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우리 큰아이에게 매우 특별한 해이다. 한국에 있었다면 중학교에 입학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사실 작년 8월에 호주로 넘어오면서 큰아이는 5년 반 동안 다닌 초등학교에서 졸업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무척 속상해했었다. 졸업앨범만이라도 사주고 싶었으나 아직 졸업사진도 안 찍은 상태라서 의미 없었고 친구들과의 추억이 완성되지 못했다고 속상해하는데 나도 같이 속상했었다. 호주에서 짧은 시간 동안 초등학교를 다니자마자 바로 High School로 진학하는 준비도 쉽지 않았기에 이번 큰아이의 입학은 정말 우리가 호주에 와서 겪은 일 중 가장 중대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우선 한국의 중학교 1학년과 같은 호주 7학년의 수업 과목은 English, Mathematics, Science, History, PDHPE, Chinese(제 2외국어 선택), Latin, Music, Technology, Visual art, Biblical Studies 이렇게 이루어진다.
10주 동안의 Term 1 기간 동안 우리 큰아이에게 가장 힘겨웠던 과목은 역시 English 였던 것 같다. 이번 학기 동안은 Trash라는 소설로 수업을 했는데 쓰레기 처리장 마을에서 쓰레기를 줍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빈민층 아이들이 알 수 없는 가방을 발견하며 겪게 되는 일을 그린 모험, 추리소설이다. 한국에 번역된 책이 있어 아이가 한글로 먼저 읽으면 이해가 더 잘되지 않을까 싶어서 번역본을 먼저 읽게 하였다. 학기가 끝날 때쯤 이 소설과 관련된 에세이를 써서 제출하는데 영어로 내용 파악만도 어려웠던 우리 큰아이에게는 쉽지 않은 과제였다. ‘쓰레기 마을의 아이들을 어떻게 구제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에세이의 주제였다. 그리고 소설과 관련하여 빈부격차, 공권력의 부정부패, 환경오염 등의 문제 중 선택하여 생각을 발표하는 시험도 보았다.
이와 별도로 나만의 성장소설을 만들고 이를 5분짜리 동영상으로 만들어 제출하는 과제도 있었는데 소설을 쓰는 것도 어려웠고 처음 해보는 PPT를 이용하여 동영상 만드는 작업도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아이가 처음에는 막막해하고 힘들어하였으나 스스로 방과 후에 학교도서관에 가서 학습도우미 선생님(그 학교를 졸업하고 도서관에서 일하며 재학생들의 숙제와 공부를 도와주는 학생들이 있다)에게 영어문장 교정도 받고 유튜브로 동영상 만드는 영상도 보고 하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었다. 아이도 한번 이런 과제를 완성해보더니 자신감도 생겼다고 매우 뿌듯해하여 정말 대견스러웠다. 한국의 국어수업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
다음은 수학이다. 수학 이야기를 꺼내자니 또 할 말이 많아지는데 결론은 한국의 아이들은 엄청나게 똑똑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아이들은 호주에 오면 모두가 수학천재 소리를 들을 것이다. 아래는 이번 학기 우리 큰아이의 수학 시험지이다. 더 놀라운 점은 아래의 문제를 학생은 계산기를 이용하여 시험을 본다는 점이다. 이건 오히려 계산기를 두드리다가 착오로 틀리는 문제가 더 많을 듯한데. 우리 큰아이는 엄청난(?) 속도로 제출하여 추가 점수까지 획득했다고 신이 났다.
High School 7학년 첫 수학시험
몇 년 뒤 한국에 돌아가야 하는데 우리 큰아이의 학습 문제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잠이 깰 정도로 심란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어째서 한국의 모든 아이들은 그렇게 어려운 수학 문제를 다 풀어야 하는 것일까. 수포자이었던 나는 대학 진학 이후 지금까지 살면서 미적분이라든지 삼각함수를 사용한 적이 없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힘들게 했던 미적분과 삼각함수의 존재만 기억날 뿐 그게 뭐였는지 생각도 안 난다. 어느 책에서 우리가 수학을 하는 이유는 논리력과 사고력이 종합적으로 발달하는 아무튼 잘 기억 안 나지만 엄청 심오한 뜻이 있다고 읽었는데 그런 능력을 키우기 위해 너무 어렵고 스트레스받는 방법을 이용하는 것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