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 Apr 23. 2020

#7 새 학교, 새 학년의 시작 2020 Term 1


#13 새 학교, 새 학년의 시작 2020 Term 1

Parent Information Sessions

 둘째 아이는 이제 2학년이 되었다. week 3(Term이 시작된 세 번째 주)에는 3일에 걸쳐 학년별로 부모를 학교에 초청하는 행사가 있었다. 아이의 교실에 모여 새로운 담임선생님들을 소개하고 1년 동안 각 과목별로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 프레젠테이션하고 학교생활에서의 주의점(예를 들면 도시락을 플라스틱 일회용 용기를 쓰지 말자 등), 그리고 우리나라도 많이 사용하는 학교알림 앱 가입 등을 안내해준다. 사실 영어가 짧은 나는 제목 정도밖에 제대로 듣지 못하였지만 그냥 느낌으로 대략 이런 내용들을 전달했구나 하는 추리력이 날로 발전하는 것 같다.

 이번 학기에는 시작 전부터 학교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안내문도 수차례 이메일로 왔다. 혹여 아이들이 밖에서 콩콩 재채기라도 하면 어찌하나 걱정되어 아이들에게 주의도 많이 주고 한국의 상황을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      



큰 아이의 학교 오리엔테이션 참석

 2020년도 입학 예정 Year7 학생들의 오리엔테이션이 전년도에 있어 초등학교에 결석 통지를 보내고 참석하였다. 학생들은 아침부터 오후 3시까지 오리엔테이션이 있고 부모들은 따로 홀에 모여 학교생활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듣는다. 

 물론 나는 거의 알아듣지 못하였지만 2시간 동안의 부모의 오리엔테이션에서 하는 이야기는 아이를 그냥 두란 내용의 반복 또 반복이었다. 아이와 의견 충돌이 있을 경우 아이와 싸우지 말고 그냥 아이가 하는 데로 학교를 보내라 그러면 학교에 와서 자신이 무엇을 옳지 않게 했는지 느끼고 고칠 것이다. (바로 오늘 아침에도 오리엔테이션 가는 아이가 아주 짧은 반바지를 입겠다는 것을 말도 안 된다고 긴바지로 바꿔 입자고 싸웠는데 뜨끔하다) 아이의 숙제도 절대 도와주지 말아라 스스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You cannot grow without uncomfortable. 당연한 이야기인데 우리는 항상 아이를 그냥 두지 못한다. 어렵고 귀찮은 일은 엄마 아빠가 해결해줄게 너는 공부만 하렴. 항상 이렇게 아이를 길들여 온 것 같다. 굳이 우리 아이가 힘든 일 귀찮은 일을 겪지 않고 꽃길로만 걸어가도록 하는 것이 부모의 의무인양 그렇게 과보호하고 조금만 힘들어하면 안쓰러워하면서 아이가 나약하고 의지가 없다고 한탄한다. 

 이 학교는 부모에게 아이가 독립성을 기르고 책임감 있는 사회 일원이 될 기회를 박탈하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학교는 그런 여성이 될 수 있도록 교육하겠다고 한다. 학교 안내 책자에 있던 내용 말고는 학교생활에 대한 특별한 내용이 없는 부모 오리엔테이션에서 부모로서 반성하는 특별한 마음가짐을 다시 새기며 집에 오게 되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마중 나온 재학생들

 큰 아이의 Year7 camping

  이번 학기에 가장 신경 쓰였던 행사가 첫 캠핑이었다. 사실 나는 사회생활을 하느라 아이들과의 애착형성이 잘 안된 것인지 아이들이 연락이 안 되거나 보이지 않으면 엄청 불안해하는 병이 있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도 아이 하교시간이 되면 바로 전화해서 집에 잘 들어갔는지 확인하고 어쩌다 아이가 그 시간에 전화라도 안 받으면 전화받을 때까지 다른 일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아이를 무려 3박 4일이나(게다가 핸드폰 소지도 금지이다) 캠핑을 보낸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일이었다.

