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다 히데오의 <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의 <면장 선거>에 담긴 풍자와 해학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 미리 말하자면 이 소설 재밌다. 그것도 생각보다 더 재밌다. 신경정신과 의사 이라부를 통한 낯설게 하기는 보는 사람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원래 이라부 시리즈는 <인 더 풀>, <공중그네>를 거치고 <면장 선거>가 나왔다. 원래대로라면 순서대로 정리해야 맞겠으나 이라부 시리즈 특유의 재미를 느끼기엔 대부분의 주인공이 사회 고위층인 <면장 선거>가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위에서 밝혔듯이 <면장 선거>는 신경정신질환을 앓는 사회 고위층이 주인공이다. 일본에서 가장 큰 신문사의 대표이자 인기 구단을 거느린 구단주 미쓰오, 성공한 벤처사업가 안포, 인기 탤런트 가오루 등 마지막 에피소드 '면장 선거'를 제외하고는 모두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하기도 한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누가 뭐래도 곰인형 같이 가지고 놀고 싶은 신경정신과 의사 '이라부'와 시크하고 육감적인 간호사 '마유미'에게 있다. 정신연령은 초등학생보다 못한 것 같은 이라부는 버젓이 의학 박사라는 칭호를 가지고 꽤나 수준 높은(?) 의학 지식도 가지고 있다. 다만 그 방법이 기상천외해서 환자뿐만 아니라 보는 독자까지도 당황시킨다. 내 일 아니라는 듯이 툭툭 뱉는 그의 말은 환자들을 어이없게 만들지만 진짜로 그렇게 해볼까 하는 마음도 동시에 갖게 한다. 마유미는 귀찮은 듯 이라부를 보조하면서 펑크록을 하고 친구의 물질주의적인 면에 욕을 하면서도 자신은 이라부에게 이것저것 수당을 요구하는 희한한 인물이다.
차례대로 살펴보자면 미쓰오는 죽음에 대한 공포로 인해 어두운 곳과 좁은 곳을 싫어한다. 플래시로 인해 기절할 뻔한 적도 여러 번이다. 안포는 히라가나를 자주 잊어버지만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큰일이 아닌 것처럼 여긴다. 가오루는 안티에이징에 대해 광적인 집착을 가지고 있다. 소설에서 이 3명을 다루는 방법은 일관된다. 근엄하고 진지한 주인공들을 이라부와 마유미가 놀림감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풍자는 웃음을 유발한다. 보통은 냉소적인 웃음으로 대상을 비꼬지만 여기선 다르다. 냉소적인 웃음이란 말은 풍자를 하는 사람과 당하는 대상이 비슷한 선상에 있을 때 가능한 말이기에 이라부의 바보 같은 행동은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분명 풍자 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웃음의 본질적인 요소를 다르게 한 이유는 소설 속 인물들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함이다. 보통의 풍자는 그 대상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한 채 비판을 가하는 반면, 신경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이라부는 상담을 통해 그 대상을 변화시킨다.
위와 같은 특성 때문에 독자는 처음 소설을 읽을 때 비호감이었던 인물이라도 '사실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때문에 마무리가 가벼운 해피엔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인물들이 부딪히고 있는 사회와 현실 때문에 이런 결말이 가볍다고만 할 수는 없다. 결국 인물들은 개인이 처한 현실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 사정을 하나씩 알아갈수록 이라부의 상담을 통한 변화는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는 것과 동시에 오쿠다 히데오의 풍자가 새롭게 탄생하는 것이다.
마지막 에피소드 '면장 선거'는 따로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 4가지의 에피소드 중 유일하게 가상의 공간, 가상의 인물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소설의 전개와 끝맺음도 다르게 진행된다.
도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떨어진 섬 센주시마에선 4년에 한 번씩 전쟁 같은 선거가 열린다. 이긴 쪽은 모든 것을 갖고 진 쪽은 모든 걸 잃어버리는 선거 말이다. 이 전쟁에 휘말린 불쌍한 파견 공무원 료헤이는 현 면장 오쿠라와 전 면장 야기의 진영 사이에서 이용당한다. 표면적으로 섬의 면장 선거는 부정선거, 폭력, 정치 공작이 난무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섬의 복지, 생계 등을 책임지고 활기를 띠게 하는 것 또한 면장 선거다.
"이봐, 미야자키 씨, 데모크라시라는 건 말이야, 실은 최선의 방법은 아니야. 제대로 기능하려면 일정 이상의 규모가 필요하다고. 1만 명 이하 커뮤니티에서는 옛날 영주 비슷한 존재가 다스리는 쪽이 오히려 더 번창하지 않을까? 크흐흐.", <면장 선거> 293쪽
이라부의 대사에서 알 수 있듯이 섬을 움직이는 건 끊임없이 대립하는 양 진영의 공약이다. 항구를 만들고 축산 목장을 만들었던 면장들이 있었기에 섬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라부는 노인전문 요양시설을 걸고 양 진영에게 접대와 뇌물을 받았으나 대립이 심해지자 '장대 눕히기'를 통해서 결정하라고 말해버린다. 마침 장대 눕히기는 섬의 전통적인 경기로 오래전 사라졌으나 이라부의 한 마디로 인해 다시 부활하고 이는 다시금 섬의 활기를 불러온다. 불쌍한 파견 공무원 료헤이는 이 과정에서 모두 섬을 사랑하는 마음은 같으나 그 방식이 다른 것이라 이해하며 도쿄에 가서 이야기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즐기게 된다.
이 에피소드는 교훈적인 측면이 강하다. 어디에나 보편적인 가치는 없고 나름의 방식을 통해 살아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또한 외지인 료헤이의 눈을 통해 보는 섬의 비합리적이고 봉건적인 방식의 정치는 이라부를 통해 섬의 새로운 활기로 변모한다. 이라부의 특유의 바보스러움이 독자 모두를 설득하는 방식은 꽤나 자연스럽게 느껴지기에 나는 기분 좋게 소설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