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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 Jul 07. 2020

#16 호주의 여름방학 _ 타즈메니아 여행(4)


타즈메니아 여행 4일 차 : 와인글라스 베이 룩아웃 -  베이 오브 파이어스 – 론세스턴 도착

 숙소 주인의 강력 추천으로 원래의 계획을 수정하여 와인글라스 베이 전망대로 향했다. 와인잔같이 생겼다고 하여 그 이름도 와인글라스 베이인 이곳을 내려다보기 위한 전망대에 가려면 난이도가 높은 힘든 코스는 아니지만 약 30~40분 정도 산을 올라야 한다. 아이들은 대체 어디가 와인잔같이 생겼다는 거냐고 불평을 늘어놓아 상상력을 발휘해 보라고 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와인글라스 베이


 와인글라스 베이 전망대에서 내려와 비체노 시내에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와 음료 등을 사서 다음 장소인 베이 오브 파이어스로 향하였다. 타즈메니아는 정말 시골이라서 식당이 잘 없어 자칫 아이들과 끼니때를 놓치거나 굶을 수 있어 마을이 보이면 먹을거리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베이 오브 파이어즈 보호지구에 도착하여 바다로 어찌 접근해야 하나 조금 헤매었다. 끝없이 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는데 사진으로 보았던 파이어즈 바위들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가 않아 맞게 찾아온 것인가 고민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단 아무 공터에 주차를 하고 바다로 향해 걸어갔다. 파이어즈(Fires)라는 지명을 갖게 한 붉게 물든 바위는 해변의 끝쪽까지 한참 걸어가다 보면 나오는데 멀리서 보면 신비로운 자연의 장관이고 가까이서 보면 누군가 일부러 바위에 붉은 페인트를 쏟아놓은 듯한 모습이다.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하얗고 반짝이는 모래사장은 모래가 어찌나 고운지 맨발로 걸어 다녀 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정도이다. 관광객도 거의 보이지 않아 광활한 해변에서 우리 아이들이 해맑게 웃으며 노는 모습이 내 머릿속에 행복한 기억으로 새겨졌다. 그리고 이곳 바다는 내가 여태껏 본 바다 중 가장 아름다운 바다로 남았다.     

베이오브 파이어즈의 하얀 모래사장과 붉은 바위

타즈메니아 여행 5일 차  : 폭우로 시내에 머뭄, 크레이들마운틴

 그동안 간간이 보슬보슬 비가 내렸는데 지난밤부터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타즈메니아로 오기 전 일기예보에서는 우리가 머무르는 일주일 내내 비가 예보되어 있어 무척 심란했는데 걱정했던 만큼 여행하기 힘들 정도의 비를 만나지 않아 다행이다 싶었지만 오늘은 비가 제대로 오고 있다. 오늘 계획은 론세스턴 시내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크레이들 마운틴을 트레킹 하는 것이었는데 크레이들 마운틴은 그렇지 않아도 하루 동안 모든 날씨를 다 겪을 수 있을 정도로 변덕적인 날씨로 유명한 곳이라서 고민을 하다가 아이들과 시내에 머물기로 결정하였다. 잠깐 론세스턴 시내에 있는 시골 박물관 분위기의 퀸빅토리아 박물관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곳은 옛날 기차나 비행기 등 운송수단이 전시되어 있는 가운데 과학관처럼 아이들이 작동시키며 놀 수 있는 전시물도 조금 있고, 동물 박제, 퀼트 작품, 공룡 등 다소 관련성이 모호한 다방면의 전시물이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가만히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우리 남편은 아침 일찍 우리를 버려두고 크레이들 마운틴으로 향하였다. 도브호수 트레킹이 목표였으나 결론은 폭우로 앞이 보이지 않는 트레킹을 하다가 중도 하산하였다며 아이들이 갔으면 정말 고생만 하다 왔을 거라며 나의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이렇게 분주하게 다니던 여행 중간에 휴식과 따분함이 섞인 하루가 흘러갔다.      



타즈메니아 여행 6일 차 : Bridestowe 라벤더 – Cataract Gorge Reserve – 에반데일 마을 – 시드니 도착

 나는 타즈메니아에 꼭 1월에 와야만 했다. 그것은 물론 남극과 가까운 타즈메니아가 추워서 호주의 여름에 와야 여행하기 편할 것 같아서이기도 했지만 1월에 절정이라는 라벤더 밭을 꼭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 일찍 Bridestowe 라벤더 농장으로 향하였다. 약간 보슬비가 오는 날씨였지만 보라색 라벤더 물결을 감상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어제의 폭우로 라벤더 밭도 못 보게 될까 봐 아쉬웠는데 다행히도 이번 타즈메니아 여행에서 꼭 기억에 남을 아름다운 장면을 하나 더 추가할 수 있었다. 물론 아이들은 또 풀어놓은 강아지처럼 뛰어다녀 신발과 바지자락이 온통 진흙투성이가 되었지만 말이다. 지금도 침대 위에 놓아둔 라벤더 오일을 보면 여행 중의 라벤더 농장이 떠오른다. 

 비행기를 타기까지 남은 시간은 론세스턴 시내에 있는 Cataract Gorge Reserve 국립공원과 에반데일 마을을 산책하며 보냈다. Cataract Gorge Reserve는 이 지역 유원지 같은 곳으로 숲도 있고 맑은 강도 있고 그 사이를 걸을 수 있는 산책로도 잘 되어 있다. 입구에는 협곡 건너편까지 갈 수 있는 그리 높지 않은 리프트도 운행하고 있고 야외 수영장도 있다. 엔틱풍의 작은 에반데일 마을에서는 여유 있게 티타임을 가지며 타즈메니아를 떠나는 아쉬움을 달래고 우리는 다시 시드니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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