 캠핑장소는 집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Stanwell Tops에 위치한 숲도 있고 바다도 있는 캠핑장이다. 준비물도 엄청 많아 주말에 캠핑용품 전문 매장인 아나콘다 아웃렛에 가서 한참 쇼핑도 했다. 침낭, 배낭, 헤드랜턴, 개인 식기류, 레인코트 등등 짐이 어찌나 많은지 배낭이 아이 키만큼 커져버렸다. 캠핑 안내문에는 숲 속 짚라인을 비롯하여 여러 거친 액티비티들이 실려있어서 더 걱정되었다. 위험해 보이는 것은 하지 말라고 잔소리했지만 안 할 아이가 아니다. 첫날은 캠핑장의 텐트에서 자고 남은 2박은 코티지에서 잔다고 했는데 첫날을 제외하고 남은 2박 3일 동안은 시드니에 엄청나게 폭우가 쏟아져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렇게 나에게는 길고 긴 3박 4일이 지나가고 아이가 집에 돌아오는 날도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아이는 물에 빠진 생쥐처럼 젖어서는 환하고 즐거운 얼굴로 내 품에 돌아왔다. 재미있었다고 한동안 조잘조잘 이야기하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그동안의 긴장이 모두 풀어지는 것 같았다. 매일매일 몇 km를 트레킹 하다가 물이 나오면 물에서 놀고 그 많은 위험해 보이는 액티비티도 모두 다 했다고 자랑한다. 다만 아침에는 시리얼, 점심에는 차갑고 뻑뻑한 샌드위치, 저녁이는 팀원들과 스스로 만든 덜 익은 파스타만 먹다 와서 밥이 너무 먹고 싶어 힘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Term 1의 가장 큰 행사를 무사히 치렀고 다시 집안에서 새록새록 자고 있는 아이들이 있음에 감사하였다.            



 큰 아이의 swimming 카니발

 시드니의 학교들은 Term 1에는 Swimming Carnival을, Term 3에는 Athletic Carnival을 한다. 초등학교의 경우 Year 3부터 참석하여 우리 둘째 아이는 올해 대상이 아니었다. 큰아이는 한국에서 수영을 배우고 와서 괜찮은데 작은아이는 물을 무서워하여 배우는 시간도 오래 걸린 데다 배우는 도중에 호주로 넘어와서 작은아이 수영 배워야 하는 데가 항상 마음에 있는 과제 중 하나이다. 들어본 바에 의하면 호주 아이들은 수영을 대체로 잘하는 것 같다. 그래서 Swimming Carnival에서 경기를 하면 한국 아이들이 순위권에 못 들어가기에 자존심 강한 아이들은 창피하다고 아예 경기 신청을 안 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처음 Swimming Carnival을 경험하는 우리 큰 아이는 수영 좀 했던 아빠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2 종목 경기 참가 신청을 하였다. “힘들려나, 뭐 힘들면 천천히 헤엄쳐 들어가지.”라고 하면서. 엄마는 너의 그 마음자세 너무 좋구나.

 Swimming Carnival은 집에서 30~40분 떨어진 레저센터의 수영장(Des Renford)에서 하였으며 작은아이 학교 데려다주는 시간과 겹쳐 큰아이는 호주에 와서 최초로 혼자서 멀리 길을 찾아 이동하는 중요한 날이 되었다. 미리 주말에 아빠와 버스를 타고 다녀오기도 하고 구글맵 보는 방법도 가르쳤다. 수영 경기는 한 경기 뛰고 코피가 나서 아쉽게도 다음 경기는 참석하지 못하고 누워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이렇게 파란 하늘 아래 큰 수영경기장에서 수영을 해본 경험 또한 아이에게는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았으리라 생각한다. 

Des Renford  Leisure Centre



NSW주의 셧다운과 온라인 수업 시작 

 Term 1 방학을 3주 앞두고 우리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NSW주에서는 필수 상점(마트, 약국, 병원 등)을 제외하고 모두 문 닫았음에도 학교는 셧다운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점차 학교를 보내지 않는 학부모가 절반에 이르도록 늘어나는 가운데 큰아이 학교의 학부모가 유럽을 다녀왔는데 확진을 받았다는 메일이 왔다. 학교 측에서는 그 학생을 바로 귀가조치시키고 NSW주 정부에 신고를 하였는데 주정부에서는 학교폐쇄는 안되고 그 학생의 검사 결과가 나오면 생각해보자고 했다고 한다. 갑자기 좀 화가 났다. 한국의 살던 동네는 학교 학생의 부모가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다고 바로 학교 문 닫고 방역하고 학생이 다니던 학원도 문 닫았다고 들었는데 너무 비교되지 않는가. 게다가 여기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는데 해당 학생만 귀가시키고 모든 다른 아이들은 학교 건물에 하루 종일 그대로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바로 학교 측에 내일부터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고 서류 작성하여 보냈다. 그리고 우리의 끝이 보이지 않는 집콕 생활이 시작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6 시드니에서의 코로나바이러스(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