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KE: 마이큐> 전시
구슬모아당구장, 지금껏 내가 여기서 봤던 전시는 이전에 당구장이었던 이곳의 이미지와 잘 어울렸다. 때문에 이번에 진행하는 전시도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지하 3층 아지트 같은 작은 공간은 처음 전시를 진행하는 작가들에게 잘 어울리는 장소다. 작가로서의 첫행보를 보이는 마이큐(MY Q)와 장소의 시너지가 기대를 높였다. 그와 더불어 내가 잘 모르는 뮤지션이기에 편견 없이 관람할 수 있었다.
들어서자마자 마주칠 수 있는 건 귤 박스 통로다. 작가가 귤 박스 자체에는 별 의미가 없다고 했으나 주황색의 은은한 조명과 공간이 레트로 한 작가의 작품들과 잘 어울려서 공간을 개성 있게 만들어준다. 통로를 걸어 들어가면 전시의 주제 전체를 관통하는 첫 공연 영상이 나온다.
저화질의 영상 속 '마이큐'의 모습은 꽤나 자유로워 보인다. 자신의 원점을 찾아가듯 전시장 가장 넓은 곳에 위치한 작품은 전시장 대부분의 위치에서 볼 수 있었다. 그것을 중심으로 펼쳐진 작품들은 하나하나가 작가의 내면을 드러내는 것들이다.
작가는 자신의 내면을 드러냄으로써 우리의 내면 또한 드러내길 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마이큐는 좋은 상담가다. 자신의 과거부터 천천히 드러내며 관람객의 과거를 꺼낸다. 그 과거는 아마도 이미 잊혔거나 실패해버린 꿈이거나 아직도 생생한 바로 어제일지도 모른다. 그런 과정을 통해 얻고자 하는 건 간단하다.
바로 위로와 응원이다.
마이큐는 자신이 기억하는 자기가 자기가 될 수 있었던 경험을 끊임없이 보여주며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방식은 아직 처음 전시를 했다는 게 티가 날 정도로 어설프다. 하지만 그 직선적이고 순박한 매력이 나를 이 전시회장에 오래 머물게 했다.
나는 매번 쉽게 포기했었어. 근데 어느 날 밴드에서 음악을 시작한 순간 난 직감적으로 음악에 나의 삶을 걸게 될 줄 알았어. 많은 사람 들은 날 믿지 않았어. 나에겐 타고난 재능 따윈 없었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의심과 부정적인 말들 속에서도 난 음악이란 바다에 나를 던졌어. 난 헤엄쳤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난 길을 잃었어. 난 두려웠어. 난 혼자였어. (중략) 넌 기억해야 해 니가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는 오늘 밤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 밤에 끝을 맞이해야 해. 제발 너의 심장을, 너의 심장을 따라가. 너가 하고 싶은 그 무엇이든 너 자신을 믿고 나아가. 그리고 너의 삶에 언제나 평안이 가득하길 바래. 축복해. -MIKE-
나의 답변은 뒤로 미뤄야 할 것 같다. 언젠가 내가 뒤돌아봤을 때 내가 걸어온 길을 후회하지 않길 바란다. 마이큐의 응원처럼 언제나 나의 삶에 우리의 삶에 평안이 가득하길. 아이스크림을 언제나 저녁에 맘껏 삼킬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