를 많이 느끼며 경기를 보았다. 그러므로 그들의 경기에 ‘재미있다’고 가볍게 말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동안 나는 장애를 가진 선수들이 보여주는 스포츠를 장애를 가지지 않은 선수들의 스포츠와 다르게 여기고 있었다. 다른 게 차별이 아니라 이렇게 다르게 보는 시선 자체가 차별이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그것은 우아한 차별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알고 있다. ‘구별 지음을 거두고 그저 재미있게 바라보며 응원하는 것’ 그게 내가 관중으로서 갖춰야 할 진짜 예의라는 것을. 장애인 선수들이 비장애인 선수들보다 더 많은 피, 땀, 눈물을 담아 관중들에게 경기를 보여주었다면 관중인 나는 그 경기를 그만큼 더 재밌고 즐겁게 관람하면 된다는 것을. 비장애인 선수들이나 장애인 선수들이나 모두 관중들이 자신들의 경기를 재미있게 즐겨주고 호응해주는 것에 가장 큰 기쁨과 행복을 느낄 테니까.                                               





                                                                                                                          

 일상 속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비장애인과는 다른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장애인들에 대한 존중하는 마음은 유지하되, 다가가기 조심스러워하는 마음은 조금 거두는 것이 진짜 우리 모두가 함께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passion connected' 평창 올림픽의 슬로건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모두의 일상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연결되어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처음으로 스포츠의 재미를 느끼게 해준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2022년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또 다른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나의 자리에서 오늘도 오늘 하루 몫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 부디 코로나가 빨리 물러가기를 바란다. 2년 뒤에 부디 건강한 모습으로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경기를 다시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들의 열정이 그 어떤 구분 없이 연결되어 있었던 그 시간이, 그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주었던 따뜻함이 부쩍 그리운 요즘이다.                                              

































































정답이었다.



‘재미있게 즐기는 것’ 그게 스포츠의 본질일 것이다. 



 장애를 가진 선수들의 경기라고 다를까? 꼭 재미보다 감동이 더 앞서야할까? 그들의 경기에서 ‘감동’만을 기대했던 것이 어쩌면 가장 큰 선입견이었다. ‘장애인의 꿈과 도전’은 물론 아름답지만 장애인 선수들이 비장애인 선수들과 다르다는 것에, 다른 발자취를 만들어냈다는 것에 더욱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장애인 스포츠에는 유독 ‘재미’보다는 ‘감동’이라는 수식어가 더 많이 붙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여전히 그들은 우리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들어오지 못한 ‘경외시되는 타자’로 남게 될 뿐이었다. 



 평창에서 자원봉사자로 근무하며 근무 중 관람하게 된 파라아이스하키 경기는 너무 재미있었다. 스포츠를 직관해본 것도 처음이었고 스포츠를 보며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도 처음이었다. 하지만 재미있다는 말을 하기가 괜히 조심스러웠다. 재미있다는 말이 너무 가벼운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선수들의 피, 땀, 눈물의 무게가 가볍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감히 가볍게 ‘재미있다’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들였을 힘겨운 노력들을 가볍게 여기는 것은 예의가 아니기에 그래서 우리는 어쩌면 예의를 갖추기 위해 ‘감동적이다’라는 표현을 오래도록 써왔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선수들의 경기에 감동을 느낄 새가 없었다. 긴박하고 스릴있는 경기의 진행에 몰입하여 보다보니 어느새 경기는 끝나있었기 때문이다. 경기를 보는 동안 나에게 그들의 경기는 ‘장애인의 꿈과 도전’과 같은 무언가 우러러보게 되는, 나와는 다른 사람의 대단한 성취라기보다는 그냥 너무 멋있고 재밌는 스포츠였다.



 감동보다는 재미를 많이 느껴주셨으면 좋겠다는 한민수 선수의 말대로 나는 감동보다는 재미를 많이 느끼며 경기를 보았다. 그러므로 그들의 경기에 ‘재미있다’고 가볍게 말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동안 나는 장애를 가진 선수들이 보여주는 스포츠를 장애를 가지지 않은 선수들의 스포츠와 다르게 여기고 있었다. 다른 게 차별이 아니라 이렇게 다르게 보는 시선 자체가 차별이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그것은 우아한 차별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알고 있다. ‘구별 지음을 거두고 그저 재미있게 바라보며 응원하는 것’ 그게 내가 관중으로서 갖춰야 할 진짜 예의라는 것을. 장애인 선수들이 비장애인 선수들보다 더 많은 피, 땀, 눈물을 담아 관중들에게 경기를 보여주었다면 관중인 나는 그 경기를 그만큼 더 재밌고 즐겁게 관람하면 된다는 것을. 비장애인 선수들이나 장애인 선수들이나 모두 관중들이 자신들의 경기를 재미있게 즐겨주고 호응해주는 것에 가장 큰 기쁨과 행복을 느낄 테니까. 





















 일상 속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비장애인과는 다른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장애인들에 대한 존중하는 마음은 유지하되, 다가가기 조심스러워하는 마음은 조금 거두는 것이 진짜 우리 모두가 함께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passion connected' 평창 올림픽의 슬로건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모두의 일상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연결되어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처음으로 스포츠의 재미를 느끼게 해준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2022년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또 다른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나의 자리에서 오늘도 오늘 하루 몫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 부디 코로나가 빨리 물러가기를 바란다. 2년 뒤에 부디 건강한 모습으로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경기를 다시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들의 열정이 그 어떤 구분 없이 연결되어 있었던 그 시간이, 그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주었던 따뜻함이 부쩍 그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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