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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 Jul 24. 2020

#17 헌터밸리에서 보내는 겨울 휴가


 7월 6일, 아이들의 학교는 term2가 끝나고 2주간의 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 방학 때마다 가만히 못 있고 여기저기 다녔는데 이번 방학은 멜버른의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증가에 대한 걱정으로 인하여 여행을 갈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그래도 방학이니 시드니 근교의 헌터밸리에서 주말을 끼고 2박 3일 휴가를 보내기로 하였다.  

   

 시드니 북쪽에 위치한 헌터밸리는 시드니에서 자동차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리며, 넓은 포도밭과 여러 와이너리로 유명한 곳이다. 헌터밸리에 들어서니 도로 양옆으로 넓은 포도밭이 펼쳐지고 아주 한가롭고 평화로운 시골 분위기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리고 특색 있게 지어진 와이너리 건물들이 도로를 따라 줄지어 나온다.

      

 그러나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쯤으로 늦은 점심식사 시간이 되었는데 들어가는 식당마다 허용 인원이 다 찼다거나(현재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하여 레스토랑과 카페에 허용인원이 정해져 있다) 점심 주문 시간이 끝났다고 하여 아이들을 굶기게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와이너리에서 간단한 음식을 먹으려고 해 봐도 현재는 음식은 판매하지 않는 곳이 많았고 와인 시음 역시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허용인원 초과로 불가능하였다.


 수차례 거절당하고 지쳐 점심식사를 포기하고 와이너리 구경이나 하자고 하고 들어간 또 다른 와이너리에 마침 야외 테이블이 있었고 와인과 함께 피자를 판매하고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포도밭은 눈에 안 들어오고 이러다 애들이랑 저녁 식사할 곳도 찾지 못하는 거 아닌가 걱정되기 시작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겨울이라 포도밭에는 앙상한 포도나무밖에 없어서 지금의 헌터밸리는 정말 한적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들어가는 식당과 와이너리마다 관광객이 너무 많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이들 피자를 먹이면서 우리는 구글맵에 나오는 식당마다 전화하기 시작하였다. 결과는 전화 거는 곳마다 토요일, 일요일 저녁 모두 풀부킹이었다. 그럼 리조트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 먹자고 결정했는데 충격적 이게도 리조트 내 식당 또한 풀부킹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리하여 저녁은 헌터밸리 숙소에서 약 15분 떨어진 세스녹(Cessnock)이라는 시내에 나가 타이 레스토랑에서 먹게 되었다. 물론 이곳도 손님이 많아 시내에 있는 다른 식당에 일요일 저녁식사를 미리 예약하였다. 이렇게 헌터밸리에서의 휴가 첫날은 뭔가 정신없고 초조한 마음으로 지나간 것 같다.

간신히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던 호프 와이너리

 둘째 날 아침, 리조트에서 조식을 먹고 우리는 헌터밸리에서 유명하다는 헌터밸리 가든스로 향하였다. 쌀쌀한 가운데 햇볕은 따사로운 반짝반짝한 날씨였다. 헌터밸리 가든스 앞에는 여러 작은 기념품 가게와 카페가 있고 워터 골프를 하는 큰 저수지도 있다. 그동안 시드니에서 경치 좋고 넓은 공원을 많이 다녀서 그런지 헌터밸리 가든스 자체는 그에 비하면 좁고, 겨울이라 그런지 그렇게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것 같지도 않았으며 무엇보다도 작지 않은 입장료를 내고 보니 가격 대비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오후에는 남편과 둘째 아이는 리조트에 있는 골프장에서 시간을 보냈고 큰아이와 나는 리조트 로비 등에서 책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헌터밸리 가든스

  

 헌터밸리의 와이너리는 정말 여러 군데 들어가 보긴 했는데 사전 예약을 안 해 와인 시음을 못한 것도 있고 아이들과 다니다 보니 여유가 없어 와인을 마실 기분도 안 들었기도 하여 아쉬운 마음이 많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와이너리를 꼽으라면 Audrey Wilkinson과 Peterson House가 있다. 특히 Audrey Wilkinson는 집 근처 보틀샵에서 많이 봤던 와인(라벨에 아저씨가 그려져 있음) 산지이기도 하고  포도밭 경치가 좋아 사진도 많이 찍었다.

 Peterson House와 Audrey Wilkinson 와이너리

 사실 아이들과 여행을 다니다 보면 한가롭고 경치만 좋은 곳은 조금 부족한 점이 있다. 그래도 아이들은 무언가 볼거리도 조금 있고 체험할만한 것도 필요한데 헌터밸리에서 아이들이 할만한 활동에 대한 우리의 사전조사가 부족했던 것 같다. 언젠가 우리 부부에게도 한가롭고 전원적인 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한 휴식을 보내는 시간이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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