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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쇼코는 왜 Oct 29. 2018

너는 꿈이 뭐니?

<MIKE: 마이큐> 전시

구슬모아당구장, 지금껏 내가 여기서 봤던 전시는 이전에 당구장이었던 이곳의 이미지와 잘 어울렸다. 때문에 이번에 진행하는 전시도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지하 3층 아지트 같은 작은 공간은 처음 전시를 진행하는 작가들에게 잘 어울리는 장소다. 작가로서의 첫행보를 보이는 마이큐(MY Q)와 장소의 시너지가 기대를 높였다. 그와 더불어 내가 잘 모르는 뮤지션이기에 편견 없이 관람할 수 있었다.

귤박스 통로

들어서자마자 마주칠 수 있는 건 귤 박스 통로다. 작가가 귤 박스 자체에는 별 의미가 없다고 했으나 주황색의 은은한 조명과 공간이 레트로 한 작가의 작품들과 잘 어울려서 공간을 개성 있게 만들어준다. 통로를 걸어 들어가면 전시의 주제 전체를 관통하는 첫 공연 영상이 나온다.


저화질의 영상 속 '마이큐'의 모습은 꽤나 자유로워 보인다. 자신의 원점을 찾아가듯 전시장 가장 넓은 곳에 위치한 작품은 전시장 대부분의 위치에서 볼 수 있었다. 그것을 중심으로 펼쳐진 작품들은 하나하나가 작가의 내면을 드러내는 것들이다. 


폴라로이드 사진

작가는 자신의 내면을 드러냄으로써 우리의 내면 또한 드러내길 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마이큐는 좋은 상담가다. 자신의 과거부터 천천히 드러내며 관람객의 과거를 꺼낸다. 그 과거는 아마도 이미 잊혔거나 실패해버린 꿈이거나 아직도 생생한 바로 어제일지도 모른다. 그런 과정을 통해 얻고자 하는 건 간단하다. 


바로 위로와 응원이다. 


직접 찍은 사진과 포스터 등으로 구성된 방

마이큐는 자신이 기억하는 자기가 자기가 될 수 있었던 경험을 끊임없이 보여주며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방식은 아직 처음 전시를 했다는 게 티가 날 정도로 어설프다. 하지만 그 직선적이고 순박한 매력이 나를 이 전시회장에 오래 머물게 했다.


나는 매번 쉽게 포기했었어. 근데 어느 날 밴드에서 음악을 시작한 순간 난 직감적으로 음악에 나의 삶을 걸게 될 줄 알았어. 많은 사람 들은 날 믿지 않았어. 나에겐 타고난 재능 따윈 없었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의심과 부정적인 말들 속에서도 난 음악이란 바다에 나를 던졌어. 난 헤엄쳤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난 길을 잃었어. 난 두려웠어. 난 혼자였어. (중략) 넌 기억해야 해 니가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는 오늘 밤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 밤에 끝을 맞이해야 해. 제발 너의 심장을, 너의 심장을 따라가. 너가 하고 싶은 그 무엇이든 너 자신을 믿고 나아가. 그리고 너의 삶에 언제나 평안이 가득하길 바래. 축복해. -MIKE-


나의 답변은 뒤로 미뤄야 할 것 같다. 언젠가 내가 뒤돌아봤을 때 내가 걸어온 길을 후회하지 않길 바란다. 마이큐의 응원처럼 언제나 나의 삶에 우리의 삶에 평안이 가득하길. 아이스크림을 언제나 저녁에 맘껏 삼킬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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