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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쇼코는 왜 Mar 02. 2019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2019 김종영미술관 특별기획_미디어아트 전 '제3의 이미지'

*2019 김종영미술관 특별기획_미디어아트 전 '제3의 이미지'  중 강영일 작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쓴 글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설명하려 했지만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있어
그렇지만 그게 왜인 건지 내가 이상한 것 같아"


위의 문장은 브로콜리너마저의 곡 <커뮤니케이션의 이해>의 일부 가사다.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의 어려움에 대해 그들은 노래한다. 노래처럼 말과 말을 통해 전달되는 소통은 보통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이루어지지만 더 범위를 넓혀보면 개인과 사물, 개인과 세계, 심지어 나 자신까지도 소통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강영일 작가는 이런 소통에 주목한다. 개인과 개인, 사물, 세계, 그리고 자신에게까지. 이 점진적인 단계를 밟아 나가다 다시 역으로 회귀하는 기이한 소통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작가의 작품이 찾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강영일 'THE DYNAMICS'


한 사람에게 있어 최초의 소통은 엄마의 뱃속에서 이루어진다. 양수 안에서 모습이 형성되고 귀가 생기고 밖의 소리들을 듣고 영양분을 받는 것, 최초의 소통은 온전히 자기가 형성되는 과정과 철저히 생존에 대한 본능을 포함한다. 이후 다른 사람, 사물, 세계와의 만남과 소통을 통해 나라는 존재는 그것들에 종속되고 종속하고 분해되고 또, 합쳐지곤 한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다 물질적으로 가장 큰 소통의 상대라고 느꼈던 세계가 사실은 자신과 주변의 다른 것들이 소통하고 재구성시킨 허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지는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넘을 수 없을 것처럼 느껴졌던 세계가 결국은 다른 것들의 조합 그 이상이 아니라고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그때 개인은 세계 너머의 자신과 독대하게 된다. 최초의 소통이 그랬듯 다른 것들에 의해 분해되고 재구성되는 자신에 대한 기원을 찾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는 것이다. 


세계 속 개인의 부재


강영일 'THE DYNAMICS'

이러한 노력은 결과적으로 다른 것들이 나에게 그랬듯이 개인을 조밀하게 분해하기 시작한다. 스스로를 조각내 자신의 기원을 찾아내고자 하는 것은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스스로 조각낸 나라는 존재는 이미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재구성돼 있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재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최초의 소통, 자기 자신과의 소통에서 시작해 타자와 사물, 세계를 거쳐 결국 다시 자신에 대한 고민으로 돌아가는 이런 소통의 구조가 낯설지만은 않은 것은 우리 모두는 그것을 경험했거나 하기 때문이다. 결국 여기서 개인, 나의 기원은 없는 것이다. 일그러진 자화상과 같은 작가의 작품은 이런 점들을 관통한다.


외계(外界)

                                                            김경주


양팔이 없이 태어난 그는 바람만을 그리는 화가(畵家)였다

입에 붓을 물고 아무도 모르는 바람들을

그는 종이에 그려 넣었다

사람들은 그가 그린 그림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중략)

그는, 자궁 안에 두고 온

자신의 두 손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나라는 존재가 '없음', 즉 '무(無)'라는 것, 이것은 나와 관계한 다른 것들로 전이된다. 내가 다른 것들과의 소통을 통해서 오히려 사라진다는 건 나와 소통한 개인과 사물, 세계까지도 바뀌고 재구성되고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우리는 이런 상황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전시는 그것의 기원을 찾아가고자 하는 불가능한 노력이다. 태초의 그것, 양수에서 살아왔지만 물속에서 단 3분도 채 버티지 못하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고찰이다.


강영일 'THE DYNAM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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