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스타콘 국립과학기술센터(Questacon National Science & Technology Centre) - 국회의사당(Parliament House) - 호주 조폐국(Australian Mint) - 대사관 거리 - 시드니
주말을 맞이하여 오스트레일리아의 수도 캔버라를 다녀오기로 했다. 하룻밤 자고 올까 고민을 잠시 했지만 가서 놀아보고 결정하기로 하고 우리는 일단 늘 그렇듯이 아직 어스름한 새벽 잠든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캔버라로 향하였다. 시드니에서 캔버라까지는 자동차로 약 3시간 걸려서 시드니에서 오전 6시 이전에 출발하면 대부분의 관광지가 오픈하는 9시에 맞춰 캔버라에 도착할 수 있다.
캔버라의 첫인상은 정말 깔끔하고 딱딱 떨어지는 계획도시, 주말이라 더 고요한 도시 느낌이었다. 우리는 제일 먼저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 퀘스타콘 국립과학기술센터에 입장하였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거의 3시간 넘게 지루해하지 않고 이것저것 체험하며 잘 둘러보았는데 딱 국립 과천과학관 같은 곳이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했던 체험 중 하나는 지진체험으로 별도로 설계된 방에 들어가서 블록으로 건물 짓기를 하다가 강도가 점점 세지는 지진이 일어난 후 나의 건물이 얼마나 튼튼하게 지어졌는지 확인하는 체험이다. 시간이 좀 지나자 단체 학생들도 많이 들어오고 점점 북적북적해졌는데 캔버라를 돌아다니는 동안 가장 번화한 시설이었다고 하겠다.
그리고 우리는 호주의 국회의사당으로 향하였다. 날씨가 좋아 국회의사당의 외관이 더 멋있어 보이는 것 같았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웅장한 기둥들이 받치고 있는 넓은 홀이 나오고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호주의 상원, 하원 회의장도 볼 수 있으며 호주의 정치와 관련된 전시실도 둘러볼 수 있는데 건물규모가 생각보다 커서 둘러보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큰아이는 학교에서 호주의 정치제도나 각 주와 주도에 대해 배웠다고 자기가 아는 것이 나오면 들떠서 우리에게 설명해주기도 했다. 실제로 시드니의 초등학교에서는고학년때 캔버라로 견학을 가기도 한다.
다음으로 방문한 호주 조폐국은 호주달러를 발행하는 곳이다. 호주달러의 변천사와 화폐 만드는 과정도 전시되어 있으며 건물 위층에서는 조폐 과정을 내려다볼 수 있게 꾸며져 있다. 우리가 방문한 토요일에는 조폐작업을 하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아이들이 둘러보기에 꽤 괜찮은 장소였다.
이렇게밖에 둘러보지 못한 이유는 캔버라에서 갈만한 장소는 거의 오후 4~5시 정도에 문을 닫기 때문이었다. 아쉬운 김에 캔버라 시내를 드라이브하다가 우연히 각국의 대사관이 모여있는 거리에 들어서게 되었는데 각국 대사관 건물이 정말 특색 있게 지어져 있어서 아이들과 어느 나라 대사관일지 멀리서 맞춰보고 대사관에 걸려있는 그 나라 국기나 명패로 맞는지 확인해보는 일도 꽤 즐거웠다. 대한민국 대사관은 돌담에 기와가 얹혀있어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는데 호주에서 보는 태극기가 참으로 마음을 뿌듯하게 한다. 이렇게 캔버라 당일치기 여행을 마무리하고, 새벽에 달려오면서 야생동물 로드킬을 너무 많이 봐서 어두워지기 전에 시드니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아직 시드니 시내로 들어서기 전에 어둑어둑 해지기 시작했는데 도로 옆으로 캥거루들이 삼삼오오 뛰어다녀 우리를 긴장하게 하였다. 이제는 호주 여기저기 다니느라 정말 많은 로드킬을 보았지만 이건 시간이 지나도 적응하기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