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은 여행하기에 날씨가 선선하고 햇볕은 따뜻하여 딱 좋았는데 이날은 바람 한점없이 더운 정도가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느낌이랄까. 호주산불이 자연점화되었다는 의견도 믿어지고 2~3개월 동안 진화를 못하는 것도 그럴수 있겠구나 하고 느껴지는 날씨였다.
그래도 우리 가족은 예정대로 퍼핑 빌리 기차를 타는 것으로 오늘의 일정을 시작하였다. 벨크레이브(Belcrave)역에서 타서 마지막 정거장까지 갔다가 다시 벨크레이브역으로 되돌아 오는 약 3시간 코스의 티켓을 예매하였다. 벨크레이브역에서 출발하는 증기기관차는 엄청 많은 관광객으로 가득 차서 답답하였는데 바로 다음역에서 꽤 많은 관광객들이 하차하였다. 알고보니 이 분들은 여행사투어로 오신 것 같다. 여행사 직원이 바로 다음 정거장에서 차량을 대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계속 증기기관차를 타다보니 여행사들이 왜 이렇게 상품을 구성하였는지 알 것 같았다. 증기기관차를 타는 경험은 2~3정거장만으로 충분한 것이다. 물론 경치는 두말할 것없이 좋지만 2~3정거장이면 그 동안 꼭 찍어야 하는 배경과 각도의 인생샷을 충분히 찍고도 남는다. 날씨는 무진장 더운데 냉방이 되지 않는 창문없는 기차 안에서 가만히 사진만 찍었는데도 아이들은 더워 뺨이 붉게 익어버렸고 지치고 불쾌지수는 올라가 싸우기 시작하였다. 게다가 석탄태우는 냄새에 멀미도 나서 내려서 쉬고 싶었으나 기차시간이 자주 있는것도 아니어서 함부로 내릴 수도 없었다. 우리 자동차는 시작역인 벨크레이브역에 주차되어 있었기에 우리는 끝까지 가는것을 포기하고 3정거장쯤 갔을 때 하차하여 되돌아 가는 기차로 갈아탔고 아이들은 싸움과 더위에 지쳐 땀을 줄줄 흘리며 잠들어버렸다.
다음은 퍼핑빌리 근처에 있는 이쁜 마을이라는 샤사프라스로 갔다. 물론 마을은 너무 이쁘고 빈티지한 가게와 레스토랑 까페가 늘어서 있어 찬찬히 구경하면 너무 좋겠지만 우리는 무더위에 이미 체력이 고갈되어 모두 시원한 곳에 앉아 쉬길 원하고 있었다. 허나 예쁜 레스토랑들은 손님들로 가득가득 했고 한동안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간신히 한 테이블 찾아 앉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늦은 점심식사를 한 뒤 더 이상 돌아다니는 것은 아이들이 너무 힘들 것 같고 다음날은 다시 시드니로 돌아가야 했기에 숙소로 일찍 돌아가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어제와 같은 골프텔 숙소에 있는 작은 실내수영장에서 놀고 어제와 같은 저녁 바비큐를 먹으며 쉬고는 해가 진 뒤 선선해진 골프장을 산책하며 하루를 마무리 하였다.
멜버른 자동차 여행 5일 차 – 야라벨리 와이너리, 그리고 시드니 집으로
우리가 이틀 저녁을 머물렀던 야라밸리는 멜버른의 와인지역으로 유명하다. 와이너리가 즐비하게 있는데 그냥 지나치기 아쉬웠다. 그러나 마지막날인 이 날이 어제보다 더 날씨가 뜨거웠기에 우리는 아무런 사전조사 없이 집가는 길에 있는 그냥 대문이 좋아보이는 와이너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주차하고 와이너리 건물안까지 가는 그 짧은 거리도 어찌나 뜨겁던지, 잠시만 서있어도 말라 바스러질 것 같은 처음 겪어보는 날씨였다. 아, 지구가 많이 아픈 것 같다. 암튼 포도밭 구경은 일찌감치 포기했고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싶었지만 식사하기에도 애매한 시간이었기에 와인 몇 종 시음하고 구경하다가 와인 한 병을 구매하고 나왔다.
그리고 길고긴 집으로 가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NSW주로 들어서자 어느 순간부터 앞이 붉고 뿌옇게 가려지기 시작했다. 그 동안 뉴스로만 보던 산불지역을 우리가 지나고 있었던 것이다. 차 안으로 매케한 연기가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정말 산불의 심각성과 공포스러움을 체감하게 되었다. 그동안 시내에서 느꼈던 매케한 냄새와 뿌연 공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공포였다. 달리고 달려 시드니에 들어서자 아직 몇 개월 살지도 않은 도시의 집이지만 집에 왔구나 하고 편안해지는것이 돌아올 곳이 있기에 여행이 좋은 것이란 말이 생각나는 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