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집안에 격리된 지 2주일 정도 되었다. 이틀에 한번 정도 슈퍼마켓에 장 보러 가는 것 이외에는 가능한 출입을 안 하려 하고 있다. 물론 남편은 아직 지하철 타고 시내로 출퇴근하고 있어 걱정스럽긴 하다. 큰아이의 경우 학교에서 미리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방법을 가르쳐와서 학교를 안 나가는 바로 다음날부터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다. zoom이라는 앱을 이용하여 학교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 단정하게 옷을 입고 출석체크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석이다. 하루의 수업 일정과 몇 시에 Zoom으로 들어와야 하는지 등의 내용이 각 과목 선생님들로부터 이멜과 구글 클래스룸으로 공지되고, Zoom을 이용하여 선생님과 친구들의 얼굴을 보며 수업을 듣고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돌아가며 질문도 하고 대답도 한다. Onenote를 이용하여 문제를 풀고 선생님에게 제출한다. 모두 내가 사용해본 적 없는 프로그램이다. 학교에서 사용법을 미리 배웠다고는 하지만 엄마의 도움 없이 스스로 여러 프로그램 등을 능숙하게 사용하고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리하여 큰아이는 평소 학교를 마치는 오후 3시 15분까지 꼼짝없이 앉아있어야 하고 나도 학교 점심시간에 맞춰 점심을 준비해 주고 있다. 온라인 수업의 최고 단점은 이렇게 수업에 참여하면서도 유튜브에 같이 접속하여 틈틈이 드라마 등을 보고 있다는 점이다. 나의 학창 시절 학교에서 수업을 들어도 딴짓하고 딴생각했던걸 생각하며 잔소리 안 하고 넘어가려고 노력 중이다.
활동량 많은 둘째 아이도 집에만 있다 보니 힘들다. 오늘은 해가 뜨거워지기 전에 둘째 아이와 집 근처 공원을 한 바퀴 걷고 왔다. 공원의 축구장이나 놀이터는 모두 폐쇄되어 길 따라 걸을 수만 있는데 조깅을 하거나 잔디밭에서 운동을 하거나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이 꽤 많았다. 4월부터는 작은아이의 초등학교도 구글 클래스룸과 zoom을 이용하여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Term 1은 이제 2주밖에 남지 않았지만 Term 2를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기 위하여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의미도 있다. 그동안 둘째 아이를 초등학교에만 보내 놓고 학교에서 무슨 수업을 하는지 전혀 관여하지 않고 방임하고 있었는데 온라인 수업을 하다 보니 매일매일 출석과 활동사항을 제출해야 하여 엄마의 일거리가 늘어나 버렸다. 둘째 아이가 컴퓨터를 능숙하게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영어도 아직 잘 못하기에 과제물을 어디까지 도와줘야 할지도 고민스럽다.
호주는 현재 확진자 6,052명, 사망자 50명에 이르고 있다. 매일 300명 안팎으로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상점들은 문을 닫았고 음식점들도 거의 문을 닫거나 테이크어웨이만 가능하다. NSW주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규정을 위반하면 개인에게는 $1,000, 사업체에는 $5,000를 부과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이제 가족이 아니고는 두 명이상 모여 다니면 안 되고 홈파티도 금지되었다. 호주 사람들은 정말 파티를 좋아하여 주말이면 이 집 저 집 자정이 넘도록 노랫소리와 떠드는 소리로 시끌시끌한데 그러다 보니 이런 파티를 중심으로 확진자들이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 백화점 체인인 마이어와 다비드 존스도 문을 닫았다. 마이어 백화점의 만 명의 근로자가 일시에 해고되었다고 한다. 시드니에도 워킹 홀리데이로 와서 공부하며 일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모두들 막막할 것이다. 학교는 문 닫고 벌이는 없는데 월세와 각종 생활비는 나갈 테니 말이다. 한국으로 가는 특별기 티켓을 구하기 위해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도 주변에 있다. 나 역시 아이들과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직장을 다니고 있는 남편을 두고 갈 수도 없고 이 사태가 과연 잠잠해지는 날이 언제쯤이나 올지 오늘도 심란한 하루이다.
신문 1면에 실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관련 기사이다. 한국은 Lockdown이나 집단면역 형성의 방법이 아닌 제3의 방법으로 성공적으로 COVID-19에 맞서고 있다는 제목과 함께 호주도 이미 한국의 교훈을 따라 하고 있다는 내용이 실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