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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 Jun 10. 2020

#12 호주의 겨울엔 Coastal Walk를 걷는다

 혼자서 시드니살이를 하고 있던 남편은 아이들과 내가 시드니에 오자마자 코스탈 워크를 데리고 갔었다. 먼저 와서 발견한 경치 좋은 곳들을 가족과 함께 가고 싶었던 거다. 물론 너무 아름다웠지만 한편으로 너무 지쳐있어서 힘들었다. 그 후로도 손님이 오시거나 하면 코스탈 워크를 계속 가게 되었고 아이들이 모래놀이하고 온 날은 청소를 해도 며칠 동안 집안이 버적거려서 나에게 있어 이곳은 뜨거운 태양 아래서 노동하는 곳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시드니살이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코스탈 워크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비는 자주 오고 오후 5시만 되어도 해가 져서 어둡고 쌀쌀해진 시드니의 겨울이 되었다. 시드니의 겨울은 한국과 같이 영하로 떨어지는 기온이 아님에도 체감온도가 무척 차갑게 느껴진다. 햇볕이 따사로워 보이면서도 쌀쌀하고 그늘로 가면 냉기에 몸을 움츠리게 된다. 해가 반짝거리던 어느 오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한가롭게 걸은 코스탈 워크는 지금까지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마음에 여유가 있는 시간이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산책한 코스탈 워크는 더 반짝이고 아름다워 보였다. 시드니에 여름이 오면 또다시 발길이 닿지 않을 것 같으니 이 겨울 부지런히 걸어야겠다.

본다이비치에서 시작하는 코스탈 워크를 걸어보자

 본다이비치에서 시작하여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타마라마비치, 브론테비치가 연이어 나온다. 중간에 힘들면 비치 근처의 버스정거장에서 버스를 타고 본다이정션역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물론 코스탈 워크를 통해 계속 걸어 클로벨리비치, 쿠지비치를 거쳐 더 멀리도 갈 수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벅차다. 오늘은 버스를 타고 웨이버리 공원묘지 근처에 내려 거꾸로 본다이비치까지 올라오며 걸어보았다. 처음 남편이 공동묘지에 산책 가자고 했을 때는 정말 무슨 소리야 했는데 이 공동묘지 경치가 엄청 좋기도 하고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엄청나게 넓은 묘지부지 둘레에는 주택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공원묘지 입구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내리막길을 걸어 내려오면 경치가 매우 좋다.

Waverley 공원묘지


 아이들과 함께 이곳에 왔을 때는 아이들이 많이 걸어 힘들어해서 묘비에서 각자의 영어 이름 찾기 게임도 했었다. 결과는 우리 둘째의 승리였다. 세례명을 그냥 영어 이름으로 사용했더니 아무래도 많이 유행이 지난 이름이었나 보다. 웨이버리 공원묘지는 눈을 여기저기 돌려보아도 끝없이 묘지가 펼쳐져 있다. 이 아름다운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묘지가 웬 말인가 싶었는데 이 또한 아름다운 광경임은 분명하다. 바다와 맞닿은 곳까지 내려와서 해안길을 따라 브론테비치를 향해 걸어간다.

브론테비치 앞 잔디밭에서 정겨운 꼬마기차도 탈 수 있다. 놀랍게도 이 기차 카드결재도 받는다.

 

타마라마 비치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핑하거나 수영하는 사람이 많다. 걷다 보면 먼바다에서 서핑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그냥 멍하니 하염없이 바라보게 된다. 코스탈 워크에는 관광객도 많고 산책하는 사람도 많지만 특히 조깅하는 사람도 많다. 나는 만보를 훌쩍 넘게 걷는다고 불평하며 걷는 이 길을 뛰어다니다니. 이곳 현지인들의 운동사랑은 대단하다. 코스탈 워크를 이렇게 걷고 나면 오늘 하루는 운동을 참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기도 하다. 물론 본다이비치에는 예쁜 카페와 레스토랑이 많아 움직인만큼 먹고 집에 가게된다는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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