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골프 !
우리 집 남자들은 지금 골프에 열심이다. 남편은 원래 수영이나 조깅 같은 땀 흘리는 운동을 좋아하고 골프는 운동이 안 되는 것 같다고 좋아하기 않았는데 호주에서는 골프를 피할 수가 없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국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무조건 주말에 골프를 치러 가기 때문이다. 남편은 1년이 다되도록 거의 주말마다 골프를 치러 가고 골프레슨도 받았지만 골프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골포자이다. 가끔 식사 내기 골프를 치면 같은 팀 사람에게 그런 민폐도 없다. 남편은 연습을 한다고 주말에도 홀로 골프장을 가곤 하는데 한번 가면 5~6시간은 넘게 걸리니 나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가끔 둘째 아이를 데리고 간다. 둘째 아이는 골포자 아빠에게 골프를 배우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감잡았다 하면서 거침없이 공을 쳐서 골포자 아빠를 더욱 절망에 빠뜨리기도 한다.
호주의 골프 환경은 한국과 많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골프를 잘못 즐겼다가는 이 시국에 골프를 친 고위직이라든지 유명인의 캐디 성추행 사건 등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데, 이는 골프를 다른 운동과 똑같은 하나의 스포츠라고만 하기에는 여러 가지 선입견이 많이 발생하는 골프배경 때문인 듯하다.
반면 호주에서는 일단 필드에서 골프를 치는 비용이 한국에 비해 아주 저렴하고 근처 여기저기에 골프장이 많이 있다. 그리고 캐디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동카트도 사용하지 않고 손수레에 골프백을 싣고 끌고 다니며 골프를 치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드는 스포츠일 수밖에 없다. 물론 우리 아이는 어른에 비해 공도 더 여러 번 쳐야 하는 데다가 가만있지 못하고 왔다 갔다 뛰어다니며 활동량이 더 많기 때문에 이동만큼은 전동카트로 하게 대여해달라고 하곤 한다.
또 호주 골프장의 좋은 점은 우리 둘째 아이처럼 어린아이가 필드에 가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아동용 골프채를 무료로 대여해주고 비용도 무료로 해주는 골프장도 있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하여 골프채를 대여해주지 않지만 말이다. 락다운을 시행할 때도 야외 스포츠인 골프의 경우 2명이 치는 것은 허용해주어 사람들이 몰려 한동안 예약하기 힘들 정도일 때도 있었다. 반면 우리 큰아이의 경우 얼굴이 타는 것도 싫고 학교 친구들이 골프는 노인들이나 하는 힘 안 드는 운동이라고 했다면서 절대 골프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
시드니 근교에는 바다 옆에 위치한 경치가 아름다운 골프장이 많이 있다. 골프장 둘레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기도 하고 비치가 펼쳐져 있기도 하다. 그래서 처음 몇 번은 큰아이와 나는 골프를 안치더라도 같이 가서 산책도 하고 골프클럽에서 음료를 마시며 책을 보기도 했는데 그것도 잠시지 18홀 다 돌고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요즘은 따라가지 않는다. 그래도 한 번은 운 좋게 골프장 근처를 산책하다가 펠리컨 먹이 주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본 적도 있다. 며칠 전에는 우리 집 두 남자 골프 치다가 고래도 봤다고 한다. 처음엔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7~8월이 시드니 고래투어 시즌이라고 한다. 고래가 그렇게까지 해안 가까이 오는 줄 몰랐다고 인상적이었다고 하는데 배 타고 고래투어를 해도 고래가 안나타나 허탕 칠 경우도 많다던데 아주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골프 치던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두 고래 구경을 했다고 한다.
골프를 잘 치지 못하더라고 햇살 아래 푸릇푸릇한 광활한 바다와 자연 속에서 거닐다 온 시간은 마음을 여유롭게 해 줄 것이다. 우리 둘째 아이가 이런 아름다운 여유를 만끽하며 즐길 수 있으니 더없이 좋다. 넓은 자연을 보며 마음도 넓은 사람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