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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 Dec 02. 2020

#20 시드니 2020 Term 3,4를 마치며(2)

 지난 주말, 정말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호주의 더위를 제대로 겪었다. 기온이 40도 이상으로 올라간 것은 당연하고 폭풍 같은 바람이 부는데 그 바람이 마치 헤어드라이어기 강풍처럼 뜨거워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였다. 이런 날씨에 학교에서 주말 캠핑을 떠난 우리 큰아이는 무더위에 예정되어 있던 일정 일부가 취소되면서 일요일 오전 일찍 귀가하였다. 뜨거운 날씨에 산불도 시작되었다. 습도가 없고 바짝바짝 마르는 열기는 산불이 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인 것 같다. 부디 작년 같은 끔찍한 산불이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래도 호주의 여름 날씨가 견딜 만한 점은 우리나라의 겨울 삼한사온처럼 며칠 무척 덥다가 또 며칠 선선하고, 또 햇볕은 이글이글 타지만 그늘에 가면 선선한 바람이 불며 열대야는 거의 없다는 점인 것 같다. 물론 역대급 더위가 있었던 그 날은 밤에도 더워 처음으로 선풍기를 켜놓고 자야 했지만 말이다. 너무 뜨거운 주말 날씨에 이번 주 애들 학교는 어찌 보내나 걱정했는데 언제 그렇게 뜨거웠냐는 듯이 지금은 싸늘할 정도로 날이 식었다. 변화무쌍한 호주의 날씨는 일기예보도 자주 바뀌어서 아침마다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아이들 옷차림을 준비해 주어야 한다. 그냥 창밖에 지나가는 사람만 봐서는 같은 시간에도 패딩잠바를 입은 사람과 반팔티셔츠 입은 사람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뜨거운 계절의 시작과 함께 하이스쿨을 다니는 우리 큰아이는 오늘 길고 긴 두 달 간의 여름방학을 맞이하였다.      


Yealy Assessment

 2020년도의 마지막 학기, 우리 큰아이의 가장 큰 일은 역시 시험이었다. 그동안에도 중간중간 성적에 반영되는 시험이라면서 한 과목씩 평가를 했고 성적에 들어가는 과제물과 에세이를 작성하여 제출하였지만, 이번 Term4에 치르는 Yealy Assessment는 마치 우리나라 기말고사처럼 전 과목을 4일에 걸쳐 하루에 두 과목씩 시험을 본다.


 우리나라 시험과 다른 점은 OMR 답안지 같은 것을 작성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5지선다식, 단답형 주관식 문제에 익숙한 나로서는 당연히 ‘선생님들이 일일이 채점하시나 보통일이 아닌데 열악하군.’ 하고 생각했는데, 시험 후 아이의 시험지를 보니 이 나라에 과연 OMR 답안지를 사용하는 시험이 있을까 싶은 교육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만일 우리나라라면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질 수 없다고 큰 반대에 부딪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호주의 교육을 보니 여기서는 정확한 답안보다는 제시된 자료들을 통해 타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어떻게 해답을 이끌어내는지의 과정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 현지 아이들에 비해 영어 실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우리 아이가 얼마나 고군분투하며 시험을 치렀을까 생각하니 너무 짠하고 안쓰럽고 그리고 대견스럽다.       


 시험을 마치고 일주일 후부터 한 과목씩 결과를 받아오는데 선생님이 일일이 시험지에 체크하고 답안에서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코멘트를 적어주셨다. 우리 아이는 상대적으로 영어의 비중이 작은 과목(수학, 음악, 제2외국어인 중국어, 라틴어 등)에서 강세를 보여주었다. 결과야 어찌 되었든  Yearly 시험이 끝나자 학교에서도 이제 과제물도 거의 나오지 않고 해변에서 서핑 배우기, 안전교육, 스포츠, 크리스마스 파티, 팀별 파티 등 한 해를 마무리하는 행사들에 치중하며 즐겁게 남은 시간을 하루하루 보내고 있고 다행히 우리 아이도 이제 이런 행사에 익숙해졌는지 아주 즐겁게 즐기고 있는 것 같다. High School 첫 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열심히 보낸 우리 딸이 정말 자랑스럽다.      



Yearly Report

 두근두근하는 성적표도 받았다. 시드니 학교에서는 Term 2를 마칠 때쯤 학기 성적표, Term4가 끝날 때쯤 학년 성적표 이렇게 두 번 성적표가 나온다. High School의 성적표는 각 과목별 성적이 A, B, C, D, E로 나오고 각 과목별 선생님의 코멘트가 적혀있다. 학년말 성적표에는 과목별 석차도 나온다. 한국처럼 전 과목 평균 점수와 전체 석차는 나오지 않는다. 사실 호주에서는 모든 과목을 다 잘해야 한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과목들로 구성할 수 있고 적성에 안 맞는 과목은 수학이라도 제외시킬 수 있다고 하니 말이다.    

  

 그리고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노력 등급(Effort grade)이라는 부분으로, 이 노력 등급은  1~5단계로 나오는데 1등급은 Exceptional, 2등급 Excellent, 3등급 Satisfactory, 4등급 Requires improvement, 마지막으로 5등급은 UnSatisfactory이다. 한국 중학교 성적표도 이렇게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학교 다닐 때에는 분명히 없었다. 노력을 인정해준다는 점이 정말 신선하다.     


 하지만 대개는 성적 등급이 높으면 당연히 노력 등급도 높을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는 평소 노력의 정도는 결과가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면서 운도 실력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성취한 성적이 높으려면 시험뿐만 아니라 학기 중의 모든 과제물이나 발표, 토론 등을 모두 성실하게 임해야 하는데 이런 활동 모두가 성적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큰아이는 1학기 성적표에서 성취 성적은 아쉬운 반면 거의 모든 과목의 노력 등급은 1등급을 받았다. 이것은 노력의 배신으로 봐야 하는 것일까, 부모의 입장에서 상당히 안타까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아이는 열심히 한 것을 학교에서 인정받았는데 결과는 좋지 않으니 말이다. “우린 호주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영어가 불리한데도 이렇게 노력을 하고 기대보다 좋은 점수를 받았으니 앞으로는 점점 더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을 거야.”라고 칭찬하고 격려하지만, 이미 세상은 노력이 전부가 아니란 것을 아는 어른이 되어버린 엄마는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부모로서 자녀의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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