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온라인 개학을 하다
4월 부활절 연휴를 시작으로 2주간의 짧은 방학이 끝나고 4월 28일 드디어 Term 2가 시작되었다. 한국에서도 시끌시끌한 사상초유의 그 온라인 개학이다. 우리 아이들은 Term 1이 끝나기전 3월 중순부터 등교하지 않고 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중이었다. Term2를 시작하는 지금 호주의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은 호주 정부의 전면적인 락다운 덕분인지 많이 잠잠해진 상태이다. 시드니가 위치한 NSW주의 경우 5월 11일 현재 신규확진자가 처음으로 발생하지 않기도 하였다. 그리고 5월 15일부터는 1단계 완화로 상점과 식당이 다시 문을 열게 되었다. 물론 한번에 수용 가능한 인원수에 제한이 있다.
큰아이의 highschool의 경우 Term1에도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었기에 혼선없이 첫날부터 수업이 잘 진행되었다. 역시 Zoom을 이용하여 선생님이 수업을 진행하고 아이들이 의견을 주고 받은 후 혼자 과제를 하여 수업 시간 내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신기하게도 그 사이 온라인으로 시험을 본 과목도 있다. 역사수업인데 일주일 전즈음 사전에 4~5장 분량의 제시문과 질문을 주어 준비할 시간이 주어졌다. 우리아이는 오픈북 시험인 줄 알고 준비하여 시험을 보던 도중에 선생님이 보고하면 안된다고 학생들에게 지시하여 놀란 듯하다. 처음에 작성한 자료를 보고하고 있었는데 어떡하냐며 시험 끝나고도 한참을 걱정하는데 우리 딸 아직 순수하고 솔직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드니 학교의 한 학기는 10주로 구성되는데 큰아이의 highschool은 1~2주차는 모든 학생이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고 3주차에는 한국의 고3에 해당하는 12학년이 대면수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순차적으로 4주차에는 다른 2개 학년이 대면수업을 시작하는 식으로 하여 우리 7학년 아이는 6주차에 대면수업이 시작된다. 그러나 학교측에서는 관계없이 학교에 등교하라고 독려메일을 보내왔고 우리는 3주 차부터 등교시키기로 하였다. 우리아이는 7학년의 대면수업이 시작되기 전인 3~5주차에는 강당에서 한 학생씩 거리를 두고 앉아 온라인 수업을 듣게 된다. 그렇게 며칠 학교를 다니던중 학교측에서 코로나 사태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일정을 당겨서 4주차부터 대면수업을 시작하겠다고 연락이 왔고 5월 18일부터 드디어 대면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작은 아이의 공립초등학교는 운영방식이 조금 다르다. 1~2주는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3~4주차에는 1주일에 하루 등교, 5~6주에는 주 2회 등교 이런 식으로 하여 수업일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하지만 역시 각 가정에서 필요하다면 등교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작은 아이의 온라인수업은 정말이지 엄마 수업이다. 과제물 챙기기부터 구글 온라인 클레스에 제출하기까지 모든 과정이 엄마의 손이 필요했고 특히 우리 아이는 영어가 부족하기에 과제물을 어디까지 손봐줘야 할지도 고민이었다. 나중에는 그냥 아이가 하는데로 말도 안되는 결과물도 그냥 제출했는데 과제물에 대한 선생님의 피드백도 거의 이루어지기 힘들었다. 선생님도 학교에 온 아이들을 챙기랴 일주일에 한번 집에 있는 학생들과 Zoom미팅 하랴 온라인 클래스에 수업내용 업데이트하랴 무척 바쁘실 것으로 짐작되기에 온라인 클래스로 제출된 아이들의 과제물까지 일일이 피드백할 여력이 없을 것이다. 2~3주 동안 직접 학교수업을 아이에게 시켜본 결과 앞전에 2학년인 우리 작은아이는 학교에서 아주 잘 놀고 있다고 이야기 한 것을 매우 반성하고 있다. 책 읽고 이야기하기, 파닉스, 그림보고 문장쓰기, 체육, 수학, 미술 등 2학년도 엄마가 대신 다 가르칠수 없을 정도의 정말 많은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드디어 NSW주 정부에서 5월 25일부터 모든 공립학교의 수업을 정상적으로 시작하겠다는 발표를 하였다. 집에만 있는데 익숙해진 아이들이 학교가기 싫다고 잠깐의 반항을 하기도 하였지만 막상 학교가는 날은 더 활기차고 밝아진 모습이었다.
언제 다시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또 다시 락다운될지 모르는 불안하고 조심스러운 일상생활의 시작이지만 이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끼며 하루하루가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