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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 Jan 25. 2021

#22 시드니 여름방학_ 수영을 배워봅시다

 12월부터는 호주의 여름이라 할 수 있는데 올해는 1월 초까지도 비 오고 흐린 날이 계속되면서 꿉꿉하고 추운 날의 연속이어서 전혀 여름 같지 않은 날씨였다. 그러다 드디어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는 날들이 늘어나고 있다. 햇볕 좋은 주말에 수많은 사람들이 비치를 향해가는 모습이 우리 집에서도 보이니 우리 가족도 덩달아 설레기 시작한다. 사람들로 빼곡한 본다이 비치를 비집고 들어가 그늘막을 치고 아이들은 바디보드를 끼고 무한반복 파도를 타고나서 한참을 모래놀이를 하였다.     


 나는 수영을 못한다. 어릴 적 배워야 할 시기를 놓쳐버려서 못 배웠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움직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하루 종일 집에 있어도 그다지 심심하지 않은 사람인 것 같다. 나는 이런 지경이면서 내 아이들에게는 운동을 시키고 있다. 물론 남편은 잠시도 집에 못 있는 운동광이다 보니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가르치고 싶어 한다.      


 그중 하나가 수영인데 큰아이의 경우 한국 초등학교에서 수영 시간이 필수로 들어가면서 그에 대비하여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수영을 가르쳤다. 사실 그 당시 초등학교에서의 수영시간은 아이들이 실제로 수영을 못하더라도 시간만 이수하면 패스되는 방식이었다. 그 사실은 모르고 수영을 가르쳤는데 여름에 3개월씩 2년을 수영장에 보냈더니 큰아이는 어느 정도 수영을 즐기고 제법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그냥 수영장에 강습을 보내면 저절로 수영을 할 수 있게 되는 줄만 알았는데 우리 작은아이는 그렇지 않았다. 작은아이는 물을 너무 무서워해서 3개월을 수영을 가르쳤지만 진전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호주로 건너오면서 2년 가까이 수영 배우기를 다시 시작하지 못하였다.      


 시드니의 학교에서는 3월이면 수영 카니발 행사가 있다. 학교에서 수영을 가르쳐준 적도 없으면서 초등학교 3학년부터 카니발에 참가할 수 있다. 물론 수영을 못하면 경기에 참가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생존수영은 필수로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특히 스포츠를 중요시하는 호주에서는 수영을 할 줄 알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풍부해진다. 작은아이의 학교 친구들도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한 명씩 수영을 배우러 간다고들 하니 엄마의 마음이 급해졌다.   

금요일, 수영 레슨 후 다이빙을 하러 몰려가는 아이들

 운이 좋게도 집에서 꽤 가까운 사립학교의 수영장에서 하는 방학 특강반 등록에 성공하였다. 그리하여 우리 작은아이는 하루 30분씩 3주 동안 가장 낮은 레벨인 Learn to swim반 수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강사 한 명당 3~4명의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바닷가 근처라서 그런지 다른 아이들은 전혀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다. 단지 수영기술이 없어서 배우러 온 것일 뿐, 스스로 물에 떠서 움직일 수 있고 수영장 바닥으로 입수하여 물건을 집을 수도 있는 아이들이었다. 그에 반해 우리 작은아이는 머리를 물속에 넣는 것조차 두려운 단계이니 이대로는 전혀 진전이 없을 것 같아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그리고 내가 본 호주의 선생님들은 대부분 아이들에게 폭풍 칭찬을 해주는데 수영 선생님도 아이가 살짝 얼굴을 물에 닿기만 해도 “굿잡! 엑설런트!”를 연발하니 아이가 정말 자기가 수영을 너무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래서 별도로 시간을 내어 아빠와 함께 머리를 물속에 쏙 넣는 훈련에 들어갔고 우리는 가족 간에 서로 가르치면 안 되는 것이 운전 외에도 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아빠는 처음엔 아들과 싸우다 아들을 울리다 결국 참을 인자를 수백 번 머릿속에 그리며 아들을 달래고 기다려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몸소 실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며칠 후 수업시간에 드디어 우리 작은아이는 3번의 시도 끝에 마침내 잠수하여 발아래 떨어져 있는 작은 장난감을 줍는 데 성공하였다. 물론 다른 아이들은 강사가 강아지에게 하듯 3~4미터 정도 휙 던져 물에 빠진 장난감을 물개처럼 물속으로 달려들어 집어왔지만 말이다. 그리고 3주 동안의 수영캠프 마지막 날 다이빙 시간에, 아이는 3미터 깊이의 다이빙풀 속으로 뛰어드는데 성공하였다! 물론 다이빙대에는 차마 못올라가고 풀 가장자리에서 선생님 손을 생명줄인양 꼭 붙들고 뛰어내렸지만 말이다.


 우리는 우리의 속도로 꾸준히 나아갈 것이다.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즐기는 것이라고 오늘도 주문을 외운다.

수영레슨 가는 길은 동네공원을 가로질러 가야하기에 덕분에 아침마다 산책도 할 수  있었다_ 한쪽에서는 여름방학 축구레슨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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