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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쇼코는 왜 Feb 11. 2019

내 맘대로 공간 DIY 하기,
아 물론 전시입니다

<유연한 공간> 중 강은혜 작가를 중심으로

간단하다! 싸다! 하지만 질리지 않는 디자인을 선사합니다! 이건 광고가 아닙니다. 전시 소개입니다. 세화미술관에서 섬유를 소재로 그것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밝히고 예술의 소재로서의 타당성을 높이고자 진행한 전시 <유연한 공간> 중 강은혜 작가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 시작합니다.


나는 학교에서 가정 시간에 이따금 바느질을 할 때마다 끝을 맺지 못하고 실을 풀어버리곤 했다. 꼼꼼하게 할수록 틈이 벌어지지 않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할 수 있는 만큼 간격을 넓히다 틈을 메꾸기도 전에 수업시간이 끝났기 때문이다. 어쩌다 선생님의 도움으로 끝까지 바느질을 마치는 날이면 마무리 매듭을 짓는 법을 알지 못해 집까지 들고 갔다가 부모님에게 부탁해서 마무리를 짓곤 했다. 그렇게 실은 항상 나에게 미완의 이미지로 남아있었다.


강은혜, <Free Bariation 자유 변경>

강은혜 작가의 <Free Bariation 자유 변경>은 그런 실을 이용한 '완성되지 않은' 작품이다. 전시실을 이어주는 복도와 전시실 한편에 설치해놓은 실은 아이들의 놀이터처럼 단순하고 장난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단순해 보이는 실이 만나는 지점, 즉 관객의 시선이 머무는 곳이 변화하고 그 변화한 시선에 맞춰 실이 재배치될 때 그 전시 공간은 새로운 의미를 끝없이 만들어낸다. 겹겹이 쌓여가는 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복도는 2차원에서 3차원으로 3차원에서 2차원으로, 정사각형에서 직사각형, 평행사변형으로 모양을 바꿔낸다.


복도의 본래의 기능은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것이다. 관객은 다음 전시실로 넘어가기 위해 작품을 넘나들면서 다시 한번 작품에 직접 참여하게 되는데 이때 작품은 복도 본연의 기능과 예술적인 기능 두 가지를 수행하며 관객에게 단순한 통로 이상의 의미를 준다. 자신이 만들어낸 공간 속으로 자신이 직접 걸어 들어가는, 창조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통로를 지나면 우리는 수많은 검은 실과 마주한다.


강은혜, <Flexible Tension 유연한 긴장>

블랙홀이 공간을 빨아들이듯 무수한 검은 선들은 관객을 협박하고 흡수한다. <Flexible Tension 유연한 긴장>이라는 제목처럼 팽팽한 실이 얽히고설켜서 긴장을 표현해낸 작품 앞에서 우리는 언제라도 실이 끊어져버릴 것 같다는 긴장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럼에도 끊어지지 않고 모양을 유지하는 작품이 자신을 끌어당기는 묘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 속에 빨려 들어가게 되면 나를 둘러싸왔던 것들에 대한 것들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사람과 사람, 또 다른 사람과 환경들이 상호작용하면서 내뿜는 수많은 긴장들, 그것과 관련된 기억들 말이다. 실 하나하나에 담긴 긴장감은 하나의 경험과 연결되고 개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아진 그것들 앞에서 관객은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일한 경험이 모이고 모여 하나의 커다란 형태를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그것을 나의 삶이라며 앞에 들이밀었을 때 분명 우리는 경외심과 함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무기력증에 빠지고 말 것이다.


<Flexible Tension 유연한 긴장> 또한 '완성되지 않은' 작품이다. 결국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의 참여가 절실히 필요한 작품이다. 작가는 관객이 작품에 온몸을 던지길 바란다. 작품에 던져진다 한들 작가가 우리를 해칠 의도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그곳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이 창조한 공간 속에서 아늑함을 느끼길 바라고 있다. 여러분이 무작위로 다가오는 관객들의 이야기를 작품 속에 남겨주길 바라는 작가의 초대에 응해주길 바란다. 실망하진 않을 거라 장담한다.


※세화미술관에서 2018.10.19~2019.2.24일까지 진행되는 전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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