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에게 있었던 일을 줄곧 ‘실패’라고 말해왔다.
소중했던 나의 사람들은
네가 장사가 안 돼서 접은 것도 아닌데
그게 왜 실패냐며
그럼 우리 넷 다 처음 만났을 때랑 직업이 달라졌는데
우리도 다 실패한 거냐며 그건 아니라고 말해줬다.
그래도 나는 실패가 맞긴 하다고 생각했다.
내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한 것도 실패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정작 남이 그렇게 말하면 발끈할 거면서.
사실은, 후회되는 게 있어서 그랬다.
너무 정성 쏟지 말걸, 너무 진심이지 말걸,
교육이 아니라 just 직업이라 생각할걸.
나중에는 대학생 때 과외를 시작했던 것마저 후회됐다.
내면 깊숙한 곳에서는 ‘난 실패자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실패와 후회는 다른 것이었는데.
잠이 오지 않을 때마다 블로그 문답을 했다.
30 문답, 50 문답…
그중 <인생에서 가장 긍지가 되는 것은?>이라는 질문이 있었다. 거기에 <스물한 살부터 용돈을 스스로 번 것>이라고 적었다. 스스로도 모순이라고 생각했다.
아, 이제는 인생을 제대로 정립할 때가 왔구나
나는 실패한 게 아니다.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힘든 날도 많았지만
수학을 가르치는 건 졸면서도 할 수 있을 정도로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자 좋아하는 일이었고 그때 만난 사람들로부터 많은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마음 붙일 곳 없었던 대학시절에 내 존재 의미를 찾아준 게 과외였다. 아이들에게 동기부여 될 이야기를 들려주고 어디서도 오르지 않았다던 아이들의 성장을 나는 보았노라고. 수업 진행이 안 될 정도로, 숨 못 쉴 정도로 웃던 그 시간들을 나는 그리워한다고. 그리고 내가 어디서도 배울 수 없는 값진 것들.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돈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
만약 그 시간이 없었다면 나는 저 질문에 무어라 답할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