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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 Dec 05. 2020

#21 시드니 2020 Term 3,4를 마치며(3)


 호주의 사춘기 여자아이들은 무엇을 좋아할까. 신기하게도 우리 아이는 학교에서 K-Culture의 덕을 많이 보고 있다. 한국에 가면 BTS 앨범이나 굿즈를 구해달라는 친구들이 있다. 블랙핑크 팬이라는 친구도 있다. 엄마로서 낯선 타국에서 생활하는 딸아이의 교우관계에 도움이 될까 싶어 한국에서 이런 것들을 공수해 오고 있다. 아이는 굿즈들을 아껴두었다가 친구들 생일에 선물해주고 있는데 아주 훌륭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그리스인 친구는 방탄소년단을 한글로 쓰는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하여  한글을 좀 가르쳐줬는데 뜻은 몰라도 웬만한 한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한글이 이렇게 배우기 쉬운 위대한 문자임을 실감하게 되었다. 아니면 이것은  사랑과 관심의 힘일까? 그 친구의 소원은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며 "지민이 오빠, 사랑해요!"라고 직접 이야기하는 거라는데 언젠가 이루어지길 나도 같이 바래본다.


 또 캠핑을 가거나 스포츠 활동을 가는 버스 안에서 친구들과 K-드라마를 유튜브로 보거나 다운로드하여 보기도 한다는데 친구들이 대사나 상황을 설명해달라고도 하고 재미있는 드라마를 추천해달라고한다고 하니 정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다!



Rowing Regatta

 Term3부터 시작한 로잉은 배운 지 2개월 정도밖에 안 되었음에도 다른 학교들과 경기를 시작하였다. 주중에 이틀 연습을 하고 토요일에는 다른 학교 선수들과 친선경기를 다. 호주에서는 주말에 이런 식으로 여러 학교 학생들이 모여 다양한 스포츠 경기를 한다. 올해는 COVID-19로 인하여 여러 학교 학생들이 모이는 스포츠 행사가 모두 취소되었는데 현재는 호주의 COVID-19가 많이 안정되기도 하였고 또 학교 측에서는 로잉의 경우 친선경기를 해도 학교별 학생들이 서로 접촉하지 않도록 관리가 가능하다고 하며 매주 토요일마다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아이는 하고 싶지 않다고, 아빠는 아이가 로잉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그렇게 티격태격하다가 시작하였기에 아이는 Term4 에는 로잉을 하지 않겠다고 먼저 으름장을 놓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빠 대신 코치 선생님이 왜 아직 다음 학기 등록하지 않았냐고 Term4에는 더 즐거울 거라고 점심시간이며 훈련시간마다 아이를 쫓아다니고 우리에게도 등록을 재촉하는 메일을 계속 보내왔다. 아이는 학교에서 코치를 피해 도망 다니다가 그동안 자신이 하고 싶지 않았던 콕싱은 안 하고 노 젓는 자리에 많이 앉혀달라는 조건을 걸고 한 텀을 더 하기로 결정하였다. 아무래도 우리 아이는 이렇게 누군가가 매달리며 같이 하자고 하는 것을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이는 절대 내년에는 로잉을 하지 않겠다고 또다시 엄포를 놓았으나 내년 Term1은 자동 등록이라고 정말 못할 사유가 있는 사람은 개별적으로 연락을 달라고 메일이 왔고 Term2는 겨울 시즌이라 로잉을 하지 않는다고 하여 어찌어찌하다 보니 결국 내년 Term1까지 하기로 하였다.    

  

 

 11월 14일, 우리 아이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위해 건설된 Sydney International Regatta Centre에서 열리는 2020 NSW Independent Schools Championships에 출전하였다. 경기는 유튜브에서 실시간 중계도 해주었다. 우리는 처음이라 멋모르고 티켓을 미리 구매하라고 하여 좀 큰 경기인가 보다 라고만 생각했는데 경기장에 도착해서 경기장 규모와 망원경을 들고 응원하러 온 부모들을 보며 놀랐다. 로잉 경기장에 와서 경기를 보는 것도 처음인데 우리 딸이 나오는 경기를 실시간 중계까지 해주니 무척 흥분되고 뿌듯하였다. 경기는 남녀, 학년별로 예선을 치르고 그 결과로 그룹을 A~E로 나누어 각각 결승전을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역시 학년이 높아질수록 노 젓는 모습이 절도 있고 힘 있게 아주 잘 들어맞는 반면 우리 아이가 속한 Year7~8 선수들은 경기 도중 멈춰서 잠시 앞으로 못 나가는 배도 있는 등 어설픈 모습을 많이 보인다. 생방송 아나운서도 해설 중에 첫 경기를 하는 선수들이라 귀엽다는 듯 웃기도 했다. 예선전에서 6위로 들어온 우리 아이 팀은 D Final 경기(E그룹까지 있는데 기특하게도 D그룹이었다)를 한 번 더 뛰었다.       


 이 날의 경기를 위해 새벽 5시부터 일어나 준비하였던 아이는 오후 3시가 다되어 녹초가 되었음에도 흥분한 모습으로 집에 들어왔다. 사실 한국에 있었다면 스포츠를 전공할 것도 아닌데 이렇게 스포츠에 시간을 투자할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부보다도 아이가 즐길 수 있는 스포츠와 예술활동을 중요시하는 학교 분위기에 휩쓸려 끌려가듯 이것저것 도전해보게 되었지만 앞으로 내 아이가 살아가면서 진정 삶을 풍부하게 해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경험이었다. 아이 또한 오늘 경기의 흥분과 즐거움을 오랫동안 기억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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