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그렇게 착한 놈이었어야만 속이 후련했냐?!
나는 항상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를 제때 본 적이 없다. 항상 뒤늦게 재밌었다는 영화를 보고 나선 뒷북을 치기 일쑤였다. 이번에 본 <베놈>은 여자친구가 기대하기도 했고 나도 빌런 히어로라는 콘셉트에 꽤나 관심이 있었던지라 시간 나는 대로 냉큼 보고 왔다.
이미 적당한 오락영화라는 말을 듣고 간 거라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건 심하지 않나 싶은 부분에 대해서만 하나 이야기하려 한다. 바로 베놈이 에디 브록에게 감동해 자신들의 리더 격인 라이엇을 공격하고 죽게 만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뜬금없다고 느꼈을 이 부분이 바로 개연성을 해치는 가장 큰 요인이다. 물론 여자 주인공인 앤 웨잉에게 베놈이 들어가 주인공을 찾아내서 결국 다시 남자 주인공에게 들어간 것도 맥락이 끊긴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마찬가지다.
속도감을 주는 것과 졸속으로 만든 것은 확연한 차이가 나는 법이다. 다른 심비오트들의 능력이나 특성이 자세히 나올 거란 생각은 안 했다. 하지만 라이엇은 걷기만 하다 CEO 몸에 들어가 로켓 출발시켜 죽게 만들 만큼 가벼운 빌런은 아니었단 생각이 든다. 아마 라이엇을 그렇게 죽인 이유도 관객들이 베놈의 변화에 의문을 품기 전 감동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물론 실패했지만.
악당으로 나왔던 캐릭터가 주인공이나 영웅에게 감화되어 돌아서는 영화는 이미 많이 봐온 바 있다. 다만 <베놈>에서 그런 부분이 어색하게 느껴졌던 건 베놈이 주인공에게 감동하기 전부터 너무 감상적인 면모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건물 옥상에 올라가 그곳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장면이나 여자 주인공에게 자신의 약점을 다 알려주는 장면은 악당이 맞나 싶은 생각까지 들게 한다. 또한 웃겨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건지 주인공과 몸을 차지하려고 사투하는 게 아니라 만담을 하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이런 부분들이 더해져 <베놈>은 '라이프 파운데이션'과의 액션을 제외하고는 크게 볼 게 없는 영화가 돼 버렸다. '빌런'과 '히어로'의 조합이 어떻게 나올지 기대했지만 역시나 둘 중 하나도 제대로 건지지 못했다. 1시간 47분이라는 시간 안에 내용을 담기 힘들었다면 차라리 빌런에 집어삼켜지는 브록의 모습을 1편으로 남겨두고 2편에서 히어로의 모습을 풀어내는 쪽이 훨씬 보기 좋았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아 맞다 근데 왜 베놈은 불이 약점이라면서 로켓 불꽃 맞고도 살아있지?
개인적인 베놈 평점 5점 만점에 3.6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