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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쇼코는 왜 Jan 22. 2019

또 다른 나, 너 좀 낯설다?

갤러리나우 작가상 선정작가선, 김경수, <아바타> 展

내가 하기 싫어하는 뭔가를 대신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또 다른 내가 있어서 출근이나 공부나 다른 활동들을 나 대신해주면 안 될까라는 생각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한 번씩 드는 생각이다. 나 대신 그런 일을 대신해주는 나와 닮은 사람, 존재, 무언가를 흔히들 아바타라고 부르곤 한다. 나의 생각과 행동이 이입되어 있지만 내가 아닌 것, 또는 나의 상상이 만들어낸 가상의 존재를 구현해 낸다면 어떤 느낌일까.


김경수 작가는 마네킹 하나를 자신의 아바타로 설정해놓고 자신과 그것의 관계와 위치, 아바타를 통해 분출하는 내면세계를 사진을 통해 보여준다. 작가가 아바타를 통해 보여주는 모습은 2가지로 나타낼 수 있는데 우선 가상과 현실이라는 두 공간에서 각각 존재하는 자신과 아바타의 모습이다. 이 둘은 서로를 인지하면서도 차원의 구별로 인해 서로에게 간섭하지 못한다. 


김경수, <Avatar #03>, <Avatar #10>
김경수, <Avatar #22>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둘은 같은 공간에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쪽이 나타나면 한쪽이 사라지거나 서로 각자의 차원에서 각자 나타나는 것을 대치해서 보여줄 뿐이다. 이런 공간과 존재의 분리는 '아바타'라는 존재와 작가 본인이 결국 하나라는 것을 나타내며, 상대적으로 젊고 건강한 육체를 가진 '아바타'는 작가의 이상향이 어느 정도 투영된 가상의 존재임을 알린다. 


이런 아바타와 자신의 분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우리가 어릴 때부터 '아바타', '분신'을 바라 왔던 이유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어릴 때 바라 왔던 것보다 한층 어려운 것을 아바타에게 바라고 있긴 하다. 바로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게 작가가 아바타를 통해 보여주는 모습 두 번째, 내면세계의 표출이다.


김경수, <Avatar #33>, <Avatar #25>
김경수, <Avatar #30>

작가의 아바타가 바라보는 아바타 중 유독 빛나는 아바타가 있다. 작고 여린 체형의 여자 아바타, 작가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우리가 볼 때는 저 아바타에 생각나는 어느 것을 집어넣어도 좋다. 첫사랑, 아내, 딸, 지나가던 여자, 자주 가는 술집의 여주인 등 많은 여성상들이 그 아바타를 스쳐 지나가게 되는데 그 아바타가 빛나고 있다는 점은 그것이 누구든 작가에게 중요한 사람임을 알려준다.


여자 아바타의 정체보다도 주목할 점은 작가 본인과 그의 아바타, 그리고 여자 아바타가 놓인 상황과 그것이 암시하는 의미다. 위에서 나는 아바타가 작가가 실제로 하지 못하는 내면세계의 욕구 분출을 돕는다고 적었다. 나체와 침대, 여성과 남성은 명징한 상징을 가진다. 그 누가 이 사진을 보고 그것을 생각하지 못할까. 인간의 가장 은밀하면서도 사랑스럽고 치욕스러울 수 있는 부분, 성에 대한 것이다.


아바타는 작가와 차원에서 구분되어 있다. 그것을 기본 전제로 아바타와 작가가 같이 나타난 사진을 보면 작가는 아바타를 관찰하는 입장에 있고 아바타가 주체가 된다. 젊고 건장한 남성의 몸을 한 작가의 아바타는 여자 아바타와의 교감을 꿈꾼다. 물론 그 교감은 작가가 직접 아바타의 차원에 개입할 수 없기에 만들어낸 아바타가 하게 된다. 그렇기에 젊은 여자 아바타에 맞춰 젊은 남자 아바타로 자신을 변모하고 그 과정을 관찰하는 관음증 비슷한 모습까지도 보이는 것이다. 아바타는 자신이지만 자신이 하지 못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대리인이기도 하기에 관리자의 의무를 스스로에게 부여한 채 그것을 관찰하는 것이다.


작가의 전시는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화된 <은교> 떠올리게 한다. 어린 뮤즈 은교와 늙어버린 작가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있는 자신의 젊은 제자. 작가의 못 이룬 꿈을 실현시켜줄 존재를 남긴 채 작가는 자꾸만 어디에서 부유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인사동 들릴 일 있으면 유진식당에서 평양냉면에 녹두지짐 하나 먹고 전시도 보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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