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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 Jun 23. 2020

#14 호주의 여름방학 _ 타즈메니아' (2)


타즈메니아 여행 2일 차 : 포트아서 – Remarkable Cave


 둘째 날은 타즈메니아에서 꼭 가봐야 할 명소 중의 한 곳인 포트아서를 관광하였다. 포트아서는 호바트 시내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 정도 거리에 있다. 포트아서에 거의 다와갈 무렵 바다를 바라보며 숲길을 달리던 중 탁 트인 바다가 보이는 장소에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정말 인상적인 작은 커피 트럭을 발견하고 멈췄다. 앉아서 경치를 보며 커피를 마시라고 근처에 작은 간이의자 몇 개도 두고 있는 낭만적인 커피 트럭이다. 우리처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관광객들로 줄이 끊어지지 않는 인기 있는 카페다. 그리고 당연히 그 커피맛은 정말 기가 막힐 수밖에 없지 않을까.


포트아서는 1830년대 영국에서 보낸 죄수들을 가두고 노동을 시킨 한마디로 감옥이다. 호주는 웅장한 자연환경을 볼 수 있는 관광지는 많지만 역사가 짧아 이런 유적지는 거의 찾아보기 쉽지 않은데 포트아서와 같은 호주의 역사유적지를 보니 또 새로운 기분이다.

포트아서

 넓은 부지에 무너진 건물 유적을 비롯하여 탈주자를 감시하는 탑, 죄수들이 갇혀있던 감방, 간수들이 생활하던 곳, 교회, 전시관까지 아이들과 꼼꼼히 살펴보고 주변을 돌아보는 유람선도 타고 하다 보면 하루가 거의 다 가게 된다. 티켓 구매를 하는 안내소에서 그림이 그려진 카드를 한 장씩 나눠주는데 아이들은 유적지에서 이 카드에 그려진

 그림의 장소를 찾겠다고 얼마나 뛰어다녔는지 모른다.

안내소에서 나눠준 카드와 같은 장소 찾기

 찰스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앞부분에 보면 주인공 핍이 감옥선을 탈출한 죄수 매그위치의 협박에 그를 도와주는 장면이 나온다. 죄수는 결국 다시 붙잡혀 감옥선에 실려 오스트레일리아로 보내진다. 그는 성실하게 감옥생활을 하고 부를 축적하였지만 다시 영국으로 돌아올 수는 없었던 것 같다. 후에 그는 핍을 만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런던으로 온다. 혹시 소설 속의 매그위치도 이 포트아서에 갇혀 있었던 건 아닐까? 포트아서를 거닐면서 매그위치가 이곳에 갇혀 힘겨운 감옥생활과 노동을 하다가 저 바다를 바라보며 멀고 먼 런던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여러 죄목으로 영국을 떠나는 배에 실려 목숨을 건 오랜 항해 끝에 이곳에 갇힌 죄수들의 절망감과는 별개로 지금 이곳은 너무나도 한적하고 평화로우며 아름답다. 고향을 그리워하던 죄수들은 부정하겠지만 정말 감옥이 이렇게 아름다워도 되는 거야 싶다. 그 옛날 호주가 유배지였듯이 우리 가족도 지금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국에 갈 방법 없이 호주라는 광활하고 아름다운 섬에 갇힌 서글픈 기분이다.


 해가 질 때까지 머무르고 싶은 포트아서이지만 이곳에서 한참을 뛰어다닌 아이들은 이제 다른 곳을 가고 싶어 했다. 포트아서에는 입구의 관광안내소에 있는 카페와 유람선 내부의 스낵바에서만 음식을 구할 수 있는데 아이들은 뛰다보면 불시에 출출함을 호소하여 간단한 음식을 준비해오지 못한 것이 좀 후회됐었다.


 아쉬움을 남기고 포트아서를 떠나며 호바트로 돌아가는 길에 포트아서 근처에 있는 리마커블 동굴을 들렀다. 계단을 따라 10분 정도 내려가다 보면 바다를 향해 뚫려있는 바위동굴이 있는데  동굴 구멍으로 파도가 밀려들어온다. 지쳐서 이제 못 다닌다고 하던 아이들은 이 곳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피하며 한참을 깔깔거리고 즐거워하며 놀다가 결국은 쌀쌀한 날씨임에도 옷과 신발을 다 적시고 말았다.

파도가 밀려들어오는 Remarkable C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